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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인 Feb 24. 2019

기획자의 눈으로 아이돌 그룹 ITZY 분석하기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준비해봤어.

JYP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신인 여자 아이돌 그룹 'ITZY'가 최근 이슈다.


  JYP에서도 데뷔전부터 홍보/마케팅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것이 느껴졌고, 또 공을 들인만큼 전체적으로 다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맴버 외모와, 퍼포먼스, 음악, 컨셉 등 JYP에서 기존 트와이스를 통해 다시 찾은 전성기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민을 했는지 '달라달라' 뮤직비디오 하나만 봐도 전부 느껴졌다.


사실 JYP는 최근 몇 년간 트와이스로 인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남모를 불안함이 컸을 것이다.


  2000년대 JYP의 전성기 시절, 이 시기의 전성기는 박진영 개인의 역량으로 인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히트곡의 작곡과 안무에 박진영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였고, 심지어 원더걸스의 '텔미' 같은 경우, 소속사의 모든 직원들이 곡의 데모를 듣고 이 곡은 아니다라며 반대하였으나 대표인 박진영이 끝까지 밀어 부쳤고 그 결과 대성공을 하였다. 이후에는 마치 애플의 스티브잡스처럼 회사 내에서 아무도 그를 거역할 수 없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Miss A를 끝으로 뭔가 히트했다고 할만한 가수가 나오질 않았다. 그나마 수지가 연기자로 영역을 확장하며 3대 기획사의 명성을 겨우 유지해 나갈 뿐, 박진영이 관여한 아이돌, 음악 모두 신통치 않은 시장 성과를 만들어 냈다.


  그러던 와중에, (조금 냉정히 말해서) 소 뒷걸음치다 쥐를 잡듯 히트를 한 것이 바로 트와이스이다. 애초에 데뷔시키려던 아이돌 그룹이 무산되며, 어떨결에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데뷔가 무산된 맴버와 연습생을 함께 참여시켜 결성된 것이 트와이스이고, 블랙아이드필승이라는 외부 작곡가 프로젝트 팀에게 곡을 맞겨 '우아하게'라는 곡으로 트와이스가 데뷔를 하게 된다. 즉 몇년 간 치밀한 계획하에 기획된 그룹도 아니고 이전과 같이 박진영이 직접 관여해서 만들어진 그룹도 아니다. 그런데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된 탓도 있었겠지만 의외로 시장에서 괜찮은 반응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또다시 연달아 블랙아이드필승이라는 외부 작곡가 팀에게 곡을 의뢰했고 그 결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흥행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내가 소 뒷걸음치듯 히트했다고 표현한 이유는, 애초에 몇년간 치밀한 계획하에 준비한 그룹이 아니었기 때문에 박진영 또는 JYP의 기획 역량이 온전히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보기 힘든 면이 있으며, 첫 데뷔부터 지속해서 블랙아이드필승이라는 외부 작곡가 팀에게 곡을 의뢰하였다는 점이다. 외부 작곡가에게 곡을 의뢰했다고 해당 기획사의 기획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블랙아이드필승이 의뢰 받아 작업한 다른 가수들의 노래는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는데 오직 트와이스 노래만 성공한 것을 보면, 이것은 해당 작곡가팀과 트와이스 맴버 컨셉의 궁합이 운 좋게 맞아 떨어졌을 확률이 높으며, 즉 철저한 기획력보다는 운이라는 요소가 많이 작용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블랙아이드필승의 노래 약발이 점점 떨어져 간다. 생각만큼 좋은 노래가 계속 안나온다. 그래서 중간에 박진영이 곡을 써봤지만 오히려 위기론을 가중 시킬 뻔했다. 이젠 외부의 다양한 작곡가들로부터 닥치는대로 곡을 받으며 어떻게해서든 트와이스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느낌이다.


  트와이스는 치밀한 계획하에 데뷔를 한 것이 아니다보니 처음부터 명확한 포지셔닝과 이미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기를 얻게 되며 트와이스의 장점, 인기를 얻는 포인트를 분석해 조금씩 그 컨셉을 정교화해가는 전략을 사용했다. 굳이 그 컨셉을 명확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생기 발랄한 다채로움"이랄까. 트와이스의 초반 노래들은 작곡 공식으로 따지면 잘정리되지 않은 산만한 구성이었다. 그런데 트와이스 맴버들의 숫자도 많은 편이고 각자 자신들만의 다채로운 매력과 색을 지니고 있다보니 그러한 곡의 느낌과 그룹의 컨셉이 딱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기획사에서는 이후부터 각 맴버별로 무지개처럼 각자 개성있는 색깔과 케릭터를 부여하고, 퍼포먼스에 있어서도 장난스러우면서도 다이나믹한 안무와 동선을 구성한다. 칼군무와 때창을 중심 키워드로 모닝구무스메를 컨셉으로 데뷔했던 소녀시대와는 전혀 반대의 컨셉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과거의 소녀시대 역시 맴버들 나이가 들어가며 더이상 소녀스러움을 컨셉으로 사용할 수 없어 컨셉 포지셔닝이 자리를 못잡고 방황했던 것 처럼 트와이스도 새로운 변화를 줘야할 시기이나 그 방향성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기존과 유사한 컨셉과 노래를 반복하자니 사람들이 식상해할 것 같고, 새로움을 부여하자니 섹시나 성숙함을 부여하기에는 기존 트와이스의 컨셉과 매칭이 잘 되지가 않는다. 기껏 되찾은 JYP의 전성기가 몇 년 가지도 못하고 언제 갑자기 위기에 닥칠지 모를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인만큼 트와이스의 뒤를 이을 새로운 주자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리고 절대로 실패하면 안된다. 기껏 사옥까지 옮기고 조직을 확대하고 있는데 자칫 삐끗하는 순간 그 여파를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 이러한 고민과 위기 상황 속에서 기획되고 만들어진 그룹이 ITZY다.


  



  우선 JYP는 새로운 여자 아이돌 그룹을 만들며 가장 우선적으로 고민했던 포인트는 트와이스의 팬층과 너무 겹치면 안된다 였을 것이다. 즉 카니발리제이션이 발생하게 되면, 운영하는 아이돌 그룹은 2개이나 결국 기존 트와이스의 팬들만 신인 그룹이 뺏어오며 제살 깍아먹기 경쟁만 하게 될 뿐이다. 트와이스는 생기발랄과 함께 순수하고 선한 이미지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과는 구분되는 포지셔닝 영역으로 기존 트와이스가 아닌 다른 가수의 팬층을 뺏어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10대들을 타겟으로 해야하고 아이돌 그룹의 수명도 생각했을 때 섹시 컨셉류는 안된다.

(과거 Miss A의 경우, 데뷔부터 섹시 컨셉이다보니 그룹의 수명이 짧을 수 밖에 없었다. AOA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 섹시 컨셉은 한두번은 성공해도 그 이후에는 연계될 수 있는 컨셉이 무척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섹시 컨셉 이후에 해당 그룹에게 신비감이 경감되기 때문에 인기가 유지되기 힘들다.)


  명확한 타겟을 바탕으로 차별적인 컨셉을 구축하고 있을 경우, 성공하게 된다면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비교적 롱런할 수 있으나 타겟 설정이나 컨셉 기획에 오류가 존재할 경우 보기좋게 실패하게 된다.  실패하면 안된다는 압박감, 거기에 트와이스와 차별되어야 하다보니 가장 쉽게 떠오르는 선택지로 최근 트렌드인 걸크러시, 힙하고 센련됨 류가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클럽에서 잘 나가는 언니들을 연상하면 쉬울 것 이다.) 그런데 이런 포지셔닝은 이미 선점하고 있는 국내 아이돌이 있었다. 심지어 YG라는 대형기획사의 블랙핑크. 기존 투애니원의 컨셉에 좀 더 young하게 접근한 것이 블랙핑크다. 블랙핑크는 투애니원이 브랜드 노후화가 되며 그걸 대체하기 위해 데뷔한 그룹이기 때문에(그리고 투애니원은 해체를 시켰다.) 기존 가수와 컨셉이 겹쳤다고 하기보다는 이어 받았다가 정확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한 블랙핑크가 한창 주목받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들의 컨셉을 그대로 답습하면 그들의 아류가 되고 만다. 그렇다고 전혀 새로운 컨셉을 내세우기는 요즘 통할 수 있다는 검증된 컨셉이 딱히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위험성이 따른다. 그래서 JYP는 결국 우선 실패는 피하고 보자라는 목표로 지금의 ITZY를 기획한 듯 하다.


  ITZY에는 블랙핑크, 레드밸벳, 트와이스의 컨셉이 모두 담겨있다. 즉 지금 시대에 통하고 있는 것은 모두 담아 카니발리제이션도 피하면서 실패할 확률도 최소화했다.


  이 들의 데뷔곡인 '달라 달라'를 들어보면 메간 트레이너의 'me too'라는 곡을 레퍼런스로 만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39&v=qDRORgoZxZU


  일반인이 들어봐도 원곡과 사운드와 분위기 등이 무척 유사하다는 것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는 수준이다. 원곡의 힙하고 세련된 느낌, 약간 장난스러움도 느껴지지만 걸크러쉬를 위해 어느 정도의 무게감도 있어야 하며, 그러면서도 글로벌에서까지 먹힐 수 있도록 전세계에서 이미 검증 받은 곡을 레퍼런스로 선곡하였다. 이 곡은 걸그룹 기획하는 입장에서 한 번쯤은 누구나 레퍼런스로 고려해봤을 법한 안전지향적인 선택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곡을 레퍼런스로 verse와 pre-chorus에서는 블랙핑크를 컨셉으로 풀어나갔다. 하지만 원곡은 리듬이 중요한 팝송인만큼 후렴구 부분에서도 터지는 구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리듬 중심으로 전개해나가고 있다. 만약 후렴구까지 원곡의 테크를 타게 되면 국내에서는 답답하거나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후렴구가 되어서는 트와이스 스타일로 변모하며 한국 가요 형식으로 전환한다. 해당 곡의 작곡가는 이전에 트와이스의 곡을 썼던 작곡가이다보니 후렴구 부분을 트와이스 스타일로 잘 뽑아냈다. 후렴구의 반주만 들어보면 래드벨벳의 러시안룰렛을 레퍼런스로 하고 있으며(코드와 사운드), 노래 멜로디는 트와이스 스타일로 뽑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뮤비에서도 곡의 앞부분에서는 시크한 색상을 배경(흑백, 골드, 실버 톤으로 시크한 무채색 계통이되 블링블링한 느낌을 주는, 즉 블랙핑크 컨셉과 유사한 배경이다.)으로 보여주다가 후렴구 부분에서는 형형색색 다채로운 색상의 배경으로 전환된다. 트와이스 뮤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색상의 형태이다. 그리고 최근 BTS의 영향으로 글로벌 시장을 절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글로벌적인 색체도 넣기 위해 후크 부분과 브릿지 부분에서는 트랩비트로 곡의 비트와 분위기가 잠시 전환되며 레드벨벳의 컨셉과 스타일을 차용했다.


  마치,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와 같은 컨셉이 아닐 수 없다. 요즘 먹히고 있는 장르와 컨셉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놓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는게 이 다양한 컨셉과 곡의 장르를 전혀 무리스럽지 않게 잘 풀어놓았다. 단순히 이것저것 흉내만 낸 것이 아니고 그것을 모두 다 소화해서 하나의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보통 명확한 컨셉 없이 다양한 장점만 모아놓았을 경우 이도저도 아닌 전략과 컨셉이 나오며 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각자의 장점을 잘 조합하고 자연스레 연결되도록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역량이 트와이스 사례처럼 단순히 작곡가의 역량과 운에 의한 것이 아닌 기획사의 기획력과 치밀한 가이드가 초래한 결과였으면 싶다.


  그러나 여기에서 하나의 새로운 컨셉이 아닌, 작품이라고 말한 것처럼. 명확히 한 개 키워드로 떨어지는 ITZY만의 컨셉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난 아직 모르겠다. 굳이 말하자면 걸크러쉬지만 너무 강하지는 않으며 힙한 느낌이 드는 걸크러쉬랄까. 그런데 이렇게 정리하면 블랙핑크와 명확히 차별화가 되지를 않는다.



  즉, 이번 ITZY의 데뷔곡은 실패할 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기존 시장에서 성공했던 요소들을 잘 버무려 성공적으로 만들기는 하였으나 남들이 쉽게 침범할 수 없는 ITZY 그룹만의 독자적인 영역과 두터운 팬층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어지는 곡들에서 승부가 결정될 것이다. 한 때 반짝하고 사라지는 그룹이 될지, 최소 5년 이상 인기가 이어질 수 있는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아이돌이 될 수 있을지. 


  JYP에서도 우선 첫 데뷔에서 ITZY의 이름을 성공적으로 알린 것에는 한숨 돌렸겠으나 이제 더 머리가 아파올 수 있다. 명확한 컨셉이 구축되지 못하다 보니 그 다음 행보 역시 거의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거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은 결국 이미지 싸움이기 때문에 역량이 있는 대형기획사에서 치밀한 계획하에 아이돌을 출시할 경우, 데뷔곡에서부터 명확한 컨셉을 선보이며 본인의 포지셔닝을 구축한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모닝구무스메를 컨셉으로 차용하여 여고생의 때창과 칼군무를 보여줬고, 여자친구는 이러한 소녀시대의 컨셉을 이어 받기 위해 '다시 만난 세계'를 레퍼런스로 데뷔곡을 만들고 복장, 안무 등을 활용하였다. 샤이니는 '누난 너무 예뻐'라는 데뷔곡으로 남성적인 이미지보다는 연하의 귀여움, 산뜻함, 그러면서도 순정만화에서 나왔을 것 같은 테리우스처럼 가녀리고 예쁘게 생긴 남자 아이돌 그룹이라는 명확한 컨셉을 전달했다. EXO는 엄친아라는 컨셉을 내세우기 위해 교복을 입고 각 반에서 가장 잘 나가는 남자 아이들을 모아놓은 것 같은 컨셉으로 '으르렁'을 선보였다. SM에서 EXO 기획 시, 가장 잘 나가는 대형기획사에서 10대를 대상으로 남자 아이돌을 기획한다면 모두가 부러워하는 가장 잘나가는 엄친아라는 컨셉을 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어디 이름도 모르는 중소기획사에서 엄친아 컨셉을 기획했다면 사람들이 비웃었을테니 말이다.


  ITZY는 이번 데뷔곡으로 이름을 알리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위의 사례처럼 자신들의 명확한 포지셔닝을 구축하는 것에는 미흡했던 것 같다. 물론 트와이스처럼 ITZY도 이어지는 앨범을 내며 본인들만의 컨셉을 구현해 나갈 수 도 있다. 그렇다면 그 컨셉의 방향은 무엇이 좋을까? 트와이스와의 차별화를 위해 걸크러쉬라는 방향성은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걸크러쉬라는 컨셉을 담으면서 아이돌 그룹과도 적합성이 있는 컨셉을 최근의 POP 가수들에서 찾아본다면 'Little mix', 'Fifth Harmony'와 'Dua Lipa' 정도? 그런데 Dua Lipa는 이미 청하와 선미가 컨셉적으로도 레퍼런스로도 활용하고 있고 little mix를 컨셉으로 하기에는 ITZY 맴버 외모가 너무 예쁘며 최근 사회 분위기상 리스크가 높다. 쉽게 해결책이 보일 것 같지 않은 문제다. 결국, 이 문제를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에 따라 ITZY 그룹의 진정한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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