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뒤 사전점검인데 외벽이 노출 콘크리트인 것을 목도하다.
(들어가기 전)
일의 발단은 올해 6월 말,
친구와 서울시청 옆 콩국수 맛집에 갔을 때였다.
그날따라 그 집 콩국수가 너무 먹고 싶어서
역삼동에 사는 친구를 불러냈다.
크림 파스타만큼 녹진한 콩국수의 국물까지
들이키고 나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보통 이 친구와 밥을 먹고 나면
할 얘기가 많아 산책을 하는데
2020년에 줍줍으로 계약했던 오피스텔이
이 근처라 온 김에 가보기로 했다.
전용면적 5평에다 서비스 면적인 복층 다락까지
끌어모으면 10평 남짓 되는 작은 오피스텔이지만
오피스 바로 앞은 국가에서 만든 공원이 있고,
뒤쪽에는 100년 된 성당이 있어서
내가 죽기 전까진 영구조망이 가능하다.
곧 서울역 GTX 노선이 개통되면 공항철도까지
무려 13개의 도시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곳!
평당 6000만원이라는 게 흠이지만
서울역북부역세권 개발 호재까지
입지에 대해 더 나열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였다.
초여름 더위를 꺾는 선선한 바람에
건물 바로 앞 공원을 걸으며
이 날도 아마 입지에 대해
피를 토해내고 있을 때였던 것 같다.
사람은 본인의 선택이 그르치지 않았던 것을
꼭 증명해 보이고 싶어 하는 동물이다.
'바로 여기다' 고개를 드는 순간,
고층부 3개 층이 노출 콘크리트였다.
더 가까이 가보니 주변이 완전 공사판이었다.
가만 보자, 다음 달 초가 사전점검*인데!
사전점검까지 보름 정도가 남은 시점이었다.
*사전점검
아파트 입주 전 전반적인 상태를 점검하는 것.
입주 석 달 전에 진행되며 AS가 완료된 후 입주한다.
오피스텔은 사전점검이 의무가 아니었지만
법이 바뀌면서 사전점검이 필수가 되었다.
건설사 직원인 남편에게 사진을 보냈다.
그가 최소 3개월은 더 걸릴 것 같다고 했다.
2주 뒤에 사전점검이라는데 무슨 소리지?
건설사가 다르니까 어쩌면 가능한 일인 건가?
아닌데 작년에 땅만 팠다는 소리가 있던데
흠 어딘가 문제가 생긴 걸까?
뭐 그런데 당장 들어갈 살 집도 아니고
나사 믹서기로 만들었다는 콩국수는 너무 맛있었고,
친구랑 오랜만에 쐬는 밤공기도 참 좋았다.
소유주가 모인 단체카톡방도 조용한데 -
공원에 핀 수국이랑 같이 사진이라도 공유해볼까.
적어도 이때까지 앞으로 펼쳐질 엄청난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