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 발표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2023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회계연도 기준으로는 2024년 4분기, 즉 연말 실적 보고입니다. 주요 실적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실적
매출: $211.9B (전년 대비 6.9% 상승)
매출마진율: 68.9% (전년 대비 0.5% 상승)
영업마진율: 41.8% (전년 대비 0.3% 감소)
순이익율: 34% (전년 대비 3% 감소)
상대적으로 매출이 약했던 회계연도 상반기의 결과와는 다르게 하반기에 매출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며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됐습니다. 순이익의 경우 마진율 저하로 인해 약간 하락했지만, 사실상 비슷한 수준입니다. 올해 초만 해도 올해 시장이 얼마나 어려운 시장이 될지에 대한 비관적인 예측이 시장에 완연했던 점을 고려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역시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성적표입니다. 실적 발표 이후 애프터마켓에서 약 4% 정도 하락하였는데, 이는 훌륭한 성적표보다는 이후 가이던스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 때문으로 보입니다.
가이던스
어닝 콜에서 경영진은 다음 분기 가이던스를 아래와 같이 발표했습니다.
Productivity and Business Processes: $18~18.3B (9~11% 성장)
Intelligent Clooud: $23.3~23.6B (15~16% 성장)
More Personal Computing: $12.5~12.9B (3~6% 감소)
COGS 역시 유의미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치를 발표했지만, 이는 위에서 밝힌 매출 상승으로 인해 함께 성장하는 것으로 매출 마진율은 여전히 69~70%로 오히려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분기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시장의 기대치에 예상 매출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분기 기준으로 봤을 때는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번 실적 발표에 대한 시장의 단기적인 대응일 뿐 저의 투자와는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제가 가장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기업입니다. 물론 충분한 수준의 공부는 하지만 중요한 지표와 기업의 방향성이 어긋나지 않는다면, 오랜 기간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ROE와 ROCE
기업의 퀄리티를 판단하기 위해 가장 자주 활용되는 척도는 ROE(Return On Equity) 입니다. 자기 자본 대비 이익률을 수식화 한 것인데, 쉽게 말하면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순이익으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지표입니다. ROE의 단점 중 하나는 부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의 경우 자기자본이 낮게 계상되기 때문에 부채로 인한 과대계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ROCE (Return on Capital Employed)입니다. ROCE는 EBIT(Earnings Before Income and Tax)를 장기부채와 자기자본을 합으로 나누어준 값인데, 이는 부채를 회사 운영의 효율성에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체 자산의 25% 수준의 장기부채를 가지고 있는데, 이 부채를 고려해주기 때문에 ROCE는 ROE보다 낮게 나타납니다.
ROE와 ROCE 모두 훌륭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투자의 지속성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속적으로 훌륭한 이익효율을 보여줄 수 있다면, 단기적인 변동성과 관계 없이 이 기업에 대한 투자 기간을 길게 유지할 긍정적인 근거입니다.
위 표에서 보이듯이 올 해 마이크로소프트의 ROCE와 ROE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였지만 여전히 훌륭한 수준입니다. ROE가 하향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이익의 감소보다는 자기자본의 증가로 인한 것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영원히 높은 효율로 자기 자본을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은 없고, 그렇기 때문에 다수의 기업들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이 수치를 높게 유지하기도 합니다. 이번 회계연도에도 훌륭한 효율을 보여주고 있기에 ROE와 ROCE를 재검토했을 때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매출의 방향성에 대한 이해
위에서 설명했듯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가장 많은 매출은 Intelligent Cloud에서 발생하며 Productivity and Business Processes 부분과 More Personal Computing 부분이 그 뒤를 잇습니다. Intelligent Cloud는 마이크로스프트의 강력한 경쟁력 중 하나인 Azure를 포함한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입니다. Productivity and Business Processes는 Office 365, Dynamic 365 등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다양한 생산력과 비즈니스 운영 관련 제품 및 서비스 매출입니다. More Personal Computing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사와 함께한 윈도우와 빙을 중심으로 한 검색 및 광고, 그리고 게임과 여러 하드웨어 및 주변기기를 포함한 매출입니다.
위 가이던스에서 밝혔듯이 Intelligent Cloud와 Productivity and Business Processes 부분은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빅테크 기업 중 하나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기업에게 매 분기 실적 개선을 바라는 것은 가혹한 수준은 아니지만, 큰 방향성에서 위 두 분야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올바른 방향성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성장률과 관계없이 위 두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과점 혹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미 높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상태입니다. 또한 이 두 분야는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분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미래 산업에서도 여전히 강자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는 More Personal Computing 부분은 윈도우 OEM의 지속적인 매출 감소가 주된 원인입니다. 윈도우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상징과도 같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인 것이 여러 투자자들의 걱정을 유발하고 있지만, 이는 PC 시장의 단기적 불황으로 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PC 시장은 코로나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후 재고관리와 로지스틱스 이슈, 그리고 수요가 미리 충족됨에 따른 단기적인 수요 감소 등으로 전반적으로 역성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슈로 마이크로소프트 뿐만 아니라 PC 시장에 몸을 담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회사가 이 부분 매출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PC 시장은 2024년 전반기 혹은 후반기부터 회복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많은데, 사실 이러한 예측은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닙니다. PC 시장의 회복이 언제 이루어질지에 대한 예언가적 예측이 이루어질 필요없이, 언젠가 이 시장이 정상화 될 것은 분명합니다. PC 시장은 이미 성숙한 산업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지는 않지만, 수요 역시 꾸준히 유지되는 시장이기에 혁신적인 대체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장기간 그 규모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이 부분 매출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정리하자면 약세를 보이는 부분은 장기적으로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며, 성장성이 높은 다른 두 부분에서는 높은 점유율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매 분기 성장은 아니더라도 긴 흐름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 방향성이 유지되고 있음으로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 변화를 가질 필요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ChatGPT에 대한 생각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전고점을 돌파할 정도로 투자자들에게 호의적인 관심을 받았던 것은 역시 ChatGPT를 위시한 AI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기업가치에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AI 시장은 의심의 여지 없이 빠르게 거대해질 시장으로, 이 시장에서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에게는 큰 투자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이 올해 상반기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트렌드였습니다. ChatGPT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브라우저인 빙에 적용되고나서 완전한 한 분기가 지난 후 첫 분기 보고내용에서 ChatGPT는 어떤 성과를 보여줬을까요?
ChatGPT의 매출이 정확히 어디에 포함되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현재로써는 위에 하이라이트한 Search and new advertising 부분에 포함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부분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8% 증가하였습니다. 즉, ChatGPT의 영향은 미미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폭발적인 관심이 있었던 것에 비해 겨우 8%의 매출 증가, 그것도 매출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분야에서 이루어진 작은 매출 성장입니다. 그렇다면 ChatGPT는 사실상 거품이였고 투자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투자를 포기해야할까요?
우선 마이크로소프트가 단순히 ChatGPT를 내놓았다고 구글의 검색 엔진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건 너무 낙관적인 상상입니다. 구글이 쌓아올린 성은 그렇게 쉽게 함락되지 않을 것이며,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진 역시 구글을 완전히 굴복시키고자하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정말 중요한 질문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이 독점하고 있는 검색 엔진 시장의 몇 퍼센트의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위 자료애서 보이듯이 현재 구글은 전체 검색 시장의 93%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검색 시장의 시장 가치는 2022년 기준 $172B이며 마켓워치의 리서치에 따르면 2029년에는 $347B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1년 매출이 약 $212B 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구글이 이러한 시도를 쉽게 허용할리는 없습니다. ChatGPT의 대단함과는 별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유의미하게 이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며, 이는 단기적인 결과로 나올 가능성이 낮습니다.
이러한 낮은 가능성을 이번 실적 발표의 8%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ChatGPT가 당장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에 큰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알맞은 투자처가 아닐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가까운 미래에 ChatGPT로 버는 돈보다 사용하는 비용이 높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ChatGPT는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하던 빙이 실제로 유의미한 점유율을 가져올 작은 가능성을 보는 하나의 근거일 뿐입니다. 이 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에 대한 투자 근거가 아닌, 작은 옵션 중 하나일 뿐이라고 판단합니다.
결론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번 실적은 큰 틀에서 투자 근거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제가 생각했던 방향성으로 기업이 운영되고 있으며 단기적인 변화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입니다. 실적 발표 후 애프터마켓의 4% 하락을 고려하더라도 제 기준에서 현재 주가가 비싸다는 판단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2023년 2분기 투자 서한에서 밝혔듯이 저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투자 지분을 일부 정리했습니다. 현재 주가는 여전히 비싼 수준이며 앞으로 유의미하게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다면 포지션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Disclaimer: 이 글은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7/24/2023
Value Investor's Sanct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