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23년 2분기 실적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올해 4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며 저의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과 투자 방법에 대한 소개, 당장 하고 싶은 이야기들과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에 집중하여 분기 실적 발표에 대해서는 글을 쓸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는데, 앞으로는 실적 시즌마다 적어도 보유 중인 기업들, 그리고 가능하다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기업들의 실적에 대해서 글을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2023년 2분기 실적 발표를 바탕으로 개별 기업에 대한 글을 쓰기에 앞서 분기 실적 발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분기 실적에 대한 접근
장기적인 시계열을 가지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분기 단위의 실적은 투자에 대한 완전한 결정을 내리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입니다. 투자를 하고있던 기업의 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아쉬웠다는 이유로 매도하거나 관심을 가지고있던 기업의 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매수하기 시작하게 된다면 본래 생각하던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보유 중인 기업에 대한 재평가, 혹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기업에 대한 평가는 1년 단위로 이루어질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기 실적 발표는 꼭 확인하고 분석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1. 기업의 방향성 확인
분기 실적 보고를 확인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업의 방향성에 대한 확인입니다. 기업에 대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면 해당 기업의 미래에 대한 개인적인 예측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게 되는데 분기 실적 보고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의 방향성이 여전히 생각한대로인지, 혹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직관적으로는 매출, 마진율, 영업이익 등을 통해 회사가 1년 기준과 분기 기준으로 각각 원하던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출의 빠른 성장을 예상하고 투자한 회사라면 매출의 성장률을, 이익의 증대 혹은 마진 개선 등을 예상하고 투자한 회사라면 마진율이나 영업이익, 순이익 등을 통해서 이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분기의 실적 뿐만 아니라 기업이 발표하는 미래 매출과 이익 추정치를 바탕으로 기업의 미래에 대한 기존 예측의 수정 필요성을 검토할 수 있기도 합니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은 투자자마다 상이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재무제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재무 수치를 바탕으로 회사의 가치를 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기마다 가치 평가를 완전히 새롭게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가치 평가에 사용한 가정들이 큰 틀에서 맞는 방향성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여러가지 주요 지표등을 확인하는 것도 유의미합니다. 기업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가 다르고 실제로 실적 보고마다 이러한 지표들을 보고하는 기업도, 보고하지 않는 기업도 있지만 기업의 성공의 척도가 되는 지표들을 확인하는 것은 투자 의사결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전에 글을 썼던 기업인 줌을 예로 들자면, 이 기업의 분기 실적 보고를 확인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표들은 B2B 고객/매출 증가율과 B2C 고객/매출 감소율입니다. 기업의 현재 방향성은 B2B 고객을 빠른 속도로 확보함과 동시에 B2C 고객 유출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기 때문에 이 두 지표를 확인함으로써 기업이 긍정적인 방향성으로 나아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수치는 재무제표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수치로 회사에서 공개하는 발표 자료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줌에 대한 기업 분석을 할 당시에는 B2C 고객 감소를 늦추는 것은 가능할수도 있지만 B2B 고객 증가가 극심한 경쟁으로 인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만일 B2B 고객 증가율이 높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러한 판단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B2B 고객 증가율이 충분히 높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줌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이러한 지표에서 투자의 논리를 검증하여 투자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2. 예상치 못한 요소 확인
위에서는 투자를 결정했을 때 기대한 기업의 방향성과 실적 발표를 바탕으로한 기업의 실제 방향성에 대한 비교 및 검증을 진행한다면, 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요소들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요 이벤트들은 분기 실적이 아니더라도 필요에 의해서 상시 공개가 되지만 분기 실적 보고는 투자자들과 언론이 주목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전에 발표한 내용들에 대한 중요한 보충 설명이나 새로운 이벤트에 대한 발표가 있을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작성했던 로지텍의 루프덱 인수 건은 현재는 충분한 내용이 없지만 다가오는 실적 발표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할 것이며 저의 로지텍에 대한 투자 근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기업 인수와 같은 큰 이벤트는 회사에 대한 투자 근거를 필수적으로 재평가할 원인이 됩니다. 연 단위로만 기업에 대해 재평가를 할 경우에는 이러한 내용을 놓치게 되며 이는 투자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단순히 재무적인 수치나 주요 보조 지표 이외에도 회사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을 때 생각하지 않았던 요소들이 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드러났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좋은 요소가 발생할 경우 투자 근거를 업데이트하고 더욱 더 확신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존 투자 근거를 훼손시키는 생각하지 못했던 이벤트가 일어났다면 설령 장기적인 시계열을 가지고 긴 기간 투자하기로 결정했던 기업이여도 완전히 새롭게 평가해야합니다. 가능하다면 훼손된 투자 근거를 바탕으로 기업을 재평가하여 투자 여부에 대한 의사 결정을 다시 해야하며 만일 투자 근거 훼손으로 인해 기업에 대한 평가가 더 이상 자신의 능력범위 안에 있지 않다면 과감하게 포기할 수도 있어야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
위에서 분기 실적 발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기업의 사업과 방향성은 3개월 단위로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1년 단위로 봤을때도 이렇다할 큰 변화가 없는 회사들 역시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기 실적 발표에 대한 확인은 대부분의 경우 기업과 투자 근거에 대한 검토과 검증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기업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실적 시즌에는 단기적인 수치와 뉴스에 의해서 주가의 변동성이 매우 심해집니다. 실제로 기업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단기적으로 수치가 좋지 않거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주가가 하락한다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과도한 두려움에 휩싸여 객관성을 잃고 비관적인 평가를 하게 됩니다. 반대로 주가가 크게 상승한다면 기존의 투자 근거를 바탕으로는 고평가가 됐다고 판단하는게 옳은데도 미래에 대해 과도하게 낙관하고 잘못된 투자 결정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분기 실적 발표를 확인할 때 객관적인 수치와 내용은 확인하되 주가 변동에 주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가의 변동이 분기 실적 발표 분석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 시점에서 이미 과도하게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인 관점으로 분기 실적을 분석하게 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기업에 크게 악영향을 끼치는 예상치 못한 요소가 발생하지 않았고, 회사의 실적이 단기적으로는 변동이 있더라도 큰 틀에서 기존 투자 근거의 방향성과 일치한다면 회사에 대한 이해를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장기적인 시계열을 유지한채 투자하고자 합니다.
7/21/2023
Value Investor's Sanct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