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 만년필 사용 후기
나는 줄곧 JETSTREAM펜을 선호해서 즐겨 사용했었다. 하지만, 더이상 일반펜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1년 전 가장 친한 친구가 나에게 만년필을 선물해줬다. 독일 '라미'사의 제품이었다. 평소 만년필을 갖고 싶었기에 더할나위 없이 기뻤다. 일반 펜에 비해 두껍긴 했지만, 그래도 만년필 특유의 멋스러움 때문인지 계속 들고 다니게 되었다. 그래서 10개월 정도 만년필을 사용한 후기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1. 글을 쓰고 싶어진다.
나는 메모할 일이 있으면 주로 에버노트를 활용한다. 만년필을 사용한 이후로는 가끔씩 노트에 적는 습관이 생겼다. 만년필의 필감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만년필로 글을 쓸때마다 느끼는 묘한 기분이 계속해서 글을 쓰게 만든다. 이왕 쓰는 거 메모 뿐만 아니라 의미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손편지 쓰기다. 지인들의 생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축하 카드를 쓰게 된 것이다. 만년필을 사용할 기회를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카드를 받는 지인들의 반응을 보니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년필의 필감도 충분히 느끼고 지인들에게 기쁨을 주는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2. 글씨체가 마음에 든다.
만년필로 글을 쓰면 멋지다. 평소 내 글씨를 악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내 글씨 조차도 멋진 글씨가 되어 버린다. 아무래도 더 신경을 써서 글을 쓰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글씨를 잘 쓰게 되었다. 특히, 사인을 할 일이 있으면 정말 기쁘다. 도장을 써도 되는데 굳이 만년필로 사인을 하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3. 필감이 너무 좋다.
기성 볼펜들은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을 만년필은 가지고 있다. 이것은 아무리 글로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본인이 직접 써봐야 안다. 사탕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사탕을 찾지 않는다. 사탕을 먹어 본 사람만이 계속 먹고 싶어하는 것처럼, 만년필의 필감을 직접 경험해 보면 다른 펜을 쓸 수가 없다.
4. 책에 있는 좋은 구절을 필사하게 된다.
독서를 하다가 좋은 구절이 나오면 주로 컴퓨터에 옮겨 적었다. 이제는 노트에 적는 습관이 생겼다. 만년필로 좋은 구절을 노트에 적으면 해당 내용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책 읽는 즐거움과 더불어 필사하는 즐거움까지 생겼다.
5. 분실 가능성이 낮아진다.
나는 주로 펜을 하나 사용하면 2주일 이상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자주 잊어버리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만년필을 사용한 후로는 아직까지 잃어버리지 않고 잘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가치있게 생각하고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진 것 같다. 오랫동안 사용해서 나중에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다.
6. 의식수준이 올라간다.
만년필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동사무소, 은행, 부동산에서 만년필로 사인을 하면 왠지 큰 계약에 사인을 하는 사업가가 된 기분이 든다. 한 마디로 의식수준이 올라간다. 모나미를 사용했을 때와 전혀 다른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