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괜찮은데 정도로는 성공하기 힘들다. 이거 정말 내가 만들었지만 죽이는데. 대박이다. 수준이어야 비로소 대중이 좋아해준다."
얼마 전 케이팝 스타에서 유희열이 한 이 말에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최근에는 멜로디 메이킹 위주로 작곡을 배우고 있다. 우선 멜로디 수준을 끌어올려놓은 뒤에 트랙을 만드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멜로디가 안되면 결국 죽도 밥도 안된다고. 멜로디는 계산적이고 과학적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우선 가장 빠른 시간에 실력이 느는 멜로디 작곡 실력부터 만들어 놔야 한다는 레슨 선생님의 방향. 여기에 따라 매주마다 기존 노래의 inst에 새로운 멜로디를 몇 가지 버전으로 만들고, 거기에 대한 피드백을 반영하여 수정하는 작업을 몇 달째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노래를 듣고 좋다고 느끼는 히트곡 멜로디의 공통적인 특성을 뽑자면 10가지 정도가 된다. 리듬 분할, 도약, 첫 음 인터벌, 엑센트, 송폼, 싱코 펜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프로 작곡가들은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매뉴얼 화하여 곡을 쓰고 있다. 나 역시 레슨 선생님의 노하우를 전수받아서 이제는 이 10가지의 특성을 멜로디 만들 때 어느 정도 담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잠시 또 만족했었다. 이제 최소한 내가 만든 멜로디가 크게 실패할 확률이 낮으니까.
그런데 유희열의 저 말을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이 정도면 괜찮은데. 라는 생각으로 만족해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작업한 곡들 중에 정말 내가 봐도 대박이다, 죽인다, 너무 좋다 싶은 게 있었나라고 되돌아봤을 때. 자신 있게 Yes라고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뒤늦게 나이 먹고, 인맥도 없고, 경험도 없고, 연주를 잘 하는 것도 아닌 내가 만든 곡이 단순히 '좋네, 나쁘지 않네' 수준에 만족해서는 결국 이도 저도 아니게 될 것은 너무 뻔해 보였다.
뒤늦게라도 어려운 도전을 했다고 그 도전한 행동 자체에 만족해하며 적당한 수준의 노력과 결과물로 스스로 합리화하고 협상하면 안 된다.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아니면 말자. 적당한 타협, 자기만족의 정신 승리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