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텀 Jul 04. 2023

너무 쉬운 투자 1

혁신 기업에 투자하라


투자는 너무 쉬워졌습니다. 다만, 성과를 내는 것이 쉬워진 것이 아니라 투자를 하는 방식 자체가 너무 쉬워졌다는 뜻입니다. 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뛰어들면서 수 많은 투자 방법론에 대하여 유튜브, 글, 책 등을 통하여 접하게 됩니다. 문제는 정보의 양이 너무나도 많고 그 정보를 접하는 것이 간단하면서도 쉽기 때문에 얼핏 들으면 말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너무 쉬운 투자 방식에 노출되어 본인의 투자 성향이나 경험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런 투자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더욱 더 큰 문제는 개인 투자자들이 큰 금액을 투자하는데 있어서 두려움이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필요한 물건 하나를 살 때에도 소비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것과 다르게 주식에는 수익이 보장됐다는 듯이 개인에게 있어서 큰 돈을 투자합니다. 이에 더해 초보 투자자가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경우도 간간히 있는 것을 보면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얼마나 쉽게 생각하는지가 더욱 더 크게 와닿습니다. 이러한 극단적 선택의 바탕에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럴듯한 너무 쉬운 투자 방법론이 있습니다.


미래를 책임질 혁신 기업에 투자하다


아마 2020년 코로나 이후 폭발적인 상승장에서 주식을 시작한 투자자들의 많은 수는 이러한 투자 방식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캐시 우드의 ARK 펀드가 주도하는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는 2020년에 말 그대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줬습니다. 이러한 주가의 상승은 내러티브의 신빙성을 높여주었습니다. 미래를 주도하는 혁신 기업에 투자한다니, 그럴듯 합니다. 테슬라와 같은 혁신 기업을 10년 전에 투자했다면, 아마존에 20년전에 투자했다면 등등 성공적인 혁신을 이루어낸 기업들과 신생 기업들을 비교하며 이 기업들이야말로 미래를 책임질 기업이라고 생각하며 투자하게 됩니다. 실제로 해당 기업들에 대해 조사를 해보면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말 그대로 혁신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드론, 로봇, 수소차 등등의 미래에 성장할 분야에 강점을 가진 기업들에 엄청난 자금이 몰려들었고, 주가의 상승이 내러티브의 확신을 초래하고 내러티브의 확신이 또 다시 주가의 상승을 초래하는 사이클이 시작됩니다.


아즈워스 다모다란 교수가 '캐시우드 망상'이라고 부르는 이 투자 방식은 2022년에 완전히 무너지면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을 손실의 늪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투자 방식의 문제는 '먼 미래'를 보고 시작한 투자이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손실을 감당하고 매도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투자의 논리가 먼 미래에 있는데 현재의 주가 변동에 매도를 한다면 그 행위 자체가 투자의 시작점에 완전히 반대되는 행위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이런 투자를 할 때에는 주가의 하락에 맞춰 더욱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오히려 논리적인 선택입니다.


미래를 책임질 기업에 투자한다는 개념에는 동의하지만 단순히 이 개념 하나만으로 투자를 하게 된다면 크게 두 가지 문제에 부딪힙니다.


1. 기업의 성공 확률


우선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은 개념으로는 쉽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주 어려운 방식입니다. 닉 슬립이 노마드 투자자 서한 에서도 밝혔듯이 대부분의 전문 투자자들조차 3년 이상의 미래를 성공적으로 예측해내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이런 방식을 개인 투자자들, 심지어 이제 막 주식을 시작한 투자자들이 선택한다면 그 결과는 더욱 더 처참할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성장하는 기업의 80%는 3년 이내에 성장이 둔화되고 이 시기를 5년으로 확장시키면 90%의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에 실패합니다. 먼 미래를 책임질 기업들의 분야들은 5년 그 이상을 봐야만 하는 기업들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선택한 기업이 성공적인 10% 미만의 기업일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예측은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영역으로 사실상 예측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수준일 수 밖에 없습니다.


주식 시장이 2022년에 비해 어느정도 회복한 현 시점에서도 혁신에 힘입어 신고가를 나날이 기록하던 많은 주식들이 더 이상 그 흐름에 함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고점에서 60%, 70% 심저어 8~90%까지 폭락한 주식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선택한 수 많은 혁신 기업들이 5년 후, 10년 후에는 지금의 테슬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이 돼 있을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10% 미만의 위대한 기업을 선택했다는 확신이 있다면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미래를 책임질 혁신 기업'이라는 면 하나만을 보고 투자를 했다면 도대체 어떤 근거로 다른 기업들이 아닌 꼭 이 기업이 미래를 책임질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확신하는지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2. 밸류에이션


정성적 논리 하나만으로 하는 투자에는 수 많은 허점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밸류에이션의 부재입니다. 주식의 변동성 때문에 위대한 기업에도 장기 투자하기 어렵다는 따분한 이야기는 뒤로 하고서라도 밸류에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혁신적인 기업에 투자해도 큰 성과를 이루기 어렵습니다.


기업의 성공 확률에서 논한 극한의 확률을 뚫은 기업을 어떻게든 발굴해냈다는 전제하에 밸류에이션 없이 주식을 매수한다면 어떨까요? 2020년과 2021년에는 이러한 주식들이 신고가를 매일같이 뚫고 올라가며 순이익도 아닌 매출의 십수배의 밸류에이션을 받았습니다. 이 기업이 정말 위대한 기업이기 때문에 먼 미래에는 신고가를 회복하고 더 높은 기업 가치에 다다를 것이라는 또 다른 가정도 해보겠습니다. 이러한 최악의 확률을 뚫고 찾아낸 기업이 2000년 닷컴 버블에서의 마이크로소프트라면 어떨까요? 기업의 이름만 듣는다면 이미 성공적인 투자로 느껴지지 않나요? 하지만 아래 그래프를 보면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출처: yahoo finance - MSFT 1999 ~ 2018


1999년 닷컴 버블 시기에 $44.69에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샀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후에 엄청난 하락 구간을 보면 개인 투자자는 버티지 못한다와 같은 지극히 감정에 의거한 논리는 완전히 배제하겠습니다. 우리는 이 주식이 위대한 혁신 기업임을 확신하고 매수했으니까요! 그래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마이크로소프트는 20년이 지난 시점에 112.36달러가 됐습니다. 두 배가 훌쩍 넘게 올랐네요. 하지만 이건 처참한 성적입니다. 20년 동안 약 150%가 오른 주식의 성과는 연 복리로 2.1%의 수익률입니다. 같은 기간 S&P 500은 얼마나 상승했을까요? 20년 간 약 215.19%, 연 복리 6.22%의 성적입니다. 위대한 기업에 굳은 믿음을 가진 투자의 성과에 만족하시나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주식 하나를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극단적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계산은 1999년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의 고점에서 매수하여 단 한 번도 단가를 낮추는 매수를 진행하지 않는 것을 가정으로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위에서 말한 10%가 되지 않는 기업들 중 하나라는 점 역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 이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였으며 이 글을 쓰는 오늘 2023년 1분기 훌륭한 성적으로 장외에 폭등하며 $300의 주가를 기록했습니다. 참고로 이 주가를 사용하여 계산하면 연 복리는 7% 정도로 크게 오르지만 동 기간 S&P 500의 상승률과 여전히 비슷한 수준입니다. 결국 적절한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는 투자는 어려운 확률을 어떻게든 이겨내고 성공하더라도 기대만큼의 수익률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10% 미만의 확률을 이겨내야만 하는 투자와 시장 지수에 대한 투자의 성과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시장 지수가 더 나은 수익률을 안겨준다면 이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리턴에 비해 말도 안되는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미래를 주도하는 혁신적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슬로건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기술의 혁신의 시대에 살아왔기 때문에 이 슬로건이 더욱 더 와닿습니다다. 미래의 테슬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를 보유할 수 있다면 부자가 되는 것도 꿈은 아니라는 상상 역시 한 번 쯤은 해보게 됩니다. 이 기업들이 있기 이전에 빛을 보지 못한 과거의 혁신 기업들이 수십 배는 더 많았다는 사실은 딱히 많은 투자자를 괴롭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혁신 기업에 투자하면 성공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간단한 논리가 통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현실적으로 쉬운 투자는 높은 확률로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본인의 주식 포트폴리오에 다른 요소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단순히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혁신 기업'이기 때문에 보유하는 종목이 있다면 너무 쉽게 투자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기업은 위대한 기업일수도, 아닐수도 있지만 이런 단순한 투자는 위대한 수익을 안겨줄 투자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가치투자의 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