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텀 Jul 23. 2023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거래 상대방과 동의하지 않음을 밝히는 행위입니다. 매수와 매도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고 이전 글에서 다뤘듯이 서로 지향하는 목표와 방향성, 즉 플레이하는 게임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결론으로 해석할 수는 없지만 결국은 매수는 현재 주가가 저렴하다는 생각으로, 매도는 현재 주가가 비싸다는 생각으로 이루어집니다. 매수자와 매도자의 작은 전투는 주가의 움직임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승패가 갈리지만 장기적으로는 한 쪽이 이길수도, 둘 다 이길수도 있는 싸움입니다(놀랍게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주식이 제로섬 게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주식은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물론 제로섬 게임 방식의 투자를 택하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투자자로써 나의 선택이 옳아야한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다른 사람과는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생각이 달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반적인 투자자들의 논리에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점들을 생각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제가 투자하는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기업입니다. 혹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는 관심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인 상태에서 매수를 진행하는 가치투자자들은 전반적으로 소외감 속에 투자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재가치 대비 주가가 싸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싸늘하거나 관심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투자하는 몇 주식들에 대해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퀄컴 - 성장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퀄컴은 다른 반도체 주식들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올해 트렌드에서 소외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핸드폰 시장의 수요 감소와 애플이라는 주요 고객의 예정된 이탈으로 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퀄컴의 주력 상품은 핸드폰에 사용되는 AP칩셋이기 때문에 핸드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경기 또한 좋지 않아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퀄컴의 미래 매출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강합니다. 또한 핸드폰 시장의 절대 강자인 애플이 퀄컴의 칩셋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자체개발 칩셋을 통한 완전한 독립을 이룰 것을 천명했기에 더욱 더 부정적인 관점이 강합니다.


하지만 퀄컴은 현재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애플의 이탈의 위험을 완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애플의 이탈은 이미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새로운 사실이 아니며 나머지 15%가 전부 사라진다고 가정하는 것은 퀄컴의 경영진들이 그려둔 청사진에 포함돼있습니다. 핸드폰 시장이 이미 성숙해진 시점인만큼 신규 경쟁자의 진입이 상대적으로 적고 이 시장에서 퀄컴은 이미 성능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애플 이외의 핸드폰들은 여전히 퀄컴의 칩셋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흐름은 꾸준히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퀄컴은 이미 다른 사업으로의 확장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IoT와 오토모티브 사업 부분은 이미 큰 규모로 성장하고 있으며 해당 시장은 핸드폰 시장과는 달리 여전히 성장 여력이 많이 남아있는 시장입니다. 결국 핸드폰 칩셋 사업과 라이센스 부문 매출이 낮은 한 자리수의 성장 정도를 하는 와중에 다른 사업 부분에서 그 규모를 키워나간다면 퀄컴은 여전히 성장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퀄컴에 대한 밸류에이션은 퀄컴이 매출의 15%를 잃고 사실상 지금의 매출액으로부터 전혀 성장하지 못한다는 가정일 때 합리화 됩니다. 저는 이러한 가정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닌텐도 - 시클리컬 기업이 아닙니다


닌텐도는 올해 일본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 증가와 첫 마리오 영화의 성공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는다고는 할 수 없는 기업이지만 여전히 큰 기대를 받는다고 보기는 어려운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는 기업입니다. 닌텐도의 단점으로 꼽히는 가장 큰 이슈는 닌텐도가 하드웨어의 성공에 크게 의존적이며 하드웨어는 어느정도 수명이 정해져있는만큼 다음 기기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시클리컬 성격을 띈다는 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닌텐도 뿐만 아니라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포트의 Xbox를 포함하여 게임 하드웨어들이 더 이상 시클리컬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닌텐도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온라인으로의 진출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하드웨어와 게임의 판매가 정비례하며 하드웨어의 수명이 끝나는 시기에 게임의 판매도 함께 끝나던 과거와 다르게 다수의 게임은 이제 소프트웨어화 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닌텐도의 하드웨어는 평균 5.6년의 수명을 가지고 있는데 닌텐도는 이미 발매된지 7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입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점은 닌텐도의 역사상 처음으로 발매된 게임 수가 5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하드웨어 수명과 게임 판매의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닌텐도 스위치의 판매량은 21년 기준으로 정점을 찍고 그 이후 수명이 끝나가면서 판매량이 떨어졌는데, 22년에 20%, 23년에 다시 22%가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판매의 경우 22년에 오히려 2% 증가하였고 23년에 9% 감소에 그쳤습니다. 다시 말해 정점이 지난 후 2년 동안 하드웨어 판매량이 38% 감소하는 사이에 소프트웨어 판매량은 7% 감소했을 뿐입니다. 이는 게임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기업의 매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닌텐도는 최근 게임에 집중하던 비즈니스 모델을 IP 활용을 통한 미디어 산업 진출으로 확장해나가고자 하고 있습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개장한 닌텐도 월드, 최근 개봉한 마리오 영화가 이러한 노력의 일부분입니다. 닌텐도는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아주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는데, 그 전략에 변화를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닌텐도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게임 IP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부분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경우 게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 외에도 안정적인 매출원이 늘어날 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게임 외적 매출이 증가한다면 시클리컬 사업으로 분류될 이유가 없어집니다.


퀄컴과 닌텐도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 역시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다른 저만의 의견을 가지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방향성과 다른 생각을 하고자 노력하는 행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전제들이 실제로 현실화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본인의 생각 역시 틀릴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을 인지할 필요성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7/10/2023

Value Investor's Sanctum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서로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