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3시, 입이 심심했다.
배고픈 것도 그렇다고
안 고픈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랄까.
굳이 뭘 먹지 않아도 저녁밥을 먹기 전까지
충분히 버틸 수도 있었지만,
모처럼 돌아온 주말이니
맛있는 거 하나라도 더 먹고 싶어진다.
음, 뭘 먹으면 좋을까.
오랜만에 케이크를 먹을까,
아니면 초코칩 쿠키를 먹을까.
결국 케이크도 쿠키도 아닌
엉뚱한 소금빵 하나를 집어 들었다.
한 입, 버터 향이 진득했고
또 한 입, 짭짤한 소금 알갱이가
느끼함을 잡아준다.
'소금빵'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직관적인 맛이다.
그리고 어느새 마지막 한 입,
아쉬우니 반에 반쪽씩 아껴 먹어야지.
분명 출출함 방지용으로 먹기 시작했는데
왜 때문에 맛있는 걸
더 한가득 먹고 싶어지는 걸까.
큰일이다, 입이 더 심심해져 버렸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본격적으로 음식이 나오기에 앞서
애피타이저가 나오곤 한다.
파스타를 주문했는데 바게트가 선수를 친다거나,
콩나물무침을 먹고 있으면
뜨끈한 국밥이 뒤늦게 등장하는 식이다.
바로 본 게임에 들어가면 속 시원하겠다만,
그렇다고 이런 새치기가 마냥 밉지는 않다.
오히려 운동을 하기 전에 몸을 풀어주는,
그러니까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둔해진 미각을 깨우고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준다.
출근과 퇴근 그리고 주말,
반복되는 일과 중 애피타이저 같은 순간이 있다.
오늘이 수요일인지 목요일인지
헷갈릴 정도로 지쳐버린 하루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게 하는 그런 순간들.
저 밑바닥까지 떨어져 있는 의욕을
단숨에 끌어올려 준다.
조만간 연차를 쓰고 멀리 다녀오자는 말과
자기 전에 봤던 감동적인 영화는,
어쩐지 오늘과 다르게 내일을 기대하게 하고
어제보다 주어진 하루를 영화 속 주인공만큼이나
반듯하게 살아보고 싶게 만든다.
그다음을 적절히 돋우어 주는
애피타이저를 매일 먹고 싶다.
수동적인 나를 주체적으로 만들고,
지루한 일상에 설렘을 더해주는 그런 걸로.
아직 맛보지 못한 미래를
더 맛있게 맞이할 수 있도록.
음, 오늘은 또 어떤 걸 먹어볼까.
오늘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두부 과자 한 봉지에
전화 한 통을 곁들이면 그걸로 충분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