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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텀 Jul 22. 2023

우리는 서로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

2022년의 하락장을 뒤로 하고 미국 시장지수인 S&P500과 나스닥은 어느새 손실을 대부분 회복하여 전고점을 바라보고 있으며 애플과 엔비디아와 같은 주식들은 어느새 전고점을 돌파하고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 속에서 투자자들의 의견은 여느때보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시장과 거리를 뒀거나 시장의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은 현재 시장은 과열 상태이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버블에 가까운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편에서는 경기침체에 대한 걱정보다는 기업의 실적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상승 추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시장의 상승 여력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등락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들이 대립하는 가운데, 많은 투자자들은 우리가 서로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라톤과 100M 달리기


마라톤은 지구력과 인내심으로 점철된 스포츠입니다. 42.195KM를 쉬지 않고 달려 완주하기 위해서는 지구력뿐만 아니라 초인적인 정신력과 인내심이 요구됩니다. 반면에 100M 달리기의 경우는 지구력보다는 근력과 폭발력을 필요로 합니다. 달리기를 기본으로하는 같은 육상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이 두 종목에 나서는 선수들은 상이합니다. 마라톤 선수들은 대부분 마른 체형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100M 달리기 선수의 경우에는 근육질의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종목이 필요로 하는 특징들이 다르기에 선수들은 서로 다른 운동을 하고 다른 식단을 유지하며 다른 방식으로 훈련합니다.


어느날 마라톤 선수가 100M 달리기 선수를 보며 달리기를 잘하려면 근력 운동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구력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하면 어떨까요? 반대로 100M 달리기 선수가 마라톤 선수에게 근육을 늘리고 체형을 거대하게 만들어야한다고 말하면 어떨까요? 당연하게도 서로에게 코웃음을 치며 우리는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마라톤 선수는 42.195KM를 남들보다 빨리 완주하기 위해 훈련하고 행동하며 100M 달리기 선수는 짧은 거리를 폭발적인 속력으로 주파하기 위해 훈련하고 행동합니다. 두 선수들의 훈련이나 행동 방식이 서로 다르다고 해서 한 쪽이 맞고 다른 쪽은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서로 다른 투자


투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에 참여하는 수 많은 투자자들은 각기 다른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차트에 집중하여 특정한 패턴을 분석하여 승률이 높은 시점에 매매를 진행하여 수익을 올리는 차트 투자자, 추세를 바탕으로 방향성을 기반으로 한 모멘텀 투자자, 거시적인 경제 상황을 바탕으로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여 투자하는 매크로 투자자, 기업에 집중하여 미래의 이익을 공유하고자 하는 펀더멘털 투자자 등 수 많은 종류의 투자자들이 하나의 시장에서 투자하고 있습니다.


많은 걱정을 이겨내며 시장이 오르고 있는 지금, 모멘텀 투자자들은 추세가 상승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매수 시점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매매를 보며 거시경제에 부정적인 매크로 투자자들은 말도 안되는 판단이며 그런 투자는 틀렸다고 이야기할 것 입니다. 펀더멘털 투자자들은 또 이들을 보며 거시 경제를 보는 것은 투자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기업의 미래가 밝다면 언제든 매수해도 된다고 주장하며 매크로 투자자들의 투자는 잘못됐다고 이야기합니다. 반면에 주가에 집중하는 투자자들이라면 현재 주가는 너무 비싸며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없는 시점이라고 이야기하며 펀더멘털만 보는 투자는 잘못됐다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투자에 '하나의 정답'이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서로의 투자 방식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저 모두가 다른 게임을 하고있을 뿐입니다. 누군가는 마라톤을 뛰고 있으며 누군가는 100M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방식의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시점에 매수하고 매도합니다. 주가는 하나의 숫자로 표현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변화에 따라서 하나의 투자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심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다른 사람의 선택의 옳고 그름을 논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신의 게임을 해야한다


투자자들이 서로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 좋은 일입니다. 서로 생각하는 방향성과 목표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투자자들은 매도하는 시점에 어떤 투자자들은 매수를 진행하고, 그렇기 때문에 주가는 위로든 아래로든 휘청거리며 나아갑니다. 이러한 변동성 덕분에 각자 다른 방식의 투자자들이 서로 자신이 생각하는 매력적인 시점에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게임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다른 방식의 투자에 대해서 자신의 잣대를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논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다수가 본인의 게임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자신의 게임을 오해하거나 외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기적인 추세를 보고 모멘텀 투자 방식으로 주식을 샀다가 하락을 피하지 못하고 이제는 기업의 미래를 논하며 펀더멘털 투자의 방식이 원래 자신의 투자라고 주장하는 방식은 꿈을 먹는 기술주들을 코로나 상승장 때 대거 매수하고 속된 말로 '물린' 투자자들에게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투자 구루들이 투자 철학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인지해야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아즈워스 다모다란 교수는 자신만의 투자 철학이 없다면 단기적으로는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다양한 투자 방법론들은 각기 다른 시기에 더욱 효율적인 성과를 보여줍니다. 어떤 때에는 성장주 투자가 높은 성과를 보여주지만 또 어떤 때에는 밸류에이션이 낮은 저평가주들이 더 좋은 성과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결국은 본인의 투자 철학이 확고하지 않다면 변하는 시장에서 이리저리 휩쓸려다닐 뿐 정작 본인의 투자 철학이 효과적인 시기가 왔을 때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즈워스 다모다란과 엔비디아


다모다란 교수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고 합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최근에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엔비디아를 매도했음을 밝혔습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한 밸류에이션에 집중을 하여 투자를 하는 가치투자자인데, 스토리와 숫자를 이어나가며 밸류에이션을 진행한 후, 내재가치보다 저평가 돼있다면 매수하고 고평가돼있다면 매도하는,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방식의 투자를 합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식인 엔비디아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는 그의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엔비디아가 주당 $240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다모다란 교수는 엔비디아를 해당 가격에 매도했습니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가는 $425입니다. 다모다란 교수가 이야기한 내재가치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은 다모다란 교수가 어리석었다며 그를 조롱하지만, 저는 이러한 비난이 투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짧은 생각이라고 감히 주장합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전적으로 계산된 가치를 바탕으로 투자를 합니다. 그의 가치평가는 맞을때도, 틀릴때도 있지만 그는 본인이 만든 게임에서 그 룰을 지키며 투자를 합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2018년부터 엔비디아에 투자했는데, 당시에 다모다란 교수는 엔비디아가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라고 판단하여 매수했고 지금은 내재가치 대비 고평가라고 판단하여 매도했습니다. 그는 다른 투자자들의 게임에서 자신의 판단을 빌리는 것이 아닌, 전적으로 자신의 게임에 집중하며 자신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자신의 게임을 이해하는 투자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다른 위대한 투자자들 역시 본인의 게임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투자하는지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워렌 버핏의 경우에도 그의 투자 실적이 시장 성과에 비해 뒤쳐지는 시기가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그의 고루한 투자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를 조롱하는 사람은 매번 바뀌어왔지만 워렌 버핏은 여전히 역사상 가장 뛰어난 투자자의 위치에서 변함없이 그의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 뒤의 이야기


재미있는 점은 다모다란 교수가 엔비디아를 매도할 때 그가 보유한 주식의 절반만 매도했다는 점입니다. '다모다란 교수의 게임' 속에서 투자를 하기 위해서라면 절반만 매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부 매도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이에 대해서 다모다란 교수 역시 그가 남겨둔 절반은 더 이상 가치투자가 아니라고 인정합니다. 그는 그의 유튜브에서 "순수주의자라면 엔비디아를 모두 팔아야하겠지만 나는 실용주의자다. 남아있는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는 가치투자가 아니며 가능성에 대한 투자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본인의 게임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게임이 아니게되는 상황 역시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선택이 '이상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깔끔하게 인정하며 엔비디아를 모두 매도하지 않은 것 역시 자신의 게임의 일부라는 억지를 부리지도 않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선택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는 나는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자신의 현재 투자 상황이 정말 자신의 게임을 대변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해보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7/9/2023

Value Investor's Sanc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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