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을수록 더 티나요.
생각해보면 지금까지는 책상의 크기를 신경쓰면서 일을 하진 않았던 것 같다. 첫 회사에서는 '내 자리'가 없이 노트북을 들고 아무 곳에서나 앉아 일을 하는 자율좌석제의 공간이었기에 두 번째 회사에서는 '나의 고정적인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내가 지금 회사에서는 (실상은 경영지원 업무에 더 가까운) 인사팀에서 일하게 되면서 책상을 직접 구매하고 배치하는 업무들을 진행을 하다보니 책상의 사이즈가 더 눈에 들어오게 된다.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몰랐을 때가 오히려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지금 회사의 책상은 140cm를 사용하고 있다. 140cm의 책상 위에 컴퓨터를 놓고, 27인치 듀얼모니터 두 대를 올리고나면 남는 공간은 없다. 컴퓨터를 어떻게든 책상 뒤로 배치하고, 모니터 하나는 세로로 쓰고, 각종 정리용 서랍들까지 사용하면서 책상을 정리하려고 해도, 절대적인 공간이 부족해 지저분한 공간이 연출이 된다.
늘 책상을 책상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주변 동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내용의 교육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조금만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금방 이런 저런 물건들로 어지럽혀져있는 내 책상을 발견하게 되고, 이내 한숨만 쉬게 된다.
아휴. 이놈의 전동드릴은 왜 또 여기에 있는 거야.... (전동드릴은 중소기업 경영지원팀장의 필수템이다.)
공간이 비좁다보니 청소를 자주 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었고,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하다보니, 근본적인 문제를 깨닫게 되었다. 물건이 너무 많다. 볼펜만 해도 검정색,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이 각각 두개씩 있어야 마음에 놓이는 '위급상황 대비 증후군'이 있는 사람이기에 없어도 될 물건이 책상 위에 너무나도 많은 것이다.
서류를 분류할 공간도 두개나 있고, 텀블러 두개, 컵도 두개, 다이어리도 작년 다이어리를 못 버리고 있고, 서랍 속에는 키보드용품들이 가득할 정도로.... 공간이 작아지니 내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기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책상 위를 둘러보니 당장 필요없는 물건들이 책상 위에 정말 많았다. 하지만 문제는 '언젠가는 또 쓰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의 끝에 결국 그 물건들은 차곡차곡 다시 책상 위에 수납되어서 조금만 정리를 안 해도 지저분한 내 책상을 연출하고 있다.
지금 버리면 나중에 또 필요할 때 찾을 것만 같고, 이 물건이 필요한 누군가가 있을 것도 같은데 그냥 버리면 낭비하게 되는 것만 같고, 이 플라스틱이 결국 쓰레기장에서 환경을 훼손하게 될 것만 같고....
오만가지 핑계를 머리 속에 떠올리며 결국 못 버리니 어쩔 수 없이 정리의 쳇바퀴를 열심히 돌릴 수 밖에 없다. 정리라도 해놔야 '팀장님 책상 너무 더러워요'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