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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맹한 바닷가재 Sep 28. 2020

낙조에 대한 단상

낙조 : [명사] 1. 저녁에 지는 햇빛. 2. 지는 해 주위로 퍼지는 붉은빛.


22년 전 고교 친구들과 을왕리 해수욕장을 방문했었다. 당시에는 영종대교, 인천대교도 없었기 때문에 영종도를 가려면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갔어야 했다. 영종도 선착장에서 또 버스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을왕리 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 폭죽놀이와 물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저녁이 되자 우리는 다 같이 모래사장에 앉아 낙조를 감상했었다. 그리고 그대로 누워서 잠을 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젊으니까 가능했던 노숙이었다. 


22년 후 을왕리 해수욕장을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다시 방문했다. 그때 친구들과 누워서 낙조를 보았던 장소에 앉아 감상했다. 당시, 친구들과의 추억이 소환되었다. 멋진 낙조와 함께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기억은 궁합이 딱 맞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낙조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라보는 마음은 달랐다. 미래를 알 수 없었던 고교시절에는 일시적인 현실도피였다면, 지금은 아내에게 선물을 주는 시간이었다.


낙조를 보면서 감동받은 마음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낙조의 하늘은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관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감동받은 경험은 뇌에서 장기기억으로 남아진다. 우리는 이것을 추억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인간은 늘 감동에 목말라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감동받을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감동이 아닌 쾌락을 추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즉흥적이고 자극적인 쾌락에 빠지다 보면 허무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동을 포기할 수 없다. 


감동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새해가 아니더라도 일출 시간에 맞춰 집 근처 산에 올라가 일출을 봐도 좋고, 공원에 나가 일몰을 봐도 좋다. 일출과 일몰은 매일 볼 수 있다. 돈도 필요 없다. 의지와 시간만 있으면 된다. 감동과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이미 있는 것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인생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오늘 저녁에 낙조를 보러 나가보라.


일몰시간 오후 6:19

2020년 9월 28일 월요일 (GMT+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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