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텀 Jul 24. 2023

시장과 소외감

투자의 외로움

가치투자는 시장과 동떨어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내재가치보다 낮은 주식을 찾아서 매수하는 방식은 시장의 관심에서 크게 멀어져있거나 혹은 좋지 않은 쪽으로 큰 관심을 받는 주식에 대한 투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시장의 격동과 함께하지 못하며 소외감과 초조함 속에서 투자를 하게됩니다. 올해 제 포트폴리오는 시장 지수보다는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실제로 구성 주식의 면면을 따져보면 시장에서 소외된 주식들이 많습니다. 제가 현재 보유하고있는 8 종목의 주식 중에서 실제로 올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와 TSMC 단 두 종목이며 이 종목들은 오히려 2분기 서한에서 밝힌것과 같이 부분적으로 매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저의 투자는 시장에서 동떨어져 있는것을 넘어서서 의도적으로 시장과 함께하는 것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미국 시장과 중국 시장


*YTD 이익률

- 미국 시장 지수

S&P 500 +18.27%

NASDAQ +37.14%


- 보유중인 중국 주식

텐센트 -0.25%

후야 -25.52%

도유 -20.59%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올해 미국 증시는 큰 상승흐름을 탔습니다. 미국 시장을 대표하는 증시인 S&P 500과 나스닥이 각각 18%와 37% 상승했습니다. 전문가들이 그동안의 저조한 성과와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을 이유로 시장의 상승을 점쳤던 중국 시장은 오히려 처참한 수준의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현재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세 종목 역시 연초대비 거의 변화가 없거나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세 종목 모두 연초에 저의 매수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에 주가가 형성돼있었기 때문에 실제 손해폭이 위처럼 크지는 않지만 연초부터 현재까지를 기준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중국 시장은 전형적인 저평가 시장입니다. 기업의 가치보다는 외부 변화에 인해 주가의 변화의 폭이 큰 편이며 최근 수 년간 이러한 영향이 부정적인 방향성을 띄고 있습니다. 찰리 멍거의 알리바바 투자를 대표로 수 많은 가치투자자들은 현재 텐센트나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손해를 보고 빠져나가거나 혹은 여전히 손해를 보면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찰리 멍거, 모니쉬 파브라이, 아즈워스 다모다란과 같은 이름이 알려진 가치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이 실제로 저평가돼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기업의 국적과 이름을 가리고 기업의 성과만 따져본다면 명백하게 내재가치 대비 저렴한 주가임을 느낍니다.


하지만 주식의 저평가 상태는 이유가 없지도, 그렇게 간단하게 해소되지도 않습니다. S&P 500이 지난 5년간 60% 이상 성장하는 동안 중국 시장을 어느정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항셍 인덱스는 같은 기간 -3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미국과 중국의 심화되는 갈등, 코로나 락다운의 뒤늦은 해제로 인한 경제적 후폭풍,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 등 많은 이유들이 중국 시장의 '저평가'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중국 시장이 저평가가 된 것이 아니라 싼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2022년의 맹렬한 하락장 이후 미국 시장에 대해서 수 많은 사람들이 비관론을 이야기했다는 것입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 인플레이션 심화, 이자율 증가, 과도한 통화 정책 등을 이유로 한동안은 시장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이야기가 절대 다수였으나 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한 지금, 대부분 그 예측의 방향성을 바꾸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이 실제로 저평가 상태일까요? 아니면 미국 시장이 과도하게 과열된 상태일까요? 혹은 둘 다는 아닐까요? 늘 그렇듯이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나도 잘 모르겠다' 입니다. 하지만 제가 스스로 판단했을 때 제가 투자하고 있는 주식들의 내재가치는 현재 주가보다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외부 변수와 부정적인 편견을 적용하여 밸류에이션을 다시 진행해봐도 이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시장의 활황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중국 주식들에 투자한 소외감을 기꺼이 함께하고자 합니다.


반도체와 퀄컴


*YTD 이익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51.55%

엔비디아 +224.56%

TSMC +41.55%

QCOM +15.11%


위에서 올해 저의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견인한 종목이 2개의 주식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은 한 개의 주식이 더 있습니다. 바로 엔비디아 입니다. 엔비디아가 1분기나 2분기 서한에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저는 1분기가 끝나기 전 약 $260 정도에 보유중인 엔비디아 주식을 전부 매도했습니다. 위에서 보이듯이 엔비디아는 올해 2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는데 저는 대략 연초대비 80% 수익률 구간에서 엔비디아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또한 엔비디아 수준은 아니지만 역시 좋은 수익률을 올리던 TSMC 역시 연초대비 약 30% 수익률 구간에서 보유 수량의 절반을 매도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연초대비 약 10% 정도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던 퀄컴을 2월부터 매수하기 시작했습니다. 퀄컴은 연초대비 현재 약 15% 상승한 상태입니다.


정말 형편 없는 투자 실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 주식시장 전체를 이끌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엔비디아를 겨우 상승폭의 반도 되지 않는 시점에 모두 매도하였고 TSMC의 경우도 엔비디아 정도의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매도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급부로 매수한 주식은 반도체 지수의 수익률의 1/3조차 되지 못하는 퀄컴이였습니다. 제가 이 투자로 얼마나 손해를 봤을까요? 이 글을 쓰는 현재 기준 제 포트폴리오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약 28%인데, 만일 이 두 주식을 팔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계산한다면 4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결과론적 생각을 뒤로 하고 그 시점으로 돌아가 왜 이런 매매를 했는지 물어본다면 그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제가 계산했을 때 엔비디아는 내재가치 대비 주가가 너무 높았으며, TSMC는 이전에는 없었던 리스크에 노출된 것으로 판단되는 와중에 퀄컴은 내재가치 대비 주가가 눈에 띄게 저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내재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하는데, 이 글을 읽는 다른 투자자 입장에선 어이없는 이야기일수도 있겠습니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가는 $467인데 겨우 $260에 매도하고 내재가치보다 주가가 높아서 팔았다면 내재가치를 잘못 계산해도 한참 잘못 계산한 것 같습니다. 반대로 내재가치 대비 눈에 띄게 저렴하다고 주장하는 퀄컴은 매수가 대비 겨우 5% 정도 상승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한참 잘못되어 보이는 소위 내재가치 계산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엔비디아를 매수할 때 내재가치보다 저렴하다고 판단하여 매수했기 때문에, 당시 생각한 내재가치보다 비싸진 시점에 매도했습니다. 판단의 옳고 그름은 결과론적이지만, 알 수 없는 결과로 인해 정해둔 투자 방식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엔비디아를 매도하지 않았다면 결과론적으로는 옳은 선택이였겠지만, 반대로 폭발적으로 주가가 오르다가 그만큼 압도적인 속도로 주가가 떨어지는 기업들에 투자했다면 잘못된 선택이였을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생각한 투자를 고수하는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이러한 고집이 아집이 되지 않게 끊임없이 재점검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완전한 투자 방식은 없기 때문에 제가 실행하고 있는 투자가 잘못됐을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유의미한 기간을 가지고 다시 검토하는 과정을 늘 진행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매도 이후 주가가 폭발적으로 올랐을 때 역시 제가 뭔가 잘못 판단했는지를 확인해보기 위해 다시 한번 가치평가를 해보기도 했지만, 저의 결론은 여전히 같았습니다. 


이런 자기 방식의 고집은 저 자신을 시장에서 멀어지게하며 소외감과 초조함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아마 이런 초조함과 소외감은 저의 부족함에서 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저 자신의 투자에 정말 자신이 있고 스스로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면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 스스로 아직 초보자에 가까운 투자자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자면 역시 초조함과 불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초조함과 불안함, 그리고 소외감과 함께하는 길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엔비디아와 퀄컴의 미래는 각각 어떤 모습일까요? 중국 시장은 저평가일까요 아니면 합당한 평가를 받고 있을까요? 주식 시장과 저의 포트폴리오는 수년 후 또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저는 늘 시장으로부터 소외된 투자자가 될 것 같습니다.


7/17/2023

Value Investor's Sanctum

작가의 이전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