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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텀 Jul 25. 2023

로지텍 3

루프덱 인수

올해는 로지텍에게 다사다난한 한 해입니다. 코로나 이후 급격하게 감소하는 매출을 발표하며 미래 매출 추정치를 하향한데 이어 로지텍을 10년간 이끌어 온 브래큰 대럴(Bracken Darrell)이 사임의사를 밝히고 VF Corp로 떠난 이후 새로운 CEO를 확정하지도 못한 시점에 핀란드 소재 기업 루프덱(Loupedeck)의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시기상 브래큰 대럴의 사임 이전에 진행하고 있었던 프로젝트로 예상되지만 로지텍에 투자해온 이래 가장 많은 뉴스들을 듣게되는 시기임은 분명합니다. 로지텍의 루프덱 인수에 대해 이야기 하기에 앞서 인수합병에 대한 기초적인 이야기를 우선 해보고자 합니다.


유기적 성장(organic grwoth)와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


회사의 성장 방식은 크게 분류하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존 사업 범주 내에서 자체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유기적 성장이라고 부르고 인수합병 등을 통한 확장을 통해 성장하는 것을 비유기적 성장이라고 부릅니다. 어느 한 가지 성장이 옳은 방식이라고 정의할 순 없고 기업들 역시 꼭 한 가지 방식을 고집하지는 않지만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유기적 성장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유기적 성장은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입니다


자체적인 사업을 통해서 충분히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회사의 운영진들이 사업에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회사의 미래를 좀 더 쉽게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정해진 사업을 반복하기 때문에 과거의 성과가 미래의 성과예측에 있어서 유의미한 자료로 작용하기 때문에 회사의 미래가 안정적이며 투명한 편입니다. 하나의 사업으로 무한하게 성장할 수 있는 회사는 없지만, 외부로의 확장 없이 성장할 수 있다면 기업과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투자자 입장에선 가치평가에 상당한 이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2. 비유기적 성장은 불안정하며 위험합니다.


사실 유기적 성장이 비유기적 성장보다 선호되는 이유는 유기적 성장의 장점도 있지만 비유기적 성장에 뚜렷한 단점들이 많은데서 비롯됩니다. 인수합병을 통한 확장은 기본적으로 성공 확률이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성공 확률이 낮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사들이 큰 돈을 투자하여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이유는 더 이상 유기적 성장이 유의미하게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성장을 포기할수는 없으니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의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이전에는 닿지 않던 시장에 손을 뻗음으로써 다음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문제는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인수합병은 투자 비용 대비 높은 리턴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또한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방식이 변화한다면, 회사가 기록한 이전의 성과는 더 이상 미래를 예측하는데 유의미한 자료가 되지 못합니다. 결국 성공할지도 알 수 없는 투자에 큰 돈을 쏟아붓는 동시에 미래까지 불투명해지는, 투자자 입장에선 상당히 골치아픈 방향성입니다. 우연하게도 새로운 사업에 대해서도 높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또 다시 긴 시간에 걸쳐 분석하거나 지금까지 잘해온 경영진의 선택을 믿고 맡기거나 투자를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로지텍과 루프덱


루프덱은 핀란드 소재 기업으로 2016년에 설립된 비교적 어린 기업입니다. 이 기업은 크리에이터나 스트리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컨트롤러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라이트룸이나 어도비 포토샵과 같은 크리에이터들이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트위치나 OBS등 스트리머들이 활용하는 웹사이트나 소프트웨어와 호환이 된 기기를 제공합니다. 쉽게 말해 제작/편집/스트리밍 컨트롤러를 제작하여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루프덱이 판매하는 제품은 가장 저렴한 Loupedeck Live S 부터 가장 비싼 Loupedeck CT까지 약 24만원에서 70만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는 경쟁사 제품 대비 비싼 가격으로 높은 성능을 높은 프리미엄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기들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루프덱은 작은 사기업이기 때문에 유의미한 정보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약 150만 달러의 펀딩을 받은 기업이기에 로지텍이 책정한 기업가치는 최소 15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출의 경우 정확한 자료가 없고 예측치도 방대하여 약 8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 사이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매우 부정확한 자료가 있을 뿐입니다. 로지텍의 루프덱 인수가 투자자들에게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를 제한된 정보 속에서라도 조금이나마 판단하기 위해서는 아래 질문들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로지텍의 기존 사업에 어울리는가


투자자들이 가장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인수는 회사가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과 완전히 동떨어진 기업을 인수하는 것입니다. 좋은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인수한 기업을 제대로 운영할만한 노하우도 인적자원도 부족하며 이러한 인수는 대부분 성장동력을 잃은 회사들의 발버둥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지텍의 루프덱 인수는 적어도 이러한 케이스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스트림랩스(StreamLabs)를 인수했던 로지텍은 루프덱 인수를 통해 스트리밍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마우스와 키보드만을 판매했던 과거에서 웹캠 등을 포함한 비디오 시장에 진입하여 유의미한 성과를 올렸던 로지텍이 낙점한 다음 성장동력은 스트리밍 산업인 것으로 보입니다. 컴퓨터 주변기기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제품군을 확장시키는 것은 로지텍이 지금까지 취해온 성장전략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로지텍은 2021년과 2022년에 코로나 특수로 인해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 때 얻은 현금을 성장을 위해 재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만일 로지텍이 회사의 현재 방향성대로 스트리밍 산업에서 유의미한 성공을 이뤄낼 수 있다면 현재 약 450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스트리밍 시장은 규모도 거대하고 성장 기대치도 높은만큼 다양한 기업들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스트림랩스 인수에 이은 루프덱 인수로 거대한 시장의 일부분이라도 차지할 수 있다면 유의미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2.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했는가


아무리 좋은 사업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비용입니다. 너무 높은 인수비용은 그 인수비용을 회수하는데만 엄청난 시간을 소요하게하며 최악의 경우 인수비용의 일부만을 회수하고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 루프덱 인수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고 루프덱의 실제 매출이나 재무상태등 합리적인 가격임을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들 역시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시점이기에 이 질문에 대한 충분한 대답을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루프덱 인수가 곧 발표될 다음 분기 10Q에 포함될지, 혹은 그 다음 분기 보고에 포함될지는 모르지만 추가적인 정보가 공개됐을 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로지텍의 과거 인수 전략은 효과적이였는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로지텍은 인수를 주된 확장전략의 하나로 삼아왔습니다. 마우스나 키보드와 같은 기본적인 컴퓨터 주변기기를 파는 사업은 산업 자체의 성장성이 정체돼있을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과 같은 거대 기업, HP나 Dell같은 비교적 큰 기업, 그리고 다수의 소규모 기업들 등과의 경쟁으로 성장성에 비해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이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통해 비교적 높은 마진을 기록하고 있는 로지텍이지만, 더욱 더 성장할 수 있는 섹터로 그 제품군을 넓혀가는 것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전략일 수 밖에 없습니다.


로지텍의 과거 인수 건들이 루프덱 인수의 성공이나 실패를 보장해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로지텍의 경영진이 합리적이며 효과적인 인수를 해본 경험이 있는지는 이러한 확장전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로지텍은 지난 몇 년간 많은 인수합병을 진행해왔습니다. 2017년에 현금 8500만 달러로 해드셋 제조사 Astro를 인수하였고 2018년에는 마이크 제조사 Blue Microphones를 현금 1억 1700만 달러로 인수했습니다. 2019년에는 위에서 언급한 스트리밍 소프트웨어 기업 스트림랩스를 현금 8900만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이 기업들의 인수는 성공적이였을까요?


당연하게도 기업이 친절하게 진행한 각각의 인수건에 대해 비용과 리턴이 어땠는지를 하나하나 알려주지는 않지만 로지텍의 성장을 보면 이 질문에 대한 합리적인 대답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평가 기준인 매출은 코로나 특수가 끝난 현 시점에서도 4년전 대비 60% 이상 상승했습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접근해보면 Astro와 Streamlabs의 매출은 로지텍의 주요 매출 부문 중 하나인 게이밍 부문으로 기록되는데 해당 부분 매출은 4년전 대비 무려 100% 증가한 상태입니다. 반대로 Blue Microphones의 경우 음악 부문으로 매출이 기록되는데 이 부문은 4년전 대비 오히려 매출이 약 25% 감소하였습니다.


위 세 기업이 각 부문 매출의 전부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교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로지텍의 인수는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며, 이는 어느 기업이든 당연한 결과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실 대부분의 인수는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으며 Blue Microphones 인수 건 역시 명백히 그 중 하나에 속합니다. 실제로 로지텍은 해당 기업 인수 후 1년 만에 사실상 마이크 부분을 사실상 포기한 것을 인정했습니다.


주목할만한 점은 로지텍이 기존 사업과 관련성이 큰 인수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성과를,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인수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성과를 얻었다는 점입니다. Astro와 Streamlabs의 경우 로지텍의 사업에서 늘 중요한 섹터였던 게이밍 사업과 직결된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으로 로지텍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지만 Blue Microphones의 마이크 사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새로운 사업 부문으로 퀄리티가 높고 매력이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데 실패했습니다. 루프덱의 경우 스트림랩스와 방향성이 일치하는 인수이기 때문에 로지텍이 Blue Microphones 인수의 실패 이후 조금 더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방향성으로 확장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4. 루프덱의 인수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루프덱의 인수는 로지텍의 스트리밍 시장 진출에 대한 뚜렷한 열망을 증명합니다. 워낙 그 규모가 크고 성장성이 높은 산업인만큼 로지텍의 확장전략이 성공적일수만 있다면 유의미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고 루프덱 인수는 그 방향성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루프덱은 현재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루프덱의 주요 판매처인 아마존에서 루프덱의 제품들은 4~4.5개의 별점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아마존이 광고를 받고 스폰서로 상위에 띄우는 제품이 압도적으로 평가가 많은 경우가 대다수인데, 루프덱은 스폰서된 비슷한 제품보다 많은 유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루프덱이 판매하는 제품이 경쟁력이 있음을 아주 희미하게나마 느낄 수 있는데, 로지텍은 이 제품의 퀄리티를 유지하거나 높이는 것과 동시에 이미 구축된 생산 인프라를 통해 비용 절감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루프덱과 같은 소기업의 경우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비용 감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을 로지텍이 해소해줄 수 있습니다. 만일 현재 루프덱 이용자들에게 매력적인 기기의 퀄리티를 높이는 동시에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판매 물량에 따라 높은 마진을 가진 사업으로 성장할 여지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제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로지텍이라는 기업에 대한 이해와 루프덱의 사업, 그리고 전반적인 방향성을 바탕으로 판단했을 때,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방향의 인수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을 지불했는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추후 발표되는 수치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로지텍은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인수가 로지텍의 미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보유 중인 로지텍 주식에 대한 포지션을 변경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Disclaimer: 이 글은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7/19/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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