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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인 Dec 16. 2015

프로 작곡가들의  작곡하는 법

[뒤늦은 작곡가 되기] 작곡하는 법 / 작곡 방법론


처음 작곡에 입문하는 사람들이(나도 그렇고)

제일 먼저 고민하는  작곡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멜로디를 먼저 만들고 거기에 맞는 코드는 찾는 방법이 그 첫 번째.

두 번째는 코드를 먼저 만들고 코드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만드는 방법.


대부분 작곡에 관심을 갖게 되는 사람들은 평소에 어느 순간 갑자기 악상이 떠오르고

그러한 악상을 제대로 된 노래로 만들고 싶어 작곡을 배우려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방식의 문제점은 내 의도와  상관없이 악상이 즉흥적으로 떠올라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장르와 어떤 콘셉트일지 내가 조정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그 악상이 언제 어디에서 갑자기 떠오를지 예측도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보통 어쩌다 정말 좋은 악상이 떠올랐을 때나 사용할 뿐,

이 방식만을 사용해서 작곡을 하는 프로 작곡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그래서 보통 작곡을 배우게 되면 두 번째 방식을 배우고 훈련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 화성학 이론을 먼저 배우게 되는 것이고.

코드를 먼저 짜 놓으면 곡의 콘셉트와 분위기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게 되고,

거기에 맞는 멜로디 악상은 코드 반주를 듣다 보면 더욱 쉽게 떠오를 수 있다.

이처럼 코드를 먼저 만들고 그 위에 멜로디를 입히는 두 번째 방식은

곡의 분위기나 장르, 멜로디 악상이 떠오르는 시간과 장소를 내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이러한 방식을 통해 노래를 만들게 된다.


그런데 사실 현업 프로 작곡가, 특히 대중가요를 만드는 작곡가들이 노래를 만드는 방식은

위에서 말한 방법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들이 코드나 멜로디를 만들기 전에 가장 공을  들여하는 작업은 '레퍼런스 노래 찾기'이다.

전혀 새로운 장르, 새로운 콘셉트, 새로운 사운드 등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새로운 것을 만들었다 해도 그것이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훨씬 더 희박하다.

그래서 대부분 작곡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기존에 이미 있는 좋은 노래(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미국 노래)들을 가져와서 그 곡에서 어떤 부분들은 그대로 유지하고 어떤 요소들에는

변화를 주어 새로운 노래를 만든다.

따라서 곡을 쓰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번에 만들어야 하는 곡의 콘셉트와 장르 등을

먼저 결정하고 거기에 참고가 될 수 있는 레퍼런스 곡들을 수집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곡을 레퍼런스로 주요하게 활용할지 결정이 되면, 그 레퍼런스 곡들에서

어떤 요소들을 가져오고 어떤 요소들을 변화를 줄 것인지 결정하여 곡을 쓰게 된다.


아래의 예시를 들어보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https://youtu.be/9LvdPuDhewY

CL의 멘붕이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참으로  센세이셔널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기존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콘셉트와 사운드를 사용한 노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이 곡의 작곡가로 등록된 테디의 머릿속에서 이러한 것들이 순수하게

나온 것은 아니다. 그는 아마도(거의 99% 확률 상으로) DJ Snake의 'Turn down for what'을 레퍼런스 곡으로  벤치마킹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곡의 비트, 리프 반주와 오리엔탈 콘셉트, 사운드 등 거의 모든 요소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https://youtu.be/HMUDVMiITOU

두 곡의 비트는 모두 트랩 비트를 사용하고 있다. (둥 둥둥하고 울리는 비트 방식)

또한 리프 멜로디는 voice chop 방식을 이용한 사운드를 사용하였고 오리엔탈 콘셉트도 동일하다.

단지 표절이 되지 않기 위해 리프 반주의 멜로디 라인만 바꿨을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듣기에는 참 쉬워 보이지만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은 또 아니다.

레퍼런스 곡의 어떠한 요소를 가져오고, 어떠한 요소는 바꾸거나 새롭게 추가를 할 것인가.

이것을 얼마나 우리나라의 스타일에 적합하도록 잘 하느냐는 음악적인 센스와 음악 시장에 대한 통찰력 없이는 불가능하니까.

CL의 '멘붕'의 경우 레퍼런스 비율이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콘셉트의 음악을 과감하게 시도하였고 노래도 세련되고 파워풀하게 잘 살려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표절 시비에는 걸리지 않을 만큼만 적당하게 레퍼런스 비율을 활용하였다.


그러나 위의 사례와 다르게 그 정도가 좀 지나쳐서 레퍼런스 수준이 아닌 아예 베끼는 수준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그럴 경우 표절 시비가 발생하고는 한다.


https://youtu.be/p9dp2XzMnJ8

장르와 콘셉트, 비트, 구성 악기, 사운드, 곡의 전개 흐름과 구조, 심지어 노래 멜로디까지

거의 유사하게 사용하여 사실 이 곡은 원작자가 표절을 인정했든 하지 않았든 베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어떠한 요소를 가져오되, 어떤 요소들을 변화를 주거나 새로운 요소를 추가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을 자칫 잘못하여 레퍼런스 비율이 너무 높아지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프라이머리나 G드래곤의 표절 시비가 일어났던 이유도 마찬가지로 적정 수준의

레퍼런스 비율을 잘못 맞춰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모든 가수가 이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중가요 작곡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며,

말로만 들었을 때는 외국의 멋있는 곡을 가져와 조금만 바꾸면 되니 무척 쉬워 보여도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히트할 수 있는 콘셉트의 레퍼런스 곡을 찾아 그것을 우리나라 스타일에

맞도록, 표절 시비에도 걸리지 않도록 적절하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리고 요즘에는 보통 한 곡만을 레퍼런스로 사용하지 않고 보통 2,3 곡 이상의 레퍼런스 곡을 적절하게 믹스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위에서 소개한 CL의 '멘붕' 역시 사실 레퍼런스로  판단되는 곡이 몇 곡 더 있고,

그 곡들을 조합하여 만든 것으로 판단되지만 가장 대표적인 레퍼런스 곡만을 사례로 보여준

것이니까.


다시 정리하자면,

단순히 작곡하는 방식은 멜로디를 먼저 만들 것이냐, 코드를 먼저 만들 것이냐의

두 가지 방식이지만 실제 프로 작곡가들이 곡을 쓰는 방법론은 접근법부터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취미가 아닌 프로 작곡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듣고,

히트 친 곡들의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도 분석하는 눈을 키워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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