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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lerie Lee Oct 31. 2022

완벽한 그녀의 삶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믿기지가 않아.

한 두 번 정말 어쩌다 나를 인싸 재질로 고맙게도 오해해준 인싸 지인들 덕분에 "인싸 모임"에 가게 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보게 된 한 예쁜 여자 아이. 나와 동갑으로 보였고, 좋은 학교 나와서 남들 다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에 입사해서  정말 말 그대로 "갓생'을 살고 있는 친구로 보였다. 인스타로 가끔 그 친구의 인생을 엿볼 수 있었는데, 정말 항상 예쁜 옷에, 럭셔리하고 힙한 곳에만 있었고, 같이 다니는 친구들도 선남선녀들로만 가득한... 한마디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 지인은 절대 아니었다. 그녀가 내게 남긴 인상은 : "와, 참 저 여자애처럼 살면 어떤 근심 걱정도 없겠다" 그게 전부일 정도로 성격도 좋아 보였고, 당당해 보였고, 늘 외로운 나와는 다르게 항상 주변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렇게 완벽한 삶을 이렇게 허망한 사고가 끝낼 수 있는 건가..?


나는 나 스스로가 조금 우습다. 분명 어제만 해도, 아무리 많은 사람이 죽었다 해도 실감이 나지 않던 뉴스가, 나와 인생에서 한 두 번 마주친 사람의 부고로 인해 이렇게 큰 충격으로 와닿다니. 만약 내 친한 친구나 지인이 사망자 중 한 명이었다면 어땠을까. 내 가족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무기력과 허망함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


정확히 사고가 일어나고 사람들이 죽어가던 그 시점에 나는 힘든 움직임&춤 연습을 끝내고 이렇게 토요일을 끝내고 싶지 않아서 혼자서 CGv로 향했다. 분명히 기억한다. 너무 외로웠다. 특히 핼러윈이라고 삼삼오오 모여서 신나는 파티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언제 저렇게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생각했다. 물론 내 삶이 평범하지 않고 특별하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내 나이에 내 조건이면 그래도 좋은 회사 다니며 남자 친구 사귀면서 사람들이랑 호텔 바 같은 곳에서 핼러윈도 보낼 만 한데, 그렇지 못하고 내 내면적 특성으로 인해 이렇게 거의 홀로인 주말을 보내는 것이 자기 연민이 느껴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항상 부러워하던 삶을 살았던 그녀가 그렇게 하늘로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감사해야 하는 걸까..? 사실 나는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기는커녕 하늘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처럼 늘 활달하고 누가 봐도 삶을 즐기는 친구를 왜 데려가지..? 나처럼 마지못해 이렇게 사는 사람을 데려가는 게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처럼 사람들에게 정을 쉽게 붙이지 못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아싸 같은 사람은 데려가도 슬퍼할 사람이 그녀보다는 덜 있었을 텐데. 물론 내가 죽어도 마땅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절대 아니다. 우리 부모님은 아무런 죄가 없으니까. 하지만 굳이 하늘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인생을 그렇게 잘 살고 있는 한 여인을 데려가야만 했을까 싶다. 세상에 악독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신이 정말 있는 걸까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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