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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카도 May 03. 2022

낭만적인 드라마,<우리들의 블루스>

제주가 가고싶어지는 인간적인 드라마

20대 때 입이 닳도록 극찬했던 드라마가 하나 있다. 바로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이다. 2008년 수능을 끝내고 그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던 나는 매주 드라마 본방 사수를 하며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할 일이 없으면 드라마를 틀어놓기 일쑤였다. 드라마에서 쏟아지는 명대사와 인물들의 갈등구조를 분석해서 학교 리포트로 제출하기도 했다. 준영과 지오의 관계를 욕망의 관점에서 분석했던 리포트. <그들이 사는 세상>은 내가 그 정도로 애정 했던 드라마였다. <그들이 사는 세상>을 기점으로 노희경 작가님의 드라마를 거의 챙겨봤다. 이후에 봤던 드라마 중 인상적이었던 드라마는 <괜찮아, 사랑이야>였다. 마음의 병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잘 그려냈던 드라마라서 인상 깊게 보았다. 

이번에는 옴니버스 드라마로 돌아오셨다. 옴니버스 드라마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주제나 인물로 연관성을 가지도록 하여,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든 텔레비전 드라마를 말한다. 우리 각자가 각자 삶의 주인공이듯 드라마 한 편 한 편 주인공을 달리하여 그 주인공을 부각하겠다는 작가님의 의향이 반영된 작품이다. 드라마가 기대되었던 또 다른 이유는 초호화 캐스팅에 있었다.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을 한데 모아 드라마를 찍으면 고퀄리티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제주 사투리를 입에 척 달라붙게 구사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를 배경으로 했던 드라마는 꽤 많았다. 어린 시절 재미있게 보았던 <러빙유>도 제주를 배경으로 했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본격 제주 특화 드라마로 수산 시장, 바다에서의 물질 등 디테일하게 제주생활을 보여준다. 제주에 대한 낭만이 있는 사람이라면 간접 경험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기러기 아빠로 지내다가 제주로 발령받아 온 한수(차승원)가 은희(이정은)에게 돈을 빌려보려 그녀의 마음을 이용하려다가 뉘우치는 대목은 짠하기까지 하고 동석(이병헌)이 한때 사랑했던 선아(신민아)가 실족으로 바다에 빠졌다가 겨우 살아나는 대목은 아찔하다. 정준(김우빈)의 영옥(한지민)을 향한 구애도 단짠 내가 섞여서 물컹하다. 그토록 친했던 호식과 인권은 어쩌다 으르렁거리는 사이가 되었고 아이들이 임신을 하게 되어 사돈 맺게 생긴 기이한 상황은 재미있기까지 하다. 늘 그렇듯 노희경 작가님의 드라마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싸움을 하고 갈등을 맺어도 인물들 개개인이 밉지 않고 사랑스럽다. 


드라마의 또 다른 묘미는 음악에 있다. 은희(이정은)가 자주 부르는 Whisky on the rock이라는 노래는 최성수 원곡의 노래로 주인공과 드라마와 찰떡궁합이다. 리메이크를 통해 재탄생한 이 노래는 원곡 못지 않게 좋다. 임영웅이 이문세의 노래 <사랑은 늘 도망가>를 부르며 회자된 것처럼 whisky on the rock은 경쾌한 분위기와 가사 덕분에 회자되고 있다. 또한 임영웅이 부른 <우리들의 블루스>는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에서 인기를 끌었듯이 이번에도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차트 순위를 석권하고 있다. 아직 20화 중에 겨우 8화가 진행된 작품이라서 옴니버스 특성상 등장하지 않은 인물도 있다. 고미란 역으로 나오는 엄정화는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다. 그녀가 기존 인물들과 어떤 케미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기존 드라마 문법과는 다소 다른 옴니버스 드라마지만 제주 냄새 폴폴 나는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얼른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서 떠나고 싶어 진다. 제주야 기다려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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