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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인 Aug 16. 2021

탬버린즈는 매장에 왜 말을 갖다 놓았을까?

요즘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 탬버린즈, 자신만의 컨셉과 스타일을 만들다

  몇 년 전까지 가장 선호되는 선물 중 하나가 'Aesop'의 핸드크림이었다면, 최근에는 그 자리를 '탬버린즈'가 차지하고 있다. 뷰티 브랜드임에도 'Aesop'처럼 핸드크림이나 손세정제 등을 주요 제품으로 신규 소비자를 유입하고 있는 '탬버린즈'는 획일적이던 K-뷰티 시장에서 차별적인 컨셉과 전략을 선보였다. 실제 그들이 벤치마킹한 브랜드는 'Aesop'이 아닌가 싶다. 운영하는 제품 카테고리부터, 광고나 프로모션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본인들의 차별적인 컨셉을 고객경험으로 풀어내는 것까지. 그들은 'Aesop' 브랜드가 인기를 끌자 그 용기 디자인만 베낀 여타 다른 브랜드들과 다르게 전략 방향만을 벤치마킹하였을 뿐, '탬버린즈'만의 차별화된 새로운 컨셉과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있다.

탬버린즈의 제품들


  사실, 얼마 전 리뉴얼한 '탬버린즈' 신사점을 방문하기 전까지, '탬버린즈'는 눈에 띄는 브랜드였기는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기반으로 스타일리시하고 감성적인 용기 디자인을 내세워 한 때 반짝하고 사라지는 브랜드 중 하나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리뉴얼한 신사점에 들어서 매장 한복판에 서 있는 한 마리의 검은색 말을 보게 되었고. 이내 나는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의 컨셉 이미지를 선명한 감각과 경험으로 제공하다.

탬버린즈 신사점의 말 전시물

  매장에 들어서고 한복판에 서 있는 말을 보았을 때, 나는 순간 현실감각을 잃고 말았다. 서울, 그것도 강남 한복판에 아무런 울타리도 없이 말 한 마리가 서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 실제 살아있는 말처럼 느껴지는 전시물은 지금까지 오프라인 매장에서 경험했던 그 어떤 것보다 강렬한 충격이었다.   


  이전에 방문했던 '탬버린즈' 매장은 판매를 위한 매장보다는 예술작품과 같은 전시물을 설치하여 미술관 같은 컨셉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그들의 색다른 스타일과 컨셉은 소구 할 수 있었지만 시각적인 스타일 구현에 머무를 뿐, 소비자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가지는 못하는 듯했다. 단순히 예쁘고 감성적인 용기 디자인 중심에서 조금씩 자연적인 소재를 기반으로 한 제품 컨셉을 개발해 오던 그들은, 이제는 고상하거나 스타일리시하기만 한 매장이 아닌, 자신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브랜드 컨셉과 제품의 특성을 고객에게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매장을 활용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태양과 바람, 숲과 나무, 모래와 대지 등. 그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향수 제품의 주요 소재다. 그리고 그 소재들과 한데 어우러져 소비자에게 선명한 이미지를 제공하기 위해,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야생마를 매장에 세워 놓은 것이다. 그들이 매장에 말을 설치한 이유는 단순히 심미적인 용도나 바이럴을 위한 매장 인테리어가 아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직관적인 이미지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100마디 설명이 필요 없게 한 고객경험을 구현하다.

화강암을 통한 제품 시향

  그렇게 매장 한가운데에 서 있는 말에게 한 방 맞은 나는, 그들의 디테일한 경험 설계를 발견하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롭게 선보이는 향수 제품을 포함해 그들의 핸드크림이나 손세정제 제품은 대부분 '향'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모든 제품을 시향 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는데 그 방식과 경험이 너무나 색달랐다. 그들은 제주도 화강암과 같은 원물 소재를 통해 시향 하도록 하여, 그들이 추구하는 자연주의 컨셉의 체험을 자연스레 유도했다.  


신제품 라인 '멀티프래그런스' 제품별 체험존 구성

   또한 매장의 2층으로 올라가면, 새롭게 출시한 제품이 지닌 향의 컨셉과 소재를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마치 예술작품처럼 공간을 제작하여 구성해 놓았다. 브랜드 컨셉과 제품의 특성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할 설명이 필요 없도록, 직접 고객이 오감을 통해 체험하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다. 고객경험에 대해서 지금까지 수많인 기업과 브랜드가 떠들어 왔지만, 국내 브랜드 중에 진정으로 브랜드와 연계된 고객경험을 구성한 사례는 '탬버린즈'가 최초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아직은 그 한계점도 존재한다. 'Aesop'과 같은 브랜드가 되고 싶다면.

  "감각적인 아트와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코스메틱 브랜드".

  '탬버린즈'에서 정의하고 있는 브랜드 슬로건이다. 그들은 스킨케어 제품을 단순한 제품이 아닌 콘텐츠로 인식하여 새로운 접근 방식과 경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예술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들이 매장에 진짜 살아 있는 것과 같은 말 로봇을 설치한 것도 말의 우아한 움직임과 몸짓을 매개로 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적인 라이프가 아닌, 예술처럼 특별하고 우아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그들의 컨셉은 말 그대로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진정으로 소비자와 사회에 던져주는 울림이 있는 메시지가 없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은 브랜드 철학이 될 수 없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은 얼마든지 새로운 대체 브랜드가 나올 수 있고, 우리에게 새로운 깨달음과 인식을 던져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에게 공감대과 진정성을 던져주지 못하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무엇보다 뷰티 브랜드에서 아름다움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가.

  

  'Aesop'은 식물성 추출물과 과학적으로 입증된 최상의 원료만 사용하며 동물성 재료나 인위적인 향은 일절 함유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제품 성분, 용기 및 패키지, 매장 인테리어 등을 통해 그들의 자연주의에 대한 고집과 철학, 그리고 이에 기반한 미니멀리즘적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그들의 미니멀리즘적인 갈색 용기는 이제 실루엣만 보아도 어느 브랜드의 제품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상징 그 자체가 되었다. 그들은 태생부터 브랜드 가치에 대한 진정성을 보유하고 이것을 단순히 브랜드를 설명하는 텍스트로만 주장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이를 실현하고 지켜나가며, 현재 스킨케어 브랜드 중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 프라이탁, 파타고니아, 나이키 등 역시, 사회적으로 울림을 주는 본인들만의 브랜드 철학과 메시지를 보유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탬버린즈' 제품은 선물하거나 선물 받고 싶은 제품이기는 하지만, 내가 모든 제품을 소유하고 수집하고 싶은 팬덤까지는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탬버린즈'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주요 메뉴에 "선물추천"이 있다. 제품을 구매하는 주요 니즈 및 행태로 아직은 브랜드에 대한 매력보다는 제품이 예뻐서 선물하기 좋은 브랜드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현재는 사람들이 선물을 하며 빠르게 브랜드가 알려지고 성장하고 있지만, 이를 넘어서 내가 너무나 이 브랜드의 제품을 소유하고 싶고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제품이 출시하게 될까를 궁금해하도록 소비자의 마음을 유혹하지 못한다면 그 성장의 지속성에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결국 그들은 본인들만의 새로운 브랜드 스타일을 만들고, 그것을 신선하고 매력적 이도록 고객경험으로 풀어내어 설명하는 능력은 뛰어났으나, 지속적으로 브랜드 파워를 갖추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가장 본질, 소비자와 사회에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추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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