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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인 Mar 03. 2019

(여자)아이들 Senorita에 대한 개인적 리뷰

물 들어 올 때 노를 저었어야지...

*이번 글은 어찌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견해를 바탕으로 한 아이돌 그룹의 컨셉과 노래에 대한 리뷰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가장 눈에 띄었던 신인 아이돌 그룹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 그룹의 이름을 도저히 뭐라고 읽어야 할지 몰랐다. (G)I-DLE ((여자)아이들) 사실 지금도 여자아이들이라고 읽는 것이 맞는 것인지 확신은 없다. 아무튼.. 데뷔곡이 신선하고 임팩트가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mQk7Evt6Vs

  

https://www.youtube.com/watch?v=YqeW9_5kURI

  이 들의 데뷔곡인 'LATATA'. 이 곡의 레퍼런스는 듣자마자 눈치 챌 수 있었다. 몇 년 전 내가 즐겨 들었던 Major Lazer의 'lean on'을 레퍼런스로 원곡인 힙합 베이스의 EDM을 아이돌 노래에 맞게 좀 더 단순화 시켰고 그러면서도 원곡의 오리엔탈 컨셉과 특유의 분위기와 포스를 잘 살리고 있었다. 여자 걸그룹의 데뷔곡으로 쓰기에 꽤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는 컨셉과 레퍼런스였다. 그런데 그것을 잘 소화하고 있었다. 멤버들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고. 이후에 이어진 후속곡 '한' 역시 동일한 오리엔탈 컨셉 속에서 나름 준수하게 뽑아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후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의 음악 작업팀과 프로젝트 성격으로 함께 했던 K/DA POP/STAR에 여자아이들의 몇 몇 멤버가 함께 하며 오히려 함께 구성된 팝 가수들보다 더 뛰어난 실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여자아이들의 인지도를 더욱 확장 시킬 수 있었다. 더욱이 노래도 극찬을 받으며 현재 해당 곡 뮤비는 유튜브에서 1억 8천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보여주고 있다.('19년 3월 3일자 기준)


  'LATATA'와 '한'으로 본인들의 카리스마와 컨셉을 각인시키고 K/DA 프로젝트를 통해 인지도를 확장한 여자아이들은 이번 곡이 진짜 기회였다. 개인적으로 포미닛(여자아이들과 같은 기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을 능가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번 신곡이 나오자마자 바로 들어보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클 수 밖에 없었다.



  

  큐브는 포미닛도 그랬고 여자아이들 역시 걸크러쉬 컨셉의 걸그룹을 구현하였다. 그리고 그 데뷔곡으로 오리엔탈 컨셉을 활용한 것은 현재의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 참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프로듀스 101에서 얼굴도 알린 바 있던 여자아이들의 메인 멤버인 소연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 이러한 오리엔탈로 충분히 더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 번 신곡 'Senorita'는 갑자기 라틴이다. 쌩뚱맞다는 느낌이었다. 카밀라의 'Havana'를 만들고 싶은 것인가. 물론 여자아이들과 라틴 컨셉이 안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서 선보였던 오리엔탈 컨셉에 비해 그 카리스마가 너무나 약했으며, 무엇보다 'Havana'처럼 노래가 감기지도 않았다. 심지어 여자아이들의 이번 곡은 구성 악기와 사운드만 라틴일 뿐, 그 음악이 타고 있는 그루브는 뽕삘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촌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카페 같은 곳에서 흘러 나오는 식으로 노래만 들었다면 나는 AOA의 신곡인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G8APgeFfkAk

  우선 verse부분의 비트는 너무 단순하고 루즈하며 멜로디 또한 뻔한 감이 있다. pre-chorus부분은 해당 부분만 따로 똑 떼어내고 들어본다면 그 비트와 멜로디 모두 용감한 형제가 이미 수없이 보여줬던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했다. 심지어 "워어어 워어어"하는 부분은 노림수를 가지고 후크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고(후크라고 하기에도 감기는게 너무 약하다) pre-chorus와 chorus의 상생을 위해 (아마도 수정을 하며)일부러 집어 넣은 부분이다. 그리고 이 부분을 이렇게 억지로 집어넣은 이유는 chorus가 생각만큼 잘 뽑히지 않아서일 것이다. verse부분의 노트는 무척 루즈하게 시작했다. 그리고 pre-chorus에서 분위기 고조를 위해 노트를 잘게 쪼개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chorus에서 확실하게 분위기를 띄우지 못하자 chorus에 들어가기 전에 한 템포 쉬어가는 구간을 만들어주며 최대한 chorus부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 느껴지는 구성이다. 컨셉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내게는 아쉬움이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곡이었다.  


  그리고 이 곡이 발매한지 1주일쯤 지난 오늘 기준으로 멜론순위 26위(-), 네이버뮤직  62위(3단계 하락), 벅스뮤직 4위(-), 유튜브 뮤비 조회수 6백3십만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아직 발매한지 일주일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바로 앞선 'POP/STAR' 곡의 조회수가 1억 8천만을 넘긴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기록이 아닐까 싶다. 음원 순위 역시 멜론, 벅스, 네이버의 순위가 저렇게 천차만별인 것을 보면 일부 순위 조작의 영향이 들어가 있을 원인이 크다. 멜론이나 네이버 등 음원 사이트의 댓글을 살펴보면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확실히 이번 노래를 잘 뽑았다고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데뷔곡보다 별로라는 평가도 심심치않게 보이고.




  그렇다면 내가 생각할 때, 이번에 여자아이들은 어떤 컨셉과 레퍼런스를 활용했으면 더 좋았을까.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기존 오리엔탈 컨셉과 align되며, 팜므파탈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 좋은 레퍼런스 방향인 듯 싶다. 그런면에서 ‘ain't my fault' 곡이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eC-F_VZ2T1c



  물론 걸크러쉬라는 컨셉과 오리엔탈을 활용한 노래는 최근 케이팝 시장에서 그 경쟁이 무척 치열해졌다. 기존 블랙핑크와 청하 역시 유사한 컨셉을 선보이고 있으며, 그 어떤 가수도 쉽게 볼 수 없는 인기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그 경쟁을 피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이번에는 방향을 살짝 튼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방향성은 차치하고, 그 파워와 카리스마가 너무 약하다. 'Senorita'는 이전 곡들보다 카리스마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섹시한 컨셉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결국 가장 최악의 수는 이도저도 아닌 수이다. 할거면 제대로 보여주고, 아니면 아예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지금 여자아이들에게 있어 한창 물이 들어오며 이제 열심히 노를 젓고 스퍼트를 해야할 가장 최적의 시기였으나 방향도 약간 어긋나버렸고 힘도 빠져버린 느낌이다. 내가 만약 여자아이들의 A&R, 기획자였다면 이번 노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카리스마 있고 확 꽂히는 노래를 뽑으려 했을 것이다. 전략적 시점 상 이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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