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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lerie Lee Dec 16. 2022

죽지 못해 살아가고 창작하는 태도

Feat. 라이너마리아 릴케

문득 문득 창작하고 싶은 용기가 생길때가 있다.


'이번엔 정말로 두려워하지 않고 내 밑바닥을 마주보는거야.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는거지. 내 가장 추악하고 더러운 모습, 가장 간악하고 위선적인 모습까지 쏟아부어 그 잔인하되 저속하며 하찮은 솔직함이 위대함이 될 수 있게끔 대단한것을 만들고 싶어. 그러면 그때서야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낄거야. 그걸 하고 나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거야.'


그런데 이 용기의 원천은 항상 큰 좌절과 우울이다. 큰 좌절과 우울, 그래서 죽고싶은 마음이 샘솟고.. 하지만 막상 죽을 힘으로 뭔가를 만들겠다는 마음이 들면 그때서야 뭔가가 써지는 그런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내 안의 창작가는 어쩔 수 없이 괴팍하다. 예민하고 날카롭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란 어려운 존재다. 왜냐면 그 존재가 누구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받고 포용받고 소속되고자 하는 욕망을 버릴 수 있다면 창작할 수 있다. 그제서야 내가 생각하기에 진정으로 괜찮은 창작물이 나올것이다.하지만 나는 아직도 사랑받고 포용받고 소속되고 싶은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창작하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내가 진정으로 인정하는 창작물(그림. 영화 등등)은 항상 창작자가 자신의 체면을,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 남에게 칭찬받고 싶은 마음 등을 다 내려놓은것이 보이는 그런 것들이었다. 그 외의 것들도 꽤 훌륭한것들이 있지만 어쨋든 내 가슴의 가장 큰 울림을 준 것들은 그렇단 뜻이다. 만든 사람 조차 인정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 놓고 타인의 가슴에 울림을 줄 수는 없는것 아닐까.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편지중 이런 말이 있었다. "쓰지 않고는 베길 수 없는 사람, 쓰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괴롭지 않은 이상은 쓰지 마세요." 맞는 말이다. 그정도의 절박함이 없는 창작물이라면 사실 굳이 바깥 세상에 나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창작물은 빵도 공기도 돈도 아닌데.


그런데 쓰지 않고 못 베길 정도가 된다는건 참으로 고통스럽고 우울하거나 화가나는 상태일것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뭔가를 써내거나 만드는 사람들은 그런 창작을 하지 않고서도 잘만 살아가는 사람들 보다는 성격이 유순하고 평온한 사람들이란 말 아닐까. 내가 창작하지 않고 살아도 잘만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좋겠다. 에고도 크지 않고, 착하고 온순하고 평화로운 마음의 소유자였더라면! 그렇게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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