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가능할까?
작게나마 개인사업과 법인사업을 해본 나의 입장에서 작은 회사일수록 회사의 대표는 정말로 바쁘게 일을 한다는 것을 안다. 사실 대표라고 불리기만 할 뿐이지 그 회사가 만들어내려고 하는 비즈니스의 A-Z까지를 모두 책임지는 역할이 대표의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회사의 직원들은 대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심지어는 외부 미팅으로 꾸준히 밖에 나가있는 대표를 보고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는 대표"라고 오해를 하기도 한다.
대표의 입장에서는 억울해 팔짝 뛸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본인의 역량부족인 것을...
작은 회사의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표들이 "대표실"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놓고 직원들과 공간을 분리해서 쓰는 경우들이 있다. 적어도 내가 그동안 봐왔던 모든 회사의 대표들은 그렇게 대표실이라는 공간 안에 머물렀던 것 같다.
분명 대표의 입장에서는 그 공간 안에서 사람들과 공간이 분리된채로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 공간 밖에 있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대표가 안 보이니 놀고 있는지, 자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나는 대표가 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나에게 일을 주고 있는 대표는 눈에 안 보이니 과연 저 사람은 놀고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에 감정이 더해져 확신이 된다.
그렇게 직원의 머리 속에서 대표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많은 회사의 대표들이, 팀장들이 직원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업무 보고를 받기를 원한다. 직원이 어떤 일을 했는지, 지시한 일이 어디까지 진행이 되었는지, 특이사항은 없는지를 수시로 확인하고 점검하고 싶어한다. 물론이다 회사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리더들은 수시로 인지하고 방향성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직원의 입장에서도 대표가, 팀장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대표와 리더가 어떤 일들을 하고 있고, 그들이 어떤 방향성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자신의 업무도 그 방향성 안에서 맞춰가면서 일을 할 수 있다. 큰 흐름은 리더의 머리 속에만 있는데, 그 흐름 속에 속하는 업무가 같은 방향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렇게 서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가 투명하게 공유가 될 때 회사의 안에서 신뢰가 쌓여가게 된다. 정보의 비대칭이 있는 상황에서 조직을 신뢰하면서 같은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원은 당연하게도 없다. 신뢰가 부족한 조직 속에서 그 어떤 조직이 이 회사가 내 회사라는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을까.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원한다면, 직원들이 대표처럼 생각하기를 원한다면, 주도적으로 일하는 직원을 찾고 싶다면 리더의 일상과 생각을 주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리더들이 하는 일은 알려주지 않으면서, 직원들의 1분 단위의 업무를 확인하고 싶어한다면 직원들의 입장에서 조직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느낄 수 밖에 없고, 회사와 자신의 삶을 분리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대표님,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같이 달리고 싶다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