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런스 곡 어디까지 따라하고, 어디부터 바꿔야 하는가
*레슨을 통해 작곡과 미디를 배우며 배운 내용을 잊지 않고 다시금 제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작성하는 글입니다. 아직 배워나가고 있는 쌩초보자이기 때문에 간혹 잘못된 정보나 의견이 포함될 수 있으니 그러한 점 감안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대중가요의 프로 작곡가들은 대부분 순수하게 창작을 하는 경우 보다는 악상을 떠올리거나 코드를 짜기 전에 먼저 레퍼런스 곡을 찾고 컨셉을 기획하는 일을 먼저 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레퍼런스 곡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즉 레퍼런스 곡의 어느 부분까지 따라해야 하고 어느 부분부터는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서 조금 건드려 보겠다.
이번 포스팅의 핵심을 먼저 설명하자면, 레퍼런스 곡에서 왠만하면
그냥 닥치고 "리듬"은 건들지 말고 그대로 따오라는 것이다.
대중가요는 대부분 리듬과 리프 멜로디, 그리고 노래 멜로디. 이렇게 가장 중요한 요소를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이 3가지 요소는 모두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이 중 한가지라도 조화롭지 못하다면 그 노래는 듣는 사람 귀에 좋게 들리기 힘들다. 특히 리프 멜로디나 노래 멜로디는 그나마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어느 정도 변화를 주기는 쉽지만 리듬은 그 곡의 전체적인 그루브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리듬을 건드리게 되면 전체적인 그루브감이 깨지게 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또한 표절 시비가 발생 할 때도 리프 멜로디나 노래 멜로디로 인한 것인지 리듬이 똑같다고 표절 시비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레퍼런스 곡에서 리듬은 일단 그냥 닥치고 똑같이 만들고 편곡하는 단계에서 약간의 튜닝을 하면 실패할 확률이 낮아진다.
우선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아례의 예시를 살펴보자.
이 곡은 2004년에 엄청난 히트를 쳤던 스눕독과 퍼렐 윌리암스의 곡이다. 비트와 입으로 똑딱거리는 소리, 오직 이 두 가지에 랩만으로 이루어진 곡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단순한 구성이지만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스타일이고, 사운드면에서도 센세이셔널 했던 곡이다. 만약 이 곡을 레퍼런스로 새로운 곡을 만든다면, 해당 곡의 어떠한 요소들을 반드시 차용하고 어떤 부분을 새롭게 변형해야 할까?
이 곡을 레퍼런스로 만든 곡 2곡을 비교해본다면 어떤 요소를 반드시 그대로 가져와야 하는지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우선 스눕독의 곡을 레퍼런스로 아이돌 노래를 만든 사례가 있다. 이 곡의 작곡가는 스눕독의 노래에서 똑딱거리는 리프 사운드가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 같다. 그래서 리프는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단지 사운드까지 똑같이 따라할 수는 없어서 실로폰 비슷한 악기로 대체만 했다. 하지만 무엇인가 허전하고, 중독성도 없고, 그루브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G드래곤의 노래다. G드래곤은 위의 GOT7과는 다르게 리프는 가져오지 않았다. 대신 비트와 '헬로~~'의 노래 멜로디? 부분만 차용했다. 곡의 뒷부분은 다른 노래들을 레퍼런스로 활용하기도 하였으나 도입부분에서는 스눕독의 비트(덥스텝 방식)와 멜로디 부분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며 듣는 사람의 귀를 단번에 사로 잡았다. 그리고 스눕독의 노래는 10년도 더 된 것이다 보니 좀 더 세련되게 들리도록 하기 위해 비트 사운드는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전자 베이스 소리를 조합하여 그루브감을 살리고 있다.
즉 스눕독의 'Drop it like it's hot' 노래의 가장 귀를 잡아 끄는 것은 똑딱거리는 리프 사운드였으나 사실 이 곡의 그루브를 가장 살려주는 것은 리프가 아닌 덥스텝 방식을 사용한 비트(리듬)였다. 그런데 GOT7의 노래는 리프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비트 사운드는 가볍게 통통 튀는 사운드를 사용하여 이 곡의 핵심인 그루브를 전혀 살리지 못했고그 비트마저도 계속 다른 비트로 바꿔가며 비트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G드래곤의 노래는 리프를 버렸으나 비트는 그대로 가져와서 사운드 적인 면만 좀 더 현대적인 소리로 바꿔 원곡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면서 새로운 요소를 적절하게 가미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 몇 가지의 레퍼런스 곡을 활용한 사례들을 추가로 살펴보자.
두 말 할 필요 없이 유명한 곡이다. 그렇다면 일단 이 곡의 리듬은 그렇다치고 그 외에 어떤 요소들을 놓치지 말아야 원곡처럼 좋은 느낌을 살릴 수 있을까.
빅뱅은 원곡에서와 동일한 리듬은 물론, 리프 반주에 사용한 어쿠스틱 기타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물론 리프 반주를 연주하는 악기를 다른 악기로 바꿀 수도 있었지만 이 곡의 코러스(후렴구) 부분을 들어보면 빅뱅이 미스터 빅의 노래를 레퍼런스로 활용한 이유는 바로 원곡처럼 '때창'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때창 컨셉을 위해 리프 반주를 다른 악기보다 어쿠스틱 악기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했다. 단지 리프 반주의 멜로디만을 바꿨고, 좀더 세련된 느낌을 위해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닌 'chop' 기법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코러스(후렴구) 부분에서는 코드 조차도 미스터 빅의 원곡과 거의 유사하게 진행하여 미스터 빅 원곡의 코러스 반주에 'We like 2 party'의 노래 멜로디를 불러도 딱 맞아 떨어질 정도로 레퍼런스 비율을 높여 사용하였다.
그리고 또 다른 사례도 살펴보자.
이 곡은 사실 이효리의 "10 minute"도 레퍼런스로 활용한 곡이기는 하지만 얼마 전 EXO의 데뷔곡으로 크게 히트 친 "으르렁" 역시 레퍼런스로 이 곡을 사용하였다.
"으르렁" 역시 Eve의 원곡과 비트가 동일하고 사용한 사운드만 다르다. 그리고 리프 멜로디를 연주하는 악기 역시 '클라보'라는 악기로 동일하다. 또한 코러스 부분은 코드마저도 거의 동일하여 원곡의 멜로디와 으르렁의 멜로디를 서로 바꿔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요소만으로 히트 곡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것들 외에 훨씬 더 복잡한 계산과 새로운 시도가 합쳐져 노래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골격, 즉 어떤 리듬을 사용할 것이냐, 리프는 어떤 악기로 사용할 것이냐와 같은 기본 뼈대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해 나가는지는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멋있고 좋은 곡을 레퍼런스로 선정하여 따라 만든다고 똑같이 멋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원곡에서 어떠한 요소가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지 파악하고 어떤 요소를 어떤 방식으로 새롭게 추가하거나 변형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기획하는 것에 그 노래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