나의 이름과 꽁이를 담아 자작 #이름시

첫 name poem

by 발렌콩

얼마전에 G를 만나러 퇴근 후 N역으로 향했다.

거의 반 년만의 만남이었다.

그 사이에 G는 혼인신고를 마치고

신혼집을 마련했고,

나는 월셋집을 청산하고 전셋집을 마련했다.


함께 만나 정했던 출구로 나가는 길에

대학 동기를 거의 5년만에 우연히 만났다.

3년 전, 계간지 등단을 통해

정식 소설가로 데뷔한 울 숙-

졸업하고 취업후에 학교 근처에서

만난 한번을 제외하고

거의 5년만에 만난 #우연 이었다.


우리는 단박에 알아봤고, 단박에 인사하며,

단박에 서로의 근황을

빠르게 나누며 호들갑을 떨었다.

숙은 계간지를 통해 공개했던 단편을 엮어 조만간

자신의 이름의 단편집을 출간한다고 알려주었다.


며칠전에 한 기사를 통해 숙의 책이

출간될 거라는 사실을알고 있던 나는

반갑게 아는 척 했고 그 짧은 시간동안

못 나눈 사연을 속사포로 나눴다.


마침 내 옆에있던 G는 장르 웹소설 작가였으므로

숙에게 내 친구도 작가라며 소개시켜주었다.


순문학 소설가와 장르 웹소설 작가는

나를 사이에 두고 짧은 인사를 마쳤다.


작가와 작가- 그리고 정말

그렇게 우연히 만난 만남은두고두고

회자될만한 사연이었고,

그간 잊고 지냈던 # 에 대해서

생각 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G를 만나기 전 시간이 조금 남아

N역에 위치한 서점에 들렀었다.

공교롭게도 새 서점으로 교체된

그 곳은 아직 정식 오픈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그 근처의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서점에서 읽고 싶었던

소설책을 찾고 싶었는데-

아, 이북리더기라도 가져올걸

후회하는 맘으로 앉아있는데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첨에 신천지니 이상한 사람인줄로만 알았는데

그 사람은 자신의 사업을

소개하며 #이름시 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이름의 단어를 연결해서 #시 를 짓는

인스타 플랫폼의

작가(이자 기획자or대표)인듯 싶었다.


그 분이 건네는 폰 인스타 속

이름시를 읽어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너무도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평소 시를 좋아하던 나는 #문창과 출신임을

밝히며너무도 좋은 아이디어라는

솔직한 평을 담아주었고,

내 이름을 예시로 짓고 싶다는

요청에 따라 내 이름을 알려주었다.

한편, 아이디어를 요청하는 그녀에게-


"반려묘 반려견 천만 시대이므로

이름과 나란히 지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의 시는 커플만 있는데, 반려묘 반려견있는

집사들도 공감하고 좋아할 있게요!

부모님이나 가족 이름도 좋구요"


내 아이디어에 그녀는 엄청나게

좋아하며 내가 읊는 말들을

자신의 아이폰 메모장에 살뜰히 옮겨 적었다.

한편, 연락처를 달란 요청에

연락처도 전달 해 주었고,

그렇게 G를 만나러 출구로 향했다.

그때 숙을 만났고,

작가와 작가를 소개시켜주는 와중에

이름시 개발자와 이야기를 나눴던 것을 상기하며


다시 한번 그간 잊고 지냈던 # 에 대해서

생각 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던 거였다.


.

.

.

그리고 며칠 뒤,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하며카페에서 담소를 나누던

와중에 그녀에게 메시지가 왔다.


그녀는 내 답변에 뒤이어

1시간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일전에 이미 여러 얘기를 들려주었음에도

중복 인터뷰는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 시간을 할애할 바에는 걍 내가 짓고 말지."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서

아이폰 메모장으로 내 이름과

울 꽁이의 이름을 담아 #이름시 를 지었다.



비 오는날 렇게 큰 박스에 담겨

힘차게 울며 저귀던 아기고양이는

탐스럽게 자라 끄무레한 털이 하얗게 빛나


이젠 이렇게 작은 박스에 담겨 골골송을 부르니

집사의 꽁 얼어버린 맘 한켠이 시나브로

녹아 렇게 마음을 놓아


그래서 아기 시절의 꽁이 사진과

박스에 담긴 현재의 사진을 모티프로

이름시 이미지 디자인을 직접 해서 보내주었다.


비 오는날 이렇게 큰 박스에 담겨

힘차게 울며 저귀던 아기고양이는

탐스럽게 자라 끄무레한 털이 하얗게 빛나


이젠 이렇게 작은 박스에 담겨 골골송을 부르니

집사의 꽁 얼어버린 맘 한켠이 시나브로

녹아 렇게 마음을 놓아



-


렇게 큰 박스

이렇게 작은 박스에


꽁이 아가 시절에 무지 컸던 박스는

탐스럽게 자라 박스가 작아졌다.


그러니까 박스가 작아진 건 아니고,

몸이 탐스러워졌다는 뜻?!






지인들의 반응이 넘 좋았다.

친구 커플의 이름시도 지어보려고 한다.


또 한번 그간 잊고 지냈던 # 에 대해서

생각 해 볼 수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