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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텀 Jul 11. 2023

퀄컴 2

적정 주가 계산

특정 기업의 적정 주가를 계산하여 공유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불편한 일입니다. 보편적인 산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 기업의 성장성에 대한 분석,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설명 등 정성적인 분석들은 그 글 자체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분별하기 어려운 반면에 적정 주가 계산을 공유하는 것은 특정 숫자를 제시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이 너무나도 분명합니다. 실수를 두려워하고 실패를 회피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성향상 적정 주가를 공유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글에서 퀄컴의 주가 계산을 공개하는 이유는 제 투자에 있어서 정성적 접근법에 대해서는 여러 글에서 이미 논했으니 정량적 분석에 대해 논할 필요도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블로그를 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점도 도움이 됐습니다).


이 글은 퀄컴의 적정 주가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분석이며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미리 밝힙니다. 또한 보통 글 마무리에 밝히지만 이번 글에서는 본 글이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미리 분명하게 밝히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퀄컴의 성장성과 그에 비한 시장의 저평가에 대한 정성적인 분석은 아래 글을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글을 읽기 이전에 해당 글을 읽는다면 더욱 이해가 쉬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https://brunch.co.kr/@valueingrowth/12


정량적 분석은 늘 정성적 분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없이 단순히 공식을 사용하여 적정 주가를 계산하는 것은 안그래도 떨어지는 계산의 정확도를 더욱 더 떨어트리는 방식이며, 그렇게 계산된 주가가 정말 적정한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적정 주가 계산은 하나의 마법 공식으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가끔 보이는 EPS x 10 같은 방식의 단순 계산은 그저 PER이 10보다 낮은 주식은 저평가가 돼있으며 PER이 10보다 높은 주식은 고평가가 돼있는다는 정해진 결론에 이르는 길일 뿐입니다.


적정 주가 계산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가장 이론적으로 완성돼있다고 하는 현금흐름할인모델(DCF)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해당 모델에 들어가는 변수가 너무 많다는 점에서 선호하지 않습니다. 제가 지향하는 적정 주가 계산은 가장 단순한 방식인 EPS와 PER을 활용한 방식입니다 - 주가 = EPS*PER이라는 간단한 공식입니다. 이 방식은 너무 쉽기 때문에 오히려 경시돼는 경향이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정밀성과 정확성의 구분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더 복잡하고 어려운 모델을 만들어 더욱 더 정밀한 적정 주가를 도출해내는 것으로부터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가 계산 모델에 사용되는 변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방식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더 정확할 것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적정 주가 계산에는 다양한 방식들이 있고 정해진 답은 없지만 정밀성을 추구하기 위해 정확성을 놓치는 실수는 피해야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워렌 버핏이 말했듯이 투자는 정밀하게 틀리는 것보단 적당히 맞추는 것이 나은 분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전 글에서 분석한 퀄컴의 매출 구조와 성장성을 바탕으로 매출과 세전이익 예측을 통해 예상 EPS를 산출하고 적정 PER을 곱하는 방식으로 적정 주가를 예측하고자 합니다.


예상 매출 측정에 앞서 이전 글에서 다뤘던 퀄컴의 매출구조를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과 해당 시장의 예측 연 성장률을 간단하게 정리하고자 합니다.


QCT - 핸드셋: 시장점유율 28%, 5년간 예측 연 성장률 4%          

QCT - 오토모티브: 시장점유율 연결 칩 부분 80%, 그 외 10%. 5년 후 점유 가능 시장 규모 300억 달러   

QCT - IoT: 시장 점유율 40%, 5년간 예측 연 성장률 5.5%          

QTL: 5년간 예측 연 성장률 4%          


여기서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가정은 시장의 예측 성장율입니다. 핸드셋 시장의 경우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으로 성장률의 변동폭이 크지 않아 합리적인 성장률 추론이 가능합니다. IoT 시장의 경우에도 핸드셋 시장만큼 산업 사이클의 성숙기에 있지는 않지만 성장률에 큰 변동이 있지 않습니다. 반대로 오토모티브 칩 시장의 경우에는 전기차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이제 막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시장인 만큼 합리적인 성장률을 도출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오토모티브의 경우는 접근 방식을 바꿔 5년 후 1000억 달러의 규모로 예측되는 시장의 30% 정도가 퀄컴의 매출 발생이 가능한 시장으로 예측합니다. 이는 퀄컴이 밝힌 예상치보다 보수적으로 설정한 수치입니다. QTL의 경우 큰 변화가 있지 않는다면 핸드셋 시장의 성장과 같이 움직이며 라이센스 사업의 특성상 점유율에 큰 변동이 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가정을 바탕으로 총 세 가지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가정한 Bull 케이스, 현재의 점유율과 성장 구조에서 큰 변화가 없다는 가정인 Base 케이스, 그리고 안타깝지만 시장 점유율도 하락하며 산업 자체도 예상치보다 성장하지 못하는 것을 가정한 Bear 케이스로 나뉩니다. 이는 주가를 특정하기보다는 범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낙관적인 가정과 비관적인 가정을 함께 분석함을 통해 하나의 시나리오만이 정답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합니다.각 케이스의 가정은 아래 표로 정리했습니다.

Base 케이스는 기본적으로 시장 점유율 현상 유지와 산업의 예상 연 성장률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퀄컴의 경우에는 현재 상황을 반영했습니다. 현재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애플을 대상으로한 핸드셋 칩 매출이 조금의 매출도 없이 완전히 사라질 것을 가정하여 현재 28% 시장점유율에서 약 15%가 떨어진 24%를 Base 케이스로 설정했습니다. 또한 오토모티브 칩 시장 역시 연결 칩 부분 80%의 높은 시장 점유율은 경쟁이 치열한 산업의 특성상 유지가 어렵다고 생각하여 70%로 설정했습니다.


각 케이스들의 가정을 바탕으로 한 5년후 퀄컴의 매출과 세전이익, EPS를 계산하여 각 케이스마다 다른 PER을 적용하여 적정 주가를 도출해냈습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위 계산에 사용된 주가가 $117인 것은 2023년 3월에 처음 이 기업을 분석하고 계산했을 때의 주가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현재 주가는 $121.86으로 조금의 상승폭이 있었던 것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각 사업 분야별 매출은 위에서 보여드린 각 케이스들의 가정을 바탕으로 계산했습니다. 세전이익의 경우 QCT 사업은 2023년 2분기에 발표한 마진율 28%, QTL 사업의 경우 같은 기준으로 마진율 64%를 계산에 사용했습니다. QTL의 경우 Bull 케이스에는 세전이익 마진율 68%, Bear 케이스에는 60%를 사용하였습니다. 이는 변동성이 크지 않은 QTL 사업의 세전이익 마진율의 저점과 고점을 각각 사용했습니다.


이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적정 PER을 어떻게 부여하는가입니다. Bear 케이스의 PER 9와 Bull 케이스의 PER 22는 EPS 수치와는 상관없이 그 자체만으로 주가가 150%가까이 다르게 평가되는 요소일만큼 합리적인 PER을 부여하는 것이 EPSxPER 모델의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Bear 케이스에 부여한 PER 9는 퀄컴이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던 시점의 PER입니다. Base 케이스의 PER은 15로 S&P 500 의 평균 PER보다는 낮지만 지극히 평균적인 수치이며 Bull 케이스의 PER 22는 과도하게 낙관적이지 않기 위해 현재 반도체 섹터의 평균 PER을 사용했습니다.


이 방식으로 계산한 퀄컴의 주가는 위 표에서 보이듯이 $117 기준 다운사이드는 24%, 업사이드는 162%입니다. 이는 최대 리턴 대 리스크 비율이 7:1 수준으로 이 모델이 합리적이라는 가정하에 현재 상당히 매력적인 주가임을 보여줍니다.


적정 주가 계산을 함에 있어서 가장 큰 고민은 어느정도로 보수적인 가정을 할 것인가입니다. 대부분의 가치투자자들은 이런 가격 계산에 있어서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보수적 태도는 모델의 결과값 이상의 안전마진을 확보해줍니다. 저 역시 이 계산에 있어서 상당히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했는데, 이 모델의 보수적인 가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퀄컴의 제품이 전체 오토모티브 칩 시장 에상규모에서 30%의 시장에만 접근성을 가지고 있음을 가정합니다.          

1번에 더해서 이 시장에서 오직 15%의 점유율을 가지는 것을 Bull 케이스로 가정합니다.          

현재 2.7%인 배당률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퀄컴은 20년 간 배당 지급액이 성장해온 기업입니다.

매출 계산에 2023년 2분기 기준 지난 12개월의 데이터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5년후가 아닌 현재 좋지 않은 매크로 상황으로 인한 재고 관리 문제와 수요 감소 상태를 반영합니다.          

세전이익 계산에 명목 세율 21%를 적용했습니다. 퀄컴의 실제 세율은 13% 이하입니다.          


이러한 보수적인 접근에도 불구하고 이 모델이 보여주는 7:1의 리턴 대 리스크 비율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Bull 케이스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Base 케이스 역시 50%의 준수한 수익률을 보여줍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5년 50%의 수익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이는 연 환산 8.5%의 수익률이며 배당률을 더할 경우 약 11%의 연 수익률입니다. 저의 목표 수익률인 연 6%를 크게 뛰어넘는 예상 수익률입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퀄컴에 투자하고 있으며 특정 주가 아래일 경우 지속적으로 매입해나갈 예정입니다.


마치며


이 글을 쓰면서 걱정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적정 주가 계산은 그 결과는 흥미롭지만 그 과정은 그렇게 재미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수 많은 가정을 이야기하며 이런 저런 숫자들을 나열하는 것을 읽는 것은 그다지 즐거운 행위는 아닙니다. 또한, 적정 주가 계산 방법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길을 따라가는 것에 지루함을 느낄 가능성이 큽니다. 중요한 점은 저의 적정 주가 계산 방식은 아주 단순한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과정은 흥미롭지 않더라도 결과는 흥미로우며 사람들은 계산된 주가만을 기억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저의 투자가 단기적으로 옳고 그름이 판단되며, 이는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저 역시 실패를 두려워하는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이기에 약간의 부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정 주가 계산에 대한 글을 한 번은 작성해보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이 과정은 수 많은 정성적 분석에 이은 마지막 단계이며 이 단계에서 해당 기업의 주가가 매력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발견했을 때 큰 기쁨을 느낍니다.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을 각각 하나의 글로 작성했지만 실제로 그 과정에서 들어간 시간과 노력은 상당한 편입니다(이건 제가 아직 발걸음을 채 떼진 못한 투자자이기 때문일수도 있겠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나서 나온 결론이 현재 주가가 너무 높다는 사실이라면 조금은 허탈할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추후 기업 분석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많은 노력과 시간, 즐거움과 어려움이 공존하는 과정인만큼 이 과정을 공유함에 있어서 그 의미를 찾습니다.


Disclaimer: 이 글은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6/12/2023

Value Investor's Sanc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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