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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텀 Jul 30. 2023

로지텍 4

2분기 실적 발표

컴퓨터 주변기기를 판매하는 기업 로지텍이 2023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로지텍의 회계연도 기준으로는 2024년 1분기입니다. 주요 실적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실적


매출: $974M (YoY 16% 감소, QoQ 1.5% 증가)

매출마진율: 38.5% (YoY 1.1% 감소, QoQ 2.7% 증가)

영업마진율: 8.0% (YoY 2.0% 감소, QoQ 4.0% 증가)

순이익율: 6.4% (YoY 2.3% 감소, QoQ 2% 감소)


매출은 작년 동 분기 대비 16% 감소했으며 마진율도 모두 작년 동 분기 대비 약간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수치의 하락추세만 놓고 본다면 상당히 부정적인 수치로 생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때 로지텍의 이번 분기는 제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로지텍은 2022년에 2023년 가이던스를 유의미하게 하향조정한 것에 이어 2023년 1분기에 또다시 매출 하락을 예상하며 2023년 2~3분기 매출은 동기 대비 18~22%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2023년 2~3분기가 사실상 사이클의 저점이라고 고려하더라도 2023년 전체 매출은 유의미하게 감소할 것으로 보였으며 저 역시 개인적인 매출 예상을 회계연도 2023년도 매출 대비 20% 감소로 추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분기 매출은 시장의 예상치인 $917M을 약 6% 상회한 수준입니다. 제가 계산한 회계연도 2024년 추정 매출은 약 $3,630M 정도인데, 이미 회계연도 2024년 1분기에 이 예상치의 27%를 충족했습니다. 회계연도 2024년 1~2분기가 3~4분기보다 약할 것을 가정한 예측이였는데, 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가이던스


출처: 로지텍 FY24 Q1 발표 자료

로지텍은 반기 단위의 측정을 발표했는데, 이전에 발표했던 반기 추정치를 수정했습니다. 이전에는 약 18~22%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매출을 14~19% 수준으로 크게 줄였습니다. 수정한 매출 감소치의 상단 부분이 이전 매출 감소치의 하단 부분인 것에 관심이 갑니다. 또한 회계연도 2024년 전체 매출 예상치는 12~16% 감소로 발표했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한 20% 매출 감소는 너무 비관적인 시각이였다고 경영진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일 실제로 경영진이 발표한대로 매출의 감소가 12~16% 정도로 그칠 수 있다면, 제가 생각한 적정 주가는 약 5~10% 상승할 것입니다.


하나의 분기 실적을 보고 완전한 평가를 내릴수는 없습니다. 한 분기는 특정한 사건이나 변화로 생각보다 높거나 낮은 수치가 나올 수도 있으며 이것을 미래 전체를 추정하는 절대적인 수치로 사용하는 것은 현명하지도 않으며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로지텍의 이번 분기 성과는 분명 생각보다 훌륭하며 가이던스를 상향한 것 역시 고무적입니다. 상당히 보수적인 가이던스를 낸 이후 상향 조정했다는 것은 이 추정치가 꽤나 현실적인 수치라는 가정 역시 타당합니다. 로지텍은 현재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겪어나가고 있는데, 적어도 이번 분기에서는 어려운 시기가 끝나가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하나의 근거를 볼 수 있습니다.


매출 마진의 경쟁력 유지


로지텍의 매출 마진(gross profit)은 저의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입니다. 사실상 해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셀 수 없이 많은 기업들이 경쟁하는 컴퓨터 주변기기 시장에서 로지텍이 훌륭한 기업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로지텍이 기업의 브랜드와 수준 높은 디자인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수준의 매출 마진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로지텍은 컴퓨터 주변기기 매출이 주된 매출이거나 이 부분을 따로 공시하는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매력적인 수준 이상의 매출 마진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같은 원가에 더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한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팔더라도 로지텍을 선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한 로지텍의 경쟁력은 시장이 기업에게 좋은 방향으로 작동할 때 더욱 더 견고해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37% 수준이였던 (물론 이 수치도 경쟁사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수준입니다) 매출 마진은 코로나의 장점에는 45%에 육박하였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시장은 한 기업에게 좋은 시장이였다가도 순식간에 나쁜 시장으로 돌변합니다. 시장의 변화와 함께 매출의 성장이 회계연도 2022년에 정점을 찍고 점점 내려오면서 로지텍의 투자 근거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매출 마진 역시 하락했습니다. 최악의 실적을 보여준 저번 분기에는 35.8%까지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투자 근거에 대해서 다시 고려해보기도 했습니다. 다만, 로지텍이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는 점, 또한 로지텍의 최근 5년 중 최악의 매출 마진인 35.8%조차 훌륭한 수준인 점을 고려하여 결정을 보류했습니다. 이번 분기 로지텍은 다시 38.5%의 매출 마진을 기록했습니다. 이 역시 1분기와 마찬가지로 단 하나의 분기이기 때문에 완전한 투자 근거가 될 수는 없지만, 이 수치는 로지텍의 매출 하락세가 둔화된다면 마진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저번 분기까지 로지텍의 마진 저하의 큰 원인이였던 재고관리가 유의미하게 개선됐습니다.


출처: 로지텍 FY24 Q1 발표 자


위 표에서 보이듯이 수요의 폭발과 함께 재고를 과도하게 쌓아뒀던 1년 전과는 달리 재고 자산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며 재고자산회전일(DOI) 역시 유의미하게 감소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로지텍은 운영의 정상화가 이루어진다면 높은 마진을 변함없이 유지할 수 있다는 근거를 이번 분기에서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로지텍의 Non-GAAP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렇듯이 로지텍 역시 분기 실적 발표 프레젠테이션의 많은 수치를 Non-GAAP으로 제시합니다. Non-GAAP은 말그대로 미국 회계기준을 그대로 따른 것이 아닌, 경영진이 생각했을 때 기업의 실적을 조금 더 현실적인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회계기준으로 지칭되는 GAAP은 말그대로 전반적인 기업들을 모두 다루기 위한 기준이다보니 여러모로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몇 몇 기업들은 Non-GAAP을 좋게 말하면 공격적으로, 나쁘게 말하면 투자자들을 잘못 가이드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로지텍의 경우는 Non-GAAP을 그다지 공격적이지 않게 사용하는 기업이지만, 로지텍이 분기 실적 발표에 Non-GAAP 지표를 많이 활용하는만큼,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로지텍은 Non-GAAP 조정으로 크게 세 가지의 수치를 조정합니다. 주식기반보상, 무형자산 상각, 그리고 사업구조 변화 비용입니다. 주식기반보상을 실제 비용이 아닌 것으로 보는게 맞는지에 대한 관점은 많은 논란이 있지만, 저는 주식기반보상 전액을 비용으로 보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어떤 이유를 대든 이 보상은 분명히 비용이며,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매우 높은 확률로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형자산 상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로지텍이 인수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며, 이 과정에서 무형자산의 발생이 유의미한 편인데, 이 부분을 제외하는 것 역시 로지텍의 장기적 성장전략과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제외할 여지가 있는 것은 사업구조 변화 비용입니다. 이 부분은 로지텍의 경영진이 직접적으로 일회성 비용이라고 언급했으며 실제로 전년 동기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비용입니다. 따라서 전체 영업비용의 1% 수준의 작은 비용이지만 이 정도는 합리적인 Non-GAAP 조정입니다.


회계적인 주제를 다루다보니 상당히 지루한 이야기겠지만, 쉽게 정리해서 말하면 로지텍은 Non-GAAP을 볼 이유가 별로 없는 기업이라는 것이 결론입니다. 전체 영업비용의 1%를 조정하는 것은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며, 로지텍이라는 기업의 가치를 판단할 때는 GAAP 기준 수치를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사업 분류 변화


출처: 로지텍 FY24 Q1 발표 자


위 자료에서 보이는 것처럼 로지텍은 이번 분기에 사업 분류에 변화가 있었음을 공시했습니다. 큰 틀에서는 모바일 스피커와 오디오 부분을 없애고 이 부분 매출을 다른 부분으로 적절히 재분류하며 비디오 협업 부분 중 웹캠의 매출을 웹캠 분야로 재분류했습니다. 로지텍의 사업별 매출을 따로 트래킹하기 위하여 이 변화를 인지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웹캠 부분 매출은 이 조정을 통해 약 60% 증가하였는데, 다음 분기에 작년 동기 웹캠 부분 매출을 비교해보면서 60% 정도 상승했다고 웹캠 분야가 성장했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결론


로지텍의 이번 분기 실적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긍정적인 결과였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는 1년 기준 매출의 20% 감소를 예상했지만, 경영진은 12~16% 매출 감소에 그칠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경영진이 한 개의 분기를 진행하고 나서 조정한 결론인만큼, 현실성과 정확도가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판단하여 로지텍에 대한 평가를 재조정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분야의 회복 속도에 대해서 비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기에 경영진의 예측의 하단인 16% 매출 감소로 평가에 사용되는 가정을 조정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로지텍의 목표가는 이전 목표가보다 높아진 상태입니다.


이전에 밝혔듯이 저는 로지텍의 CEO 교체와 함께 매수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로지텍은 실적을 공개했지만 아직 컨퍼런스 콜은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컨퍼런스 콜을 듣고 CEO가 바뀐 로지텍의 방향성을 파악한 후 매매를 재개할지에 대한 판단을 하고자 합니다. 만일 새로운 CEO가 로지텍의 방향성을 유지한다면, 매매를 재개할 의향이 있습니다. 또한, 루프덱 인수건에 대해서도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합니다.


Disclaimer: 이 글은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7/24/2023

Value Investor's Sanc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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