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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텀 Jul 29. 2023

큰 시장 착각 - Big Market Delusion

장밋빛 성장의 논리적 오류

애즈워스 다모다란의 책 '내러티브 앤 넘버스' 에서는 큰 시장 착각(Big Market Delusion) 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이 개념은 성장하는 거대한 시장에서 훌륭해 보이는 기업의 가치를 판단할 때 해당 기업이 전체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착각을 가지게 되고, 이러한 착각이 이 시장에 있는 많은 다른 기업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면서 시장 전반이 '큰 시장 착각'을 타고 고평가되는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2020년 후반기와 2021년은 이 '큰 시장 착각'이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증명한 기간이였습니다.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던 혁신적인 산업들에 포함된 기업들은 모두 함께 엄청난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받게 됐으며, 투자자들은 시장이 커지는만큼 이 기업들의 미래 역시 낙관적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2022년에 이런 착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줬습니다. 주식시장 전체가 하락하며 착각으로 고평가를 받던 기업들은 순식간에 추락했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올해 상승장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주식 시장에는 따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올해 2차 전지 관련 주식들이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이곳저곳에서 2차 전지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찮게 접하게 됐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저마다의 논리를 가지고 현재 2차 전지 산업의 주식들의 밸류에이션에 대해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큰 시장 착각'이였습니다. 저는 물론 2차 전지 시장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저의 역량 범위에 들어오지 않는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지는 않겠지만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 아이디어가 '큰 시장 착각'에 기반한 것이 아닌지는 꼭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큰 시장 착각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은 본인의 예상치가 얼마나 가능성이 높은지, 그리고 얼마나 타당한지를 점검하는 것입니다. 2차 전지 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관심을 받는 섹터의 경우 대부분 최근 높은 성장률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받는 섹터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을 진행하기 위해서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현금흐름 등 가치평가 모델에 사용되는 다양한 예상치를 설정할 때, 투자자들은 최근의 폭발적인 성장이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쉽게 가정하고는 합니다. 이를테면 올해 매출이 50% 성장했다면, 앞으로도 매년 50% 성장한다는 식의 가정입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가정은 실현가능성이 없습니다. 그 어떤 기업도 영원히 성장할 수 없다는 기본적인 개념에 반대될 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로 계속 성장한다면 얼마되지 않아 섹터 전체의 규모보다 회사의 매출이 높아진다는 불가능한 결과값이 나오게 됩니다(그리고 여기서도 계속 성장한다면 주식 시장 전체보다 회사의 예상 매출이 커지는 재미있는 결과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기업에 부여한 성장 예상치가 매우 높은 수준이라면 우선적으로 회사가 속한 산업 규모와 비교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우선 현재 투자를 하고자 관심을 가지고있는 주식이 포함된 산업의 전체 규모를 추정합니다. 현재 산업 규모는 다양한 리포트를 통해 추정이 가능하고, 현실적으로 미래에 어떤 속도로 성장할지를 추정해야합니다. 이 추정치는 본인이 직접 추정할수도 있고,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면 다양한 전문가들이 예측한 연 성장률의 기대값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산업의 미래 규모를 우선 추정했다면, 이제는 해당 시점에 본인이 예상하는 회사의 매출 규모와 비교해야 합니다. 만일 본인이 예상한 회사의 매출이 산업의 규모보다 크다면, 이 예상은 '가능성' 자체가 제로인 지나치게 낙관적인 착각에 기반한 잘못된 예측입니다. 당연하게도 회사의 매출 규모는 산업의 규모보다 커질 수 없습니다. 


이렇게 가능성 자체가 없는 상황이 아닌, 예상한 회사 매출이 산업 규모보다 작은 수준이라면 이 두 수치를 나눔으로써 회사의 산업 점유율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상한 회사 매출이 50억이고 산업 규모는 100억이라면, 이 회사는 전체 산업의 50%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산정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이 점유율의 '타당성'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만일 본인의 예상 매출을 바탕으로 회사가 80%의 점유율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면, 이는 가능은 하지만 매우 높은 확률로 타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몇 프로의 점유율은 타당한 수준일까요? 그건 산업과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시점으로 타당한 수준이 어느정도인지는 이 산업에 투자하기로 결심한 투자자라면 이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만일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너무 위험한 투자를 하고있는게 아닐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성장이 확실해 보이는 산업은 끊임없는 경쟁이 발생하며 한 기업이 산업의 대부분을 점유하는 현상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논리적으로는 매우 당연한 이야기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큰 시장 착각 속에서 투자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실수를 꼭 피해야만 하는 이유는, 다른 실수와는 다르게 필연적으로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착각 속에 진행한 투자가 수익을 볼 수 있는 경우는 누군가가 같은 실수를 하여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주는 것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누군가의 실수를 바라며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성공가능성이 극히 낮은 어리석은 투자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실수를 피하기 위해 주식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진행할 때 매출 예상치를 계산한 후 산업의 규모와 비교하는 것을 필수적인 단계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는 회사의 미래를 예상함에 있어서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고자 노력하지만, 저 역시 제가 투자하는 회사에는 늘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닌텐도에 대하여 긴 요약본과 밸류에이션을 작성하여 공유했었는데, 이 분석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예상하는 최상의 상황에서 닌텐도는 5년 뒤 약 3조 엔이 조금 안되는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수치를 게임 산업의 규모와 비교함으로써 이 예상이 '큰 시장 착각'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2년 기준 게임 시장은 콘솔 시장과 게임 시장을 합쳐 약 26조 엔의 규모였습니다. 이 시장이 5년간 전혀 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현실적이고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가정을 한다면, 닌텐도는 5년 후 이 시장의 11%를 점유할 것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시장에 대한 분석을 통해 게임 시장을 어느 한 기업이 11% 점유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큰 시장 착각'으로 분류할 정도의 타당성이 없는 예상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닌텐도에 대한 분석은 아래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valueingrowth/30


지나친 낙관론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의 투자를 가능케합니다.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들 그리고 미래를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들에서 이러한 논리적 오류를 흔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산업과 기업의 성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투자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다만, 본인의 낙관적 예상이 가능성과 타당성 측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꼭 확인하며 투자해야만 합니다.


7/23/2023

Value Investor's Sanc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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