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과 시장가치의 관계
몸값 :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빗대어 부르는 말
딱히 대체할만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몸값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이 단어를 쓰고 나니 사람도 돈으로 환산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좋지 않다. 하지만 '가치'라는 단어보다는 조금 더 직관적이니 이 단어로 일단은 글을 써내려가보려 한다.
서류전형을 하다보면 정말 안타까운 이력서들을 몇개 보게 된다.
A의 사례
5인 미만 소기업에서 재직을 하였다. 채용을 하기 힘든 기업이었기에 연봉이라도 타 기업 대비해서 조금 더 높게 책정하는 방식을 택하였던 것으로 보여 경력대비 높은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 사업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진 못해 폐업의 수순을 밟았다. 그때 당시에 받았던 연봉 이상의 금액을 희망연봉으로 기재하였다.
B의 사례
4~5곳의 직장은 다녔지만 1년 이상 재직한 회사가 1곳이 될까말까. 대부분 7~8개월 차에 이직을 하였고 이직할 때마다 연봉은 올라갔다. 합산한 경력은 4년차이지만 업무 숙련도는 높을 것 같아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연봉은 6~7년차 정도의 연봉을 희망한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자신의 실력에 대비하여 높은 연봉을 받는 상황들이다. 물론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문제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도 당장이라고 연봉 1억을 주겠다고 한다면 그 회사로 바로 이직할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연봉에만 눈이 멀어서 자신의 실제가치는 떨어져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묵묵히 일을 하며 배워나가는 시기'라는 것이 분명히 필요하다.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추고, 직무에 대한 전문성도 습득하며, 자신이 하는 업에 대한 관점까지 정립해나가는 그 시간들이 반드시 회사생활을 하는 사이에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우리는 '성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요즘의 이력서들을 보면 어떻게든 높은 연봉을 받고 싶어서 애쓰는 이력서들이 많이 눈에 띈다. 경력도 없고 전공도 관련 전공이 아닌데, 얼마 이하면 절대 입사하지 않겠다거나, 누가봐도 전문성이 쌓이지 않아서 당장 실무에 투입하기 어려워보이는 지원자인데도 팀장급의 연봉과 대우를 바라는 모습들을 많이 보인다.
묵묵히 일을 하며 배워서 숙성되는 그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연봉이 나의 몸값과 정확히 매칭이 되려면 내가 그 회사를 떠나도 직장에서 받는 만큼은 벌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금액은 나의 몸값, 나의 가치가 아니라 그저 내 명함에 따라오는 금액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명함이 사라지면 더이상 받을 수 없는 돈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당장 회사에서 나에게 줄 수 있는 눈 앞의 급여에 쩔쩔맨다. 100만원이라도 더 받기 위해 성장의 가능성이 있는 조직을 포기하고, 위의 이력들처럼 여기저기 옮겨다니기 급급한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전화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 정도지만 그럴 수 없음에 속상해할 뿐이다.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다들 빠르게 은퇴하고 싶어하는 시대가 아닌가.
은퇴 후에 시장에서 나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가려면 내가 회사에서 사용하는 경험과 스킬들이 시장에서 나 홀로 있을 때 돈과 교환할 수 있는 것들인지, 내가 그것들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원을 들여가며 꾸준히 투자를 하고 있는지, 그것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이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나의 역량들을 쌓아가자.
8개월만에 이직하면서 몇백만원씩 연봉은 오를지 몰라도 직장인으로서의 배움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시장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