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회사에 기여해야 하는 이유
나는 면접을 보기 전에 구직자에게 먼저 "우리 회사에 궁금한 것들부터 물어봐주세요"라고 질문을 건넨다. 회사에 대해 지원자가 알고 싶은 정보들을 모두 제공해주어야, 면접과정에서 서로 뜬구름잡는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인데, 부수적인 효과로 "이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 더 빠르게 캐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얼마전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질문을 하였다.
나 - "혹시 저희 회사에 대해서 어떤 궁금함이 있으신가요?"
지원자 - "아, 저는 25살까지 어떤 목표가 있습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회사에서 저를 얼마나 서포트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나 - "...그러면 반대로 지원자님께서는 이 회사에 어떤 공헌을 하실 수 있으신가요?"
첫 회사에서 일을 할 때의 일이었다. 그룹사 교육을 받고 계열사 교육을 받는 첫 날 [공헌]에 대한 교육을 받았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사실 교육에 대한 내용은 크게 기억에 남지 않지만, '회사생활을 하며 회사에 기여를 해야 한다'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지 않을까 싶다.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신입의 입장에서 그 교육은 내 머리를 크게 강타해버렸다. 세상에, 월급쟁이는 그냥 시키는 일 하면서 월급만 받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회사에 기여를 해야 하는 존재라니! 그렇게 나의 회사생활은 '회사에 기여를 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기에 바빴고, 그 과정에서 "왜 이렇게까지 인생을 갈아넣고 있어요?"라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꽤 많이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역할이 어떤 것인지를 찾고, 그 역할 속에서 회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를 고민하고, 그 부분을 내가 해결해보려고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이에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회사에 도움이 되고자 했던 나의 태도가 내 역량과 경험을 성장시켰던 것이다.
기여, 헌신, 이바지 등의 단어들은 '도움이 되게 역할을 하다'라는 공통적인 의미는 가지고 있지만, 내부에는 '(나의 자원을 일정 이상으로 소비하여) 도움이 되게 역할을 한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루틴한 일을 잘 해결해냈다고 해서 회사에 대한 기여가 크다고 이야기하진 않는 것이 그런 의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회사에서 나에게 주는 일들만 나는 열심히 처리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일을 한다. 그리고 그 일을 다 했으니 본인은 할 일을 다 했다고 주장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회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업무들을 처리할 담당자가 완벽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업무의 빈 공간이 생기게 되고, 그 공간을 내가 해결하여 회사에 기여하려는 그 마음이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하나의 루트가 된다. 기여를 하려고 했던 내 마음이 나를 성장시켰던 것처럼 말이다.
존 F. 케네디의 유명한 연설이 있다.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십시오." 연설문의 맥락상 이 내용은 국가에 충성하라는 내용보다는, 국민이 개별적인 주체로서 어떤 가치를 실천해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문장은 회사 안에도 당연히 유효하다. 회사가 개인에게 어떤 것을 해줄지를 기대하는 것보다, 자신이 회사를 위해 어떤 것을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면, 회사 속의 부품인 내가 아닌 회사와 함께 성장해나가는 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나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기에, 회사라는 시스템 속에서도 주체적으로 생활하고 싶은 마음은 물론 나에게도 있다. 그래도 내가 회사에 어떠한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하자. "회사가 저의 포트폴리오를 위해 얼마나 서포트해주실 수 있으신가요?"는 너무 선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