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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심씨 Sep 11. 2024

나중에 팀장으로 불러주세요.

시간과 성장의 상관관계

현재 재직하고 있는 회사에서 꽤 많은 직원들과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연속하고 있다. 면접, 근로계약서 작성, 사직서 작성의 모든 과정들을 대면하다보니 다른 직원들보다는 직원의 생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다. 정말 다양한 이야기와 기억에 남는 멘트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 하나가 문득 떠올라 글을 쓴다.


"팀장님, 나중에 회사 창업하시면 저 팀장으로 불러주세요."




스타트업의 특징 중 하나는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회사의 업무범주들이 정확히 나워져있지 않으니, 개개인이 맡아야 할 일의 범위가 굉장히 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일들을 해결해나가다보면 그만큼 빠르게 관점이나 역량들이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더 큰 업무범위를 담당할 수 있는 빠르게 팀장의 자리로 올라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그럴만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문제해결을 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본다. '이건 솔직히 구글에 한 번만 검색해봐도 알만한 일인데...'  싶은 일들을 매번 질문하고 있는 그들을 상대하다보면 여유가 있을때야 기분좋게 알려주다가도, 바쁜 상황과 함께 몰아치면 심신수양이 상당히 된 사람이 아니고서야 답답함과 짜증이 밀려올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그들에게는 그들이 할 수 있는 범주의 일들만 주어지게 되고, 그렇게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들만 하다가 '업무가 성장하지 않아 퇴사하겠습니다'라며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창업을 하게 되면 팀장으로 불러달라고 했던 친구가 그런 친구였다. 구글 검색 한 번을 안 하고 바로 질문부터 하고는, 뒤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다시 질문하는. 그리고 그의 이야기에 나는 '이게 무슨 소리야...'라는 생각에 머리가 띵했다. 


'아니, 내가 왜 문제해결도 못하고, 스스로 성장하려는 의지도 없는 당신을 팀장으로 불러야 해? 단지 이 작은 회사에서 우리가 함께 2년 정도의 시간을 함께 했다고 당신이 다른 회사에서는 팀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등등의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갔지만, 다신 안 볼 사이라는 마음으로 웃으며 그를 보내고 난 후 마음 한 켠의 씁쓸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채용의 과정에서 많은 이력서들을 보다보면, 팀원으로 4개월, 5개월, 4개월, 5개월 후 팀장 지원을 하는 경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농담이 아니고 정말로 많다.) 회사생활 4개월이면 이제 겨우 회사가 돌아가는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지 이해가 될만한 시점인데, 그 기간을 몇 번 반복한다고 그들의 업무 역량이 성장했을리는 만무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기가 있었던 회사에서 본인들이 모든 업무를 도맡아 했다고 하며 팀장이 역량이 있다고 주장한다. 아이고....


면접에서부터 본인의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날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이력서를 조용히 닫고 불합격으로 분류하지만, 마음 속에는 전화를 해서 지금은 그렇게 이력관리를 할 때가 아니라고 오지랖을 부리고 싶을 때가 많다. 정말이지 그만큼 답답하다.




시간의 흐름과 개인의 성장은 절대로 비례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학창시절을 통해 경험을 해봤지 않나. 초-중-고에 진학한다고 해서 지식수준이 자연스레 올라가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교육의 시스템이 갖춰져있지 않는 작은 회사일수록 개인이 성장하려면 업무시간 그리고 업무외시간을 정말 잘게 쪼개가며 성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발이라도 앞서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니 부디 "입사한지 좀 됐으니 팀장 시켜주세요." 같은 생각은 내려놓고, 내가 기간동안 열심히 성장했는지를 돌아보자. 


그래, 이런 건 판타지에서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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