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도 소리
바다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로 파도소리다. 파도소리는 바람에 따라 소리의 크기가 달라진다. 서해의 영종도 해변에서는 파도 소리가 크지 않다. 반면, 동해 속초해변의 파도소리는 영종도보다 크다. 양양의 해변은 속초보다 더 클 것이다. 도시에서는 타이어와 아스팔트의 마찰음이 들리고 숲 속에는 나뭇잎들이 바람에 의해 마찰을 일으키는 소리가 난다. 바다는 바람에 의해 물끼리 부딪히면서 소리를 낸다. 파도 소리를 듣고 있으면 잡념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2. 글씨 쓰기
바닷물이 지나간 모래 위에 글씨를 쓸 수 있다. 주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쓰거나 하트를 그린다. 글씨를 쓰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이곳에 글씨를 쓰고 싶을까? 내가 머문 곳에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일까? 그런데 스위스 융프라 후 꼭대기 휴게소에 벽에다 매직으로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은 이해하는데(그래도 공공장소에 낙서는 하지 말아야 한다.) 왜 다시 쓸려갈 모래 위에 글씨를 쓸까? 이유는 하나다. 재미있으니까.
3. 천천히 걷는다.
모래사장 위에서는 빨리 걸을 수 없다. 뛰어도 뛰는 게 아니다. 자연스럽게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다. 매일 바쁘게 걷는 현대인들에게 바다의 모래사장은 강제로 느린 걸음을 선사해 준다. 얼마나 감사한가. 그렇게 느리게 모래사장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색을 하게 된다. 낙조까지 함께한다면 시라도 한 편 써야 할 감성에 젖어든다.
4. 모래 놀이
사람들은 모래를 만지면 무언가 만들고 싶어 한다. 나도 그렇다. 아이들은 모래사장에서 조개도 줍고, 땅도 파고, 성도 만든다. 어른들은 모래로 얼굴만 남겨두고 자신의 몸을 덮는다든지 목적 없이 땅을 파기도 한다. 전생에 두더지였을 가능성을 의심해 볼 정도다. 이렇듯 바다에서는 모든 것이 놀잇감이 된다.
5. 파도타기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최대의 이벤트는 파도타기다. 튜브가 있다면 만수르도 부럽지 않다. 1~2시간 파도를 타도 지치지 않을 정도로 재미가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파도타기를 즐기다 보면 세상 걱정 없고, 부러울 게 없다. 조금이라도 더 큰 파도가 오길 기대할 뿐이다. 아무런 걱정 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순간이다. 게다가 설레기까지 한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이다.
6. 지구를 느끼다.
바다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멀리 보이는 지평선은 가능성의 세계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실감하고 해가 지는 속도를 보면서 생각보다 지구가 빨리 돌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바다가 있기에 인류가 존재할 수 있고, 모래가 있기에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바닷속 수산물들은 위장에 쾌락을 선사하고 바다에서 얻은 소금으로 싱거운 미역국을 한 숟가락 더 먹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바다를 보고 그곳에서 노는 것은 즐겁고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