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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텀 Jul 28. 2023

닌텐도 1

기업 분석

닌텐도


닌텐도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입니다. 설령 닌텐도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슈퍼마리오나 포켓몬 혹은 동물의 숲을 모르는 사람은 더욱 더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1889년에 설립된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인 닌텐도는 게임 역사에 절대로 잊혀지거나 지워지지 않을 큰 획을 그은 기업입니다. 닌텐도가 어떤 기업이며 어떤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마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아주 간략하게나마 닌텐도라는 기업을 소개하며 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게임 콘솔의 강자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와 함께 닌텐도는 게임 콘솔 시장을 삼분하고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는 거치형 콘솔으로 완전히 같은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닌텐도의 게임 콘솔의 경우 휴대가 가능한 콘솔으로 이 분야에서는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보이, 닌텐도 64, 게임큐브, 닌텐도 위, 닌텐도 DS등과 같은 기기들은 지금도 사람들의 추억 속에 살아있으며 최근에는 닌텐도 스위치로 전성기와 가까운 실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닌텐도가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판매한 게임기는 2004년에 발매한 닌텐도 DS로 약 1억 5400만 대를 판매하였으며, 닌텐도 스위치가 올해 5월에 1억 2500만 대 판매를 돌파하며 이전의 2위 자리를 지키던 게임보이를 밀어내고 닌텐도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이 팔린 기기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콘솔 수명이 거의 끝에 다다른 스위치의 판매 수량이 크게 감소하여 약 300만대 정도를 판매한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콘솔이 나오기 전에 닌텐도 DS의 아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강력한 IP


닌텐도의 상징은 역시나 강력한 IP입니다. 동키콩이나 슈퍼마리오는 게임 역사 초기의 거대한 업적으로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수 많은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는 IP로 남아있으며, 이후 소개된 포켓몬스터나 커비, 젤다와 같은 비교적 새로운 IP 역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닌텐도는 다른 게임사처럼 AAA 게임 제작에 집중하지는 않지만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캐주얼 게임 시장에서 독보적인 IP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족 단위, 혹은 여러 명의 친구와 함께 플레이하는 파티 게임은 다른 플랫폼에서는 쉽게 찾기 어려운 닌텐도만의 강점입니다. 최근 마리오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며 닌텐도의 게임 IP가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받는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했으며, 전 세계인이 방문하는 놀이공원인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닌텐도 월드를 개장하며 게임 IP를 현실으로 끌어오고 있습니다. 닌텐도가 가진 IP는 그 역사가 깊은만큼 다른 게임사에서 쉽게 넘어설 수 없는 깊고 넓은 해자이며 닌텐도의 경영진은 이 사실을 아주 명확하게 이해하고 IP의 힘을 더욱 더 강력하게 키워 닌텐도라는 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닌텐도의 화려한 과거는 이정도로만 이야기하고, 닌텐도가 이전과 달라진 점,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서 어떤 미래를 보는지,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집중하여 글을 쓰고자 합니다. 닌텐도는 기나긴 역사 속에서 수 차례 변화를 맞이해왔지만, 2017년 스위치 발매 이후 현재 겪고 있는 변화가 가장 거대하며 위대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1. 시클리컬 사업의 구조적인 변화


닌텐도 스위치의 소개를 통해 닌텐도의 게임 매출은 카트리지 시장에서 디지털 시장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닌텐도 스위치의 발매 이전에는 지지부진 했던 디지털 매출은 스위치를 발매한 해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하였고, 그 다음 해에 또 다시 두 배 성장하여 2년만에 4배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스위치의 판매량이 크게 꺾인 2023년 1분기에 발표한 발표에서도 여전히 디지털 매출만큼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스위치의 판매를 시작한 이후로 디지털 매출은 스위치 판매 직전인 2017년 기준 약 300억 엔에서 현재 기준 4050억엔으로 13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닌텐도 스위치의 이러한 변화는 콘솔의 판매에 직접적으로 연동됐던 게임 판매의 트렌드를 바꾸어놨습니다. 이전에는 콘솔의 판매가 꺾이면 게임 판매 역시 완전히 꺾였었지만, 스위치 발매 이후에는 스위치 판매량의 빠른 감소 추세에도 디지털 세일은 여전히 약하게나마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닌텐도라는 기업에 투자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시클리컬 사업'이라는 뼈아픈 지적이 희석된다는데 큰 의미를 가집니다. 사실 닌텐도는 전형적인 시클리컬 기업들이 가진 특징들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많은 시클리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 저마진 사업, 거대한 자본투자의 필요성, 높은 경기민감도 등은 닌텐도와는 어느정도 동떨어진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닌텐도가 시클리컬 기업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매출이 실제로 시클리컬 기업들과 비슷한 흐름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늘어났다를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닌텐도의 '사이클'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게임 콘솔입니다. 게임 콘솔을 발매한 시점부터 매출이 증가하며 게임 콘솔의 수명이 다 된 시점이 다가올수록 매출이 감소하며, 다음 게임 콘솔을 발매할 때 다시 그 파도가 반복됩니다. 따라서 닌텐도의 '사이클'의 크기는 게임 콘솔의 성공이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게임 콘솔이 성공한다면 매출의 상승이 이전보다 가파르고 높으며, 게임 콘솔이 실패한다면 다음 파도가 오지 못하고 다시 작아지게 됩니다.


닌텐도 스위치의 성공은 2017년 발매 이후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습니다. 닌텐도는 거대한 실패였던 Wii U로 인해 파도를 일으키지 못했지만 스위치는 명백하게 닌텐도의 가장 위대한 콘솔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며 게임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동물의 숲'이 인기 게임으로 떠오르며 닌텐도 스위치 판매에 불을 붙였습니다. 닌텐도의 매출은 수직 상승했으며, 투자자들 역시 닌텐도에 관심을 가지며 주가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주가 상승을 누렸던 많은 기업들이 하락세를 겪는 시기에 스위치 판매의 흐름도 콘솔 수명이 끝나감과 함꼐 자연스럽게 꺾이면서 현재는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닌텐도는 최근 엔화의 변동성이 심해지는 것 때문에 기축통화인 달러로 주가를 판단하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한데, 현재 닌텐도는 아래 그래프에서 보이는 것처럼 2020년 12월 고점을 찍고 약 30프로 정도 하락한 상태입니다.


출처: yahoo finance

이러한 시장에서의 소외와 주가의 약세는 닌텐도의 다음 파도가 어떨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옵니다. 닌텐도의 다음 콘솔이 기대만큼 훌륭한 제품이 아니며 Wii U와 같은 거대한 실패라면 닌텐도의 매출이 현재 수준에서 지지부진할 것은 자명합니다. 또한 닌텐도의 역사를 돌아봤을 때 닌텐도의 성공한 콘솔 그 다음 콘솔은 늘 기대 이하거나 실패작이였을 때가 많았습니다. 닌텐도 DS의 거대한 성공 이후 후속작인 3DS는 나쁘지는 않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며 DS에 비해 절반 정도의 판매량밖에 기록하지 못했으며 또 하나의 성공작이였던 Wii 이후에 발매한 Wii U는 닌텐도 역사에 남을만한 실패작이였습니다. 닌텐도 스위치의 역사적 성공 이후 나오게 될 후속작에 대한 걱정이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또한 닌텐도가 거의 7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후속작을 내지 않은 것은 2004년 발매된 DS의 후속작인 3DS가 약 7년 후인 2011년에, 그리고 2006년 발매된 Wii의 후속작인 Wii U가 약 6년 후인 2012년에 발매된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닌텐도의 '사이클'이 되풀이 된다면 현재 시장의 조심성은 이해가 되며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닌텐도의 현재 주가는 양호한 수준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닌텐도의 사업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이전에는 게임 판매 역시 실물인 카트리지로 진행된만큼 콘솔의 판매와 게임의 판매가 직결된 요소였습니다. 콘솔의 수명이 끝나간다면 해당 콘솔에 사용가능한 게임 카트리지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으며 닌텐도의 게임 콘솔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임사들, 심지어 닌텐도 스스로조차 추가적인 게임 개발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많은 유저가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통해 높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어야하는데, 콘솔이 곧 바뀐다면 특정 콘솔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메리트가 없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스위치 이전의 닌텐도는 매출의 전체가 '사이클'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매출이 급격히 늘어난 지금은 이 구조가 유의미하게 바뀌었습니다. 


출처: archcaptialfund

이러한 구조의 변화는 위 그래프에서 뚜렷하게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닌텐도가 지금까지 발매한 다른 게임 콘솔의 경우 게임 콘솔 수명의 끝에 가까워지면서 게임 타이틀 발매가 급격하게 꺾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위치의 게임 발매 그래프는 유일하게 다른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닌텐도의 게임 콘솔 수명은 보통 6년 정도인데, 6년이 지난 지금도 스위치의 게임 타이틀 발매는 역사상 처음으로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이 게임 발매와 판매의 매개체가 되면서 콘솔의 변경이 게임 플레이 가능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거와 크게 다릅니다. 다시 말해 닌텐도의 매출 전체가 시클리컬 사업의 성격을 띄고 있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콘솔 부분은 여전히 시클리컬 사업이지만 게임 부분은 구조적으로 변화하여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변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디지털 매출의 증가가 이러한 부분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단순한 금액의 증가 뿐만 아니라 닌텐도 스위치 발매 이전 전체 매출의 7% 수준에 불과했던 디지털 매출은 현재 25%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이는 닌텐도를 완전한 '시클리컬' 기업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의문부호를 가질 필요성을 제시하는 요소입니다.


2. 새로운 성장동력


닌텐도의 최근 사업 방향성을 보면 굉장히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닌텐도는 IP의 게임 외 활용에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이였습니다. 닌텐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IP를 활용한 것은 애니메이션에 조금 관여했던 정도가 전부입니다. 이는 닌텐도가 가진 IP의 위력을 생각하면 상당히 아쉬운 수준입니다. 닌텐도가 게임 외적인 확장에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닌텐도의 IP는 여러 매체가 뽑은 가장 가치가 높은 IP 프랜차이즈에 늘 이름을 올립니다.


출처: Statista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포켓몬이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프랜차이즈의 위치에 있으며 슈퍼마리오가 9위에 위치하여 무려 해리포터 프랜차이즈 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치있는 IP의 게임 외적인 활용이 상당히 아쉬웠던 과거와 달리 닌텐도는 최근 다양한 방식의 IP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확장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개장한 슈퍼 닌텐도 월드와 최근 개봉한 슈퍼 마리오 무비를 뽑을 수 있습니다.


2023년 5월에 개봉된 슈퍼 마리오 무비는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오래되고 인기있는 IP를 재탕하여 영화를 만드는 할리우드식 IP 재활용은 많은 영화애호가들에게 큰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 중 몇 안되는 영화들이 성공하곤 합니다. 슈퍼 마리오 무비가 그 몇 안되는 성공 사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게임 스팟의 조사에 따르면 슈퍼 마리오 무비는 약 15억 달러의 매출을 발생시켰는데, 닌텐도가 영화에 IP를 제공하는 다른 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의 계약을 맺었다면 이 매출의 15% 수준을 로열티로 받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엔화로 계산하면 310억 엔으로, 닌텐도의 최근 회계연도 전체 매출의 2% 수준입니다. 수치로 보면 얼마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닌텐도의 매출에 또 다시 지속가능한 매출구조가 추가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 2%가 가장 첫 번째 영화일 뿐이라는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현재 닌텐도의 IP매출은 전체 매출의 3% 수준으로 약 510억 엔을 기록했는데, 이 하나의 영화로 기대되는 로열티만으로 IP매출을 전체 매출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닌텐도의 보수적인 태도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편안함으로 다가옵니다. 닌텐도는 직접적인 영화 제작보다는 단순히 IP 제공만으로 비용없는 매출을 기록할 수 있으며, 슈퍼 마리오 무비의 큰 성공은 닌텐도 IP의 다음 영화 제작의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일본 오사카와 미국 LA에 개장한 슈퍼 닌텐도 월드는 슈퍼 마리오 무비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띕니다. 닌텐도는 이 테마파크의 개장에 직접적으로 투자했으며 오사카의 테마파크의 총 비용 약 600억 엔의 일부를 지불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미 개장한 LA나 개장할 예정인 올랜도에서의 개장 비용은 알 수 없으나, 닌텐도의 CAPEX를 봤을 때 절대적으로 큰 규모의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써는 닌텐도가 테마파크 개장으로부터 어떤 이익을 얻고 있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오사카의 테마파크는 2021년 3월에 공식적으로 개장을 하였고, LA는 올해 2월에 개장을 하였습니다. 오사카의 경우는 발생한 매출이 이미 2022년이나 2023년 보고에 포함이 됐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이 매출이 게임 매출과 IP 매출 중 어느 부분에 잡히는지는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닌텐도는 해당 테마파크에서 발생하는 매출이나 비용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경우, 닌텐도의 재무상태나 손익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오사카 테마파크의 매출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며, LA가 추가되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올랜도의 테마파크까지 개장한다면 유의미함의 범주 안에 들어올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슈퍼 마리오 무비와는 다르게 이익 추정이 어려운 편이지만, 닌텐도의 IP 확장 프로젝트의 일부분임은 분명하며 올랜도까지 개장한 이후 성과가 좋다면 유니버설 스튜디오와의 합작을 통해 더 많은 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닌텐도의 IP 확장은 추가적인 지속가능한 매출의 발생 뿐만 아니라 플라이휠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습니다. 닌텐도의 강력한 IP를 통한 테마파크나 영화 산업으로의 진출로 게임에는 관심이 덜했던 소비자층을 공략할 수 있으며, 이렇게 공략한 소비자층은 다시 게임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게임에 대한 수요 증가는 또 다시 닌텐도의 IP의 힘을 더해주면, 더욱 더 많은 IP 산업으로의 진출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닌텐도는 단순한 게임 회사에서 벗어나 더욱 더 큰 규모의 확장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밸류에이션


가치투자는 결국 밸류에이션으로 귀결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많은 정보들과 또 여기서는 다루지 않은 수 많은 이야기와 숫자과 결합되어 회사의 가치를 계산해낼 수 있어야만 가치투자의 본질인 '내재가치보다 낮을 때 매수하여 내재가치에 도달했을 때 매도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단순히 이야기만 가지고하는 투자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많은 투자자들이 그러한 투자 방식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가치투자의 정의에 포함되기에는 어려운 투자입니다. 따라서 많은 시간을 들여 분석한 기업의 다양한 방면을 정량적 가치로 풀어내는 것은 필수적인 행위입니다.


이전 퀄컴의 적정 주가 계산에 대한 글을 썼을때 밝혔지만 저는 예상 EPS와 PER을 통한 예상 적정가치 계산을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DCF가 가장 완성된 가치평가 방식이지만, 여러가지 한계점이 있기 때문에 해당 방식보다는 EPS와 PER을 사용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가치평가 방법론에 대한 글은 다른 기회에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상 EPS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가정이 들어갑니다. 회사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기업 분석을 통해 얻어낸 수 많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타당한 가정을 설정하고, 예상 EPS를 계산합니다. 닌텐도의 밸류에이션에 적용한 가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0. 2024년 상반기에는 차세대 콘솔을 발매할 것


이 조건은 절대적인 전제입니다. 닌텐도 스위치는 이미 기존의 콘솔 사이클을 넘었습니다. 비록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콘솔의 수명과 게임의 수명이 더 이상 직결되지는 않지만, 여전히 하드웨어 판매가 매출 구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만큼 콘솔의 수명을 무기한 연장시킬 수는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아주 뚜렷한 예상 발매일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24년 차세대 콘솔 발매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1. 2024년 회계연도 매출은 1년 대비 12% 감소할 것


닌텐도는 회계연도 기준이 1분기이며 앞으로 연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닌텐도의 회계연도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다시 말해 앞으로 회계연도 2024년은 2023년 4월 1일부터 2024년 3월 31일 까지의 기준이며, 다른 연도도 같은 기간에 대한 기준입니다.


2024년 상반기에 새로운 콘솔을 발매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회계연도 2024년은 닌텐도의 매출 하락의 마지막 부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영진은 회계연도 2023년 실적 보고를 할 때 매출이 약 9.5% 감소할 것을 예상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경영진이 너무 낙관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닌텐도의 1년간 하드웨어 매출이 약 20% 감소하였고 소프트웨어 매출 역시 약 10% 감소한 점을 생각하면 다음 기기의 발매 이전까진 이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영진은 슈퍼 마리오 무비의 매출과 인기작인 젤다의 매출이 회계연도 2024년에 잡히는 것과 상대적으로 단가가 비싼 스위치 OLED가 주된 콘솔 판매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매출의 감소치를 낙관적으로 설정하였찌만, 이 밸류에이션에서는 9.5%보다 2.5%더 감소하는 12% 감소를 가정합니다.


2. 새로운 콘솔 발매 후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


이 부분은 어느정도 예정된 부분입니다. 새로운 콘솔의 발매는 늘 매출의 폭발적인 성장에 기여하며 이는 닌텐도 뿐만 아니라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콘솔 발매도 마찬가지이며, 꼭 게임 콘솔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기업이 인기 제품의 새로운 버전을 출시할 때 일시적으로 매출의 증가를 누립니다. 중요한 것은 다음 콘솔이 얼마나 성공적인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일시적으로는 매출이 성장하겠지만, 매출의 성장 규모와 지속력은 전적으로 다음 콘솔의 퀄리티에 기반합니다. 스위치의 경우 2017년 3월에 발매된 후 대성공을 거두며 다음 한 해 동안 무려 10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누렸습니다. 또한 2006년 Wii발매 이후 매출은 약 두 배 성장했으며 2004년에 발매한 닌텐도 DS의 판매량도 폭발하면서 1년 후 또 다시 매출이 약 두배 성장했습니다. 스위치만큼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면 사실 닌텐도에 대한 밸류에이션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닌텐도는 거의 확실하게 현재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기업가치를 지닐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 콘솔의 성공은 쉽게 예상할 수 없으니 매출 증가수치를 보수적으로 잡을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 밸류에이션에서는 신규 콘솔 발매 후 1년 간 매출 증가를 30~50%로 가정합니다. 30%는 상당히 보수적인 수치라고 생각하며 50% 역시 현실적인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3. 새로운 콘솔 발매 이후 3년간 매출은 꾸준히 증가할 것


이 가정 역시 콘솔의 성패에 달린 가정입니다. 만일 콘솔이 크게 실패한다면 12%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는 회계연도 2024년의 매출에서 크게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대로 콘솔이 크게 성공한다면 위에서 말한것처럼 현재의 밸류에이션은 무의미하며 압도적인 성장을 누릴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닌텐도 스위치의 경우 발매 연도 1년이 지난 기준 이후 3년간 약 65% 가량의 매출 상승을 누렸습니다. 이는 코로나의 영향을 어느정도 받은 시점이였기 때문에 매출이 외부영향을 받은 것을 고려하여 매출이 하향세로 전환된 회계연도 2022년으로 기준을 바꾼다면 3년간 약 41%, 4년간 약 61%의 매출 상승을 보여줬습니다. 위와 비슷한 전제로 스위치만큼의 성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가정하여 이 밸류에이션은 3년간 매출 상승을 15%~30%로 가정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가정을 바탕으로 게임 관련 매출을 계산했을 때의 예상치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IP 관련 매출 비중이 늘어날 것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닌텐도는 영화와 테마파크 산업에 영향력을 넓히면서 IP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닌텐도 경영진이 이러한 확장에 상당히 보수적인 점을 감안하면 다른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때의 행보처럼 공격적인 확장을 진행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IP 매출의 비중 상승은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아마 현재와 비슷한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확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닌텐도의 IP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약 3% 수준으로 지난 5년간 비슷한 규모를 보였습니다. 회계연도 2024년에는 처음으로 슈퍼 마리오 무비의 매출이 기록될 예정인데, 위에서 진행한 예측치가 어느정도 비슷한 범주에 있다면 이 로열티 하나만으로 매출의 5%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습니다. 닌텐도가 앞으로도 IP의 시장 확장에 느리지만 확실하게 영향력을 확장해나갈 것으로 예상하여 IP 매출이 회계연도 2028년 기준 매출의 6~10%를 차지할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5. 비용 관련 가정들


닌텐도는 비용 관련 예측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입니다. 비용의 매출 대비 비율이 거의 항상 일정하며 큰 틀에서 변화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출에 대한 예측이 밸류에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EPS에 도달하기까지 비용에 대한 가정 역시 진행해야 합니다.


매출원가 (COGS)


닌텐도의 매출원가는 콘솔의 발매에 따라서 변화합니다. 콘솔을 발매한 첫 해에는 콘솔 판매량이 극적으로 늘어나면서 매출원가 역시 증가합니다. 하드웨어 매출의 경우 마진이 약 40% 중반으로 소프트웨어의 마진인 약 80%에 비해 마진이 유의미하게 낮습니다. 콘솔 발매 후 약 2~3년이 지난 기점부터는 콘솔 판매가 안정화가 되어 매출원가 역시 안정화가 되빈다. 지난 5년 간의 매출 대비 매출원가 비용을 확인하면 매출 이후에는 매출의 60%수준이였던 매출원가 비용은 2년 후 53%, 3년후 47% 정도로 줄어들고 그 이후에는 46% 수준으로 유지됩니다. 회계연도 2028년의 EPS의 추정치를 구하고 있기 때문에 2024년 상반기 콘솔 발매 이후 매출원가 비용이 충분히 안정화됐을 것으로 예상하여 매출의 46%를 매출원가로 가정합니다.


사실 매출원가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디지털 매출의 증가와 IP 관련 매출의 증가가 유의미하게 이루어진다면 과거의 수준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충분히 높습니다. 하지만 이 밸류에이션에서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역사적인 기준의 매출 원가 비율을 사용합니다.


판관비 (SG&A), 세금


닌텐도의 비용은 사업 내용이 상대적으로 단순한만큼 매출원가와 판관비 정도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판관비의 경우 약 19%~24% 정도의 범주에서 머무는데, 이 밸류에이션은 5년 평균인 21%를 사용합니다.


세금의 경우 28%가 확정적입니다. 닌텐도는 세금과 관련하여 별도의 혜택이나 손해를 보고있지 않으며 늘 고정적으로 28%의 세금을 지불합니다.


밸류에이션 결과


이 밸류에이션은 일본에 상장된 닌텐도 주식의 1/4 가치인 티커 NTDOY를 기준으로 합니다. 즉, 일본에 상장된 닌텐도의 가치로 판단했을 경우 위에서 언급한 엔 단위 주가에 4를 곱하면 됩니다. 이 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닌텐도의 적정 주가는 $11.32~21.64로 계산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NTDOY의 주가는 $11.38으로, 다운사이드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5년 기대 수익률은 위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1~90% 입니다. 닌텐도는 배당 역시 훌륭한 편으로 배당을 포함했을 경우에는 매수 단가에 따라 배당이익율이 다르겠지만 현재 수준과 같다고 가정했을 경우 7~102%로 계산됩니다. 따라서 현재 주가는 제 기준에서는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주가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밸류에이션은 전적으로 각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 수치는 결코 정확한 수치가 아니며 정확할 가능성도 매우 낮습니다. 이 수치는 단순히 위에서 이야기한 가정들을 바탕으로 계산했을 때, 이러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숫자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 글을 읽는 투자자들 역시 본인들만의 분석과 가정을 바탕으로 닌텐도의 적정 주가를 재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저는 회계연도 2024년의 매출을 2023년 대비 12% 감소로 예측했는데, 상황이 더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15% 감소 혹은 20% 감소를 예상하고 재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다른 가정들 역시 본인의 판단 하에 변경하여 적용하면 각자의 분석을 반영한 다른 결과값이 나오게 됩니다.


밸류에이션이 의도적으로 보수적인 것이 좋은지 혹은 최대한 현실적인게 좋은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저는 제 투자 실력의 부족함으로 인하여 의도적으로 보수적인 가정을 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 밸류에이션의 보수적인 가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회계연도 2024년의 매출 감소를 12%로 예상했습니다. 이 회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닌텐도의 경영진은 9.5% 감소를 예상했습니다.  

    콘솔 발매 이후 첫 해 매출 증가를 30~50%로 예측했습니다. 다음 콘솔이 스위치만큼 성공할 수 있다면 이 수치는 상당히 보수적인 가정입니다.  

    콘솔 발매 1년 기준 이후 3년 매출 증가를 15~30%로 예측했습니다. 위와 비슷하게 다음 콘솔이 스위치만큼 성공할 수 있다면 이 수치는 상당히 보수적인 가정입니다.  

    소프트웨어나 IP 관련 매출 등 고마진 사업의 비중이 높아질 것임이 확실시 됨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수준의 매출 대비 COGS를 사용했습니다. 고마진 사업의 비중이 높아진다면 매출 대비 COGS는 유의미하게 줄어들 것입니다.  

    엔화의 가치가 역사적으로 낮은 시기에서 밸류에이션을 진행했습니다. 엔화 가치의 미래는 제 수준에서는 알 수도 없고 예측할 이유도 없지만, 만일 평균회귀가 엔화 가치에 작용한다면 기대 이익률은 매우매우 높아질 것입니다.  


이러한 보수적인 가정들을 바탕으로 계산했을 때 현재 주가는 상당히 매력적인 수준으로 보입니다.


리스크


모든 투자에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리스크가 없는 절대 수익이 있다면, 투자가 이렇게 긴 글으로 설명할만큼 어렵고 복잡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이 단순히 요약본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닌텐도 투자의 경우에도 여러 리스크가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우선 다음 콘솔 발매가 예상보다 훨씬 늦어질 경우에는 위 가정들에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또한 다음 콘솔이 Wii U 수준의 절망적인 실패라면 위 가정은 전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 역시 있습니다. 콘솔의 성공은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훌륭한 제품도 다양한 원인으로 실패할 수 있으며 그저 그런 제품도 시기를 잘 만난다면 크게 성공할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콘솔의 성패가 닌텐도 투자에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만일 닌텐도의 다음 콘솔이 닌텐도의 차세대 기기 역사와 비슷하게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닌텐도는 결코 투자해서는 안되는 대상입니다.


또한 닌텐도의 IP의 힘이 약해질수도 있습니다. 강한 IP의 해자는 넓고 깊지만, 디즈니의 최근 실패에서 볼 수 있듯이 아무리 훌륭한 IP라도 경영진이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다면 예기치 못한 실패를 겪게 됩니다. 인어공주나 마블같은 강력한 IP가 이렇게 무너져내릴 것을 예측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닌텐도의 경우 경영진이 워낙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디즈니와 같은 실패를 겪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미래는 역시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결론


닌텐도의 현재 주가는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꼭 밝히고 싶은 것은, 이 판단은 어디까지나 저의 주관적인 판단이며 투자는 본인의 분석과 연구를 바탕으로 본인의 결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지겹게 반복하는 이유는 제가 이 글에서 명확한 주가를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오를 것 같다거나 내릴 것 같다는 글을 쓰는 것에 비해 주가를 명확하게 숫자로 제시하는 글은 독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이고 논리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숫자는 늘 객관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숫자 역시 수 많은 주관적 가정으로 이루어진, 단순히 주관적 정량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습니다.


Disclaimer: 이 글은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7/22/2023

Value Investor's Sanc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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