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는 서재가 있다. 가족들의 학교 졸업사진을 비롯해 오래된 사진 앨범들과 부모님의 책들과 내가 20년 전에 사서 보던 책들도 그대로 있다. 그래서 서재에 들어가면 최소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동안 머물면서 이것저것 보면서 추억에 빠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시는 집 밥을 먹을 수 있다. 급식, 식당 밥, 아내가 해준 밥과는 전혀 다른 맛이다. 어머니 손 맛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먹어왔던 밥 맛이 어디 가지 않는다. 맛있게 먹다가도 이 밥을 영원히 먹을 수 없다는 현실에 잠깐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어머니의 얼굴과 모습을 눈에 가득 담아 본다.
알 수 없는 편안함과 포근함이 느껴진다. 본가에서 머무는 시간들은 휴가지에서 느끼는 편안함과는 성격이 다르다. 부모님이 계신 곳이라는 것만으로 자식에게는 큰 안정과 위로가 되어 주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