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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lerie Lee May 02. 2022

배우 도전 일기#2

돈 못 버는 배우로 살아도 되는 걸까?

5/02/2022 Entry #2

[무명 배우 지망생 일기#1]에서 나는 호기롭게 "배우로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에 실패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과연 그게 바람직한 자세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1. 돈을 못 번다는 건 연기를 못 한다는 것일까..?


 돈이란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받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물질적 풍요를 위한 수단을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사회에서 주는 "인정 마크" 또는 "품질 평가서 마크"처럼, 개인의 명예에 대한 인증서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배우로서 버는 돈이 나를 어느 정도 풍족하게 (의식주뿐 아니라 품위유지, 문화생활, 여가 활동을 잘 즐길 수 있게) 해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내가 배우로서 활동하는 것이


a. 품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b. 사회에서 그만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


을 의미한다.


일단 a.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사실 a. 는 반박하기 쉽다. 스타벅스의 커피 VS 커피 장인의 카페에서 파는 커피를 비교한다면 당연히 커피 장인의 커피가 압도적으로 맛있지만, 돈은 스타벅스 커피가 더 잘 벌어오기 때문이다.


고로 커피의 품질과 커피 수익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연기 실력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으니, 연기 실력과 돈은 상관없다고 봐도 무관하다.


하지만 커피 품질과 연기 실력 이외에 "카페"&"배우"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것은 많다.

스타벅스는 커피 품질이라는 서비스 하나만을 제공하지 않는다. 역세권에 위치해서 많은 이들의 만남의 장소 역할도 하며, 사람들이 자주 들릴 수 있다. 또한 커피 외의 메뉴도 나름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돈 잘 버는 스타 배우는 우수한 연기력뿐 아니라 매력 있는 외모로 광고나 화보를 찍어서 수입을 올린다. 그리고 역할을 맡아도 주연을 맡는다. 이들의 연기력이 대학로 연극배우들보다 늘 더 우수한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은 못하지만, 그들의 연기력은 "충분하다".


고로 스타 충분한 연기력 외의 다른 서비스도 우수하게 제공하기 때문에 돈을 잘 벌 수밖에 없다.


2. 돈 못 버는 배우는 공공의 이익에 해로울까?


레이 달리오(엄청 부자심)가 쓴 "Principles"라는 책에서는 사람이 자신이 벌 수 있는 최대의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하면 내가 세상에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를 최대의 스케일로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라고 했다.


블록체인 회사, 마케팅 회사 등은 나의 서비스를 기꺼이 돈 주고 산다고 했다. 고로 회사원으로써는 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어느 정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배우로서는 아직 한 달 동안 삶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그 뜻은 내가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 와 상관없이, 나라는 사람이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세상이 굳이 필요로 한 적이 (아직 까지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나는 일단 배우로서는 "쓸모없다"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멈추기에는 내가 이것을 너무 좋아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세상에 해로운 존재일까? 쓸모가 다른 부분에서는 있는데도 불구하고 , 그 쓸모에 헌신하지 않고 자기 고집을 부리고 있으니 해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해롭다기 보단 이로운 것 같다. 내가 이 꿈을 간직한 채 회사에 다녀봤자 나는 역량 발휘를 잘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정서적으로 억눌려서 팀원들에게 급발진하는 팀장이 될 수도 있다.


3. 돈 못 버는 배우란..?


그래, 돈 못 버는 배우란 연기를 못하는 배우도 아니며 세상에 해로운 배우도 아니다. 그저 현재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돈 못 버는"이라는 말이 앞에 추가된 것뿐.


만약 내가 회사원이 되어서 돈을 벌며, 주말에는 영화를 만들고 연기를 하는 - 배우로서는 돈 못 버는 배우가 된다 한들, 내가 배우임은 변하지 않겠지.


4.  돈 버는 배우가 되고프지만 아닐 수도. 


다만, 그래도 나는 세상의 인정이 필요하다. 나뿐 아니라 세상의 인정이. 타인의 인정이. 네이버 인물 검색에서 내 이름 석자를 치면 "회사원" 이 아니라 "배우, 감독" 이 떴으면 하는 꿈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만약 돈을 벌 수 있는 대신 정말 별로인 작품에, 정말 억지로 해야만 하는 역할만 주구 장창 맡으며 연기해야 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세상의 인정과 상관없이 배우를 그만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비록 회사원이 되더라도,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그 안에서 연기할 것 같다.


5. 꿈을 동사로 가져야 하는 이유.


꿈이 "선생님" "배우" 이면 비참해질 수 있다. 명사형 꿈은 주로 직업에 국한되며, 직업이란 어쨌든 돈을 버는 수단이기 때문에 나처럼 돈을 못 벌면서도 그 행위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제한시키기 때문이다.


만약 내 꿈이 "연기를 하면서, 금전적으로 풍요로우며, 의미 있는 창작 활동을 한다"라는 동사형 꿈이라면 -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면 꿈에 실패하는 게 성공보다 더 어려워진다.



p.s.

어쩌다 보니 또 자기 위안으로 끝난 글이 된 것 같은데... 다음 글에서는 연기 수련 과정에 대한 글, 한마디로 내가 연기를 잘하고 돈을 버는 배우가 되기 위해 어떻기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해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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