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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챔피언 May 03. 2019

일본취업 오해와 진실 (Part 1)

Part 1: 연봉보다 중요한 것

우리나라의 높은 실업률과 일본의 이민정책이 맞물리면서 일본취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월요일의 도쿄 이원준 대표와 함께 일본취업에 뛰어들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경제적·문화적 요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 첫 번째 시리즈인 일본취업 오해와 진실 (Part 1: 연봉보다 중요한 것)에서는 일본취업을 망설이고 계신 분들을 위해 월급, 그리고 월급보다 중요한 고려사항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경제적 기회는 한국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봐야

일본 기업은 월급이 높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 초봉은 한국과 거의 동일하며 다만 업종별·근속기간별 경제적 기회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초봉은 월 23-25만엔(한화 230-250만원)으로, 우리나라 대기업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습니다. 다만 일본의 경우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거의 동일한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는 점이 특징인데요. 다시 말해 기업 종류에 따른 편차는 있지만, 어학능력과 교육수준이 평균 이상인 지원자에게 있어 의미 있는 봉급 차이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연봉 금액만으로 비교하기 힘든 부분(고용 안정성, 봉급인상 및 진급 속도, 생활비 등)에 관해서는 개인의 진로목표나 선호하는 생활 방식에 따라 경제적 기회가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봉을 제외한 일본취업의 기타 경제적 요소들을 기회(장점)와 리스크(단점)으로 구분해 보았습니다.


일본 취업의 경제적 기회 및 장점

고용안정성: 우선 일본은 종신고용제가 보편적입니다. 물론 말 그대로 평생 고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뽑은 사람은 큰 실수가 없는 한 회사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문화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비해 구조조정이나 감원 사례가 적고 고용 안정성이 높습니다.

● 월급인상 속도: 초봉이 우리나라 대기업보다 낮은 회사이더라도, 월급인상 속도가 높아 통상 경력 8-10년차에 한국기업 연봉을 앞지릅니다.

● 생각보다 괜찮은 물가: 물가 자체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약간 높지만, 실질적인 생활비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선 식비의 경우 7백엔(약 7천원)이면 한 끼 식사가 가능해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또 교통비도 대부분 회사에서 보전해 주기 때문에, 출퇴근 용으로 대중교통만 이용하는 경우에는 월급에서 나가는 교통비가 거의 없습니다.


일본 취업의 경제적 리스크 및 단점

● 국내 대기업 대비 낮은 초봉: 일본은 대기업·중소기업 관계없이 모두 평준화된 월급(23-25만엔)을 지급합니다. 대만과 같이 평균 연봉이 일본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형성되어 있는 국가들에 비하면 경제적 기회의 차이가 분명하지만, 이 정도 월급이면 우리나라에 비해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닙니다.

 높은 초기 정착비용: 일본 월세방은 한국과 달리 청소비, 열쇠비 등 자잘한 비용이 따릅니다. 또 미리 예약을 중시하는 일본 문화로 인해 월세 2달치를 선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과소비의 유혹: 미슐랭 맛집, 명품 브랜드를 추구하는 분이라면 일본에서는 개인금융과 재테크에 조금 더 신경 쓰셔야겠습니다. 이원준 대표는 "식비의 경우 가격대 하한선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6천원 대에 형성되어 있지만, 미슐랭 맛집 등 고급 옵션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아 과소비의 유혹 및 실제 지출이 더 크다"며, 절약정신을 가지고 알뜰살뜰 저축할 각오가 있어야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생활비를 지출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경제적 요인보다 중요한 것은 성격, 그리고 사고방식

제아무리 비싼 옷도 몸에 맞지 않으면 입을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본에 취업하는 것이 아무리 경제적으로 유리하더라도 자신의 성격과 일하는 방식에 맞지 않으면 본인의 발전에 해로운 진로가 될 것입니다. 월요일의 도쿄 이원준 대표는 일본취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스스로 먼저 답해볼 것을 조언합니다.


속도를 중시하는가, 디테일을 중시하는가?

디테일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일본 기업문화와 좀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보고서를 내고, 혼나고, 수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한 번 제출할 때 잘하자는 경향이 강합니다. 따라서 실수해 가면서 일을 배우는 타입, 혹은 일을 신속히 끝내지만 디테일을 쉽게 놓치는 타입은 일본 기업문화와 잘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딱딱한 전통과 규약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일본은 절차와 질서를 생명으로 여기는 나라입니다. 예를 들어 존댓말의 경우 한국어보다도 체계가 더 복잡하며, 회의석의 배치, 명함 주고받는 방법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예절과 규범이 자리잡고 있어 따라야 하는 규율이 많습니다. 비즈니스 방식도 매우 전통적이어서, 우리나라에서 자리잡고 있는 전자서명(DocuSign 등을 통한 인감이나 친필서명 없는 계약문화)은 일본에서는 아직 상상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비즈니스 규범에 그나마 흥미를 느끼고, 따를 생각이 있는 분이라면 일본 기업문화와 잘 맞을 것입니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경우 불필요한 구속의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 취업, 정말 한국보다 쉽나?

'유효구인배율'이란 인구 1인당 할당된 일자리의 개수를 의미하는데, 일본과 한국의 유효구인배율은 각각 1.6, 0.6으로 일본이 한국의 두 배 이상입니다. 수치상으로 보면 한국에 비해 일본이 훨씬 일자리를 구하기 쉬운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취업의 실질적 난이도는 업계, 지원자의 일본어 숙련도 등 다른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단순히 일본취업이 더 쉽다고 단정지어서는 안 됩니다. 또 취업이 되더라도 추가수당 부지급, 직장내 괴롭힘이 만연하는 블랙기업에 들어가게 될 위험도 있습니다. 일본취업을 결코 만만하게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 3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취업이 쉬운 곳은 힘든 업계인 경우가 많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고소득 전문직은 취업이 매우 어렵습니다. '쉬운 곳으로 골라 가자'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가는 매장관리, 잡무 등 힘든 업계로 들어가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직종은 한국에서도 비교적 쉽게 취업할 수 있을 뿐더러, 커리어 발전 측면에서 도움이 되기 힘듭니다. 또 IT업계의 경우에는 취업 문턱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인이 기피하는 파견업체 등에 들어가 외주업체 및 원사에서 모두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월요일의 도쿄 이원준 대표는 "특히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단순히 일본 취업을 목적으로 휴학을 내고 코딩을 배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합니다.  

블랙기업에 들어가게 될 위험이 있다

일본에서 블랙기업이란 임금 미지급, 직장내 따돌림 및 성희롱 등 부조리 및 불법행위가 만연한 회사를 일컫는 말로, 실제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블랙기업을 가려내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한국사람과 같은 외국인은 일단 일을 시작하면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렵고, 주변 도움을 청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블랙기업으로 인해 피해를 보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꼼꼼한 회사탐색과 직장문화 공부는 필수이며,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일본취업은 생각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일본어는 쉽지만, 언어의 장벽은 존재한다

다행히도 한국어와 비슷한 어순 덕분에 일본어는 우리나라 사람이 배우기 가장 쉬운 언어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일본어는 한자를 기본으로 하는 만큼, 한자의 독음과 뜻을 모두 외워야 하는 복잡함이 있습니다. 또 한국어보다 존댓말 구조가 복잡해 생각 외로 언어학습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월요일의 도쿄 이원준 대표는 "언어능력은 계단식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원어민처럼 잘 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JLPT N2 수준의 언어구사, N1 수준의 비즈니스 단어 암기를 목표로 하고 나머지 시간을 면접 준비에 할애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일본 취업에 도전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지금까지 다룬 경제적·문화적 고려사항들이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일본취업을 위한 마음의 준비가 되셨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지는 '일본취업 오해와 진실 (Part 2: 자기분석 없이는 백전백패)'에서는 월요일의 도쿄 이원준 대표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일본의 채용문화와 면접 중심의 채용 프로세스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취업 공략을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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