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카위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제주도에 해당한다. 마하티르 전 총리가 자신의 고향인 랑카위가 관광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섬 전체를 면세 지역으로 지정한 덕분에 주류, 초콜릿, 담배, 화장품 등이 싸다. 단, 48시간 이상 랑카위에서 머물렀을 경우 쥬류 1L 이하까지만 섬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있다. 샴페인 등의 가격이 한국보다 저렴하지만 그렇다고 막 저렴하진 않았다. 알코올을 잘 모르는 나는 알코올 전문가 선배에게 뭘 마시면 좋냐고 물어서 뵈브 끌리꼬, 뗴땅져 등을 추천받아 갔으나 아쉽게도 빌리언즈 마켓에는 이 두 알코올이 없었다. 그래서 싼 모스카토 와인 하나를 집어 들었고 기념품으로 선물할 Beryls 초콜릿과 boh 차, 통갓 알리 커피, 다임 초콜릿(말레이시아에서 유명한 초콜릿이라길래) 등을 좀 샀다. 빌리언즈 마켓 옆에 있는 환전소가 환전을 잘 쳐준다고 해서 랑카위 이틀 차에 접어드는 날, 빌리언즈 마켓에 가서 환전도 하고 과일도 적당히 샀다. 랑카위에서는 3박을 했는데 첫째 날 숙소는 체낭 비치 근처의 펠랑기 비치 리조트, 두 번째 숙소는 쿠아 타운의 더 웨스틴 리조트, 세 번째 숙소는 탄중루 리조트였다. 차 렌트를 했던 터라 동선을 고려해서 밑에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올라가는 식으로 숙소 동선을 짰다. 숙소를 한 곳에 잡으면 좋은 점도 있지만 다양한 숙소를 경험해 보고 싶었던 터라 숙소를 매일 다르게 짰다. 세 숙소 중에 웨스틴이 제일 비쌌는데 비싼 만큼 제일 좋았다. 조식의 경우, 탄중루 리조트가 제일 좋았다. 현지 음식(나시 르막 등)이 제일 알차게 준비되어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라서 조식에 베이컨이 없었으나 첫 번째 숙소였던 펠랑기 비치 리조트에선 아메리칸 스타일, 아시안 스타일로 조식 주는 곳이 나뉘어있어서 아메리칸 스타일 제공 조식에서는 베이컨이 있었다.
첫째 날 묵었던 펠랑기 비치 리조트 근처에는 랑카위에서 제일 유명한 체낭 비치가 있었다. 숙소에 6시 30분 무렵 도착한 우리는 뒹굴거리다가 근처 해산물 맛집 푸투마요에 가서 볶음밥과 해산물을 먹었다. 다음날 아침, 조식을 먹는데 비가 와다다다 오는 바람에 그날 일정인 제트스키를 탈 수 있을는지가 너무 걱정되었으나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10시 30분쯤 그쳤다. mbti p인 남자 친구와 나는 제트스키를 당일에 예약했다. 대부분의 후기들이 동남아 수상스포츠의 경우, 예약하는 것보다 현지에서 딜하는 게 저렴하다고 해서 현지에서 딜했다. 제트스키의 경우, 랑카위에서 제일 기대했던 스포츠였다. 랑카위를 추천하는 이유가 제트스키 때문이라는 후기가 많았다. 후기에 혹했던 나는 제트스키가 정확히 어떻게 타는 것인지도 모르면서 3-4시간의 제트스키 체험에 기대를 잔뜩 했던 터였다. 한국에서 예약하고 갈 경우, 2인 18만 원이었다. 실제로 600링깃(1링깃=300원)에 2인을 판매하고 있었으나 500링깃으로 딜을 했고 순조롭게 제트스키를 타나 싶었는데 남자 친구와 내가 탄 제트스키 모터에 이상이 생겨 바다 한가운데서 멈추는 경험을 하고 말았다. 40분 정도 탔을 무렵 벌어진 일이라 당황했으나 제트스키 강사(아들과 아빠로 추정)가 우리 둘을 체낭 비치로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우리는 체낭 비치로 초스피드로 돌아오고 말았다. 제트스키를 10시, 2시에 한 번씩 하는데 강사가 3시간 더 해주겠다는 딜을 했으나 반이라도 환불받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나는 환불을 요구했고 250링깃을 돌려받았다. 1시간 정도 제트스키를 타도 어질 했는데 이 제트스키를 어떻게 3시간 탄다는 말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엄청 맑은 물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쓰레기가 많아서 그 쓰레기들이 모터에 걸리는 바람에 자주 멈추기도 했다. 꼬마 강사가 트레쉬 트레쉬 하면서 쓰레기는 피해야 한다고 했는데 쓰레기를 피해서 제트스키를 모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나처럼 제트스키에 대한 환상이 많은 사람들은 환상을 접어두고 현실의 뱃멀미를 생각해서 30분 동안 타는 체험형 제트스키를 추천한다. 패러세일링도 해 보고 싶었으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기에 제트스키를 택했던 우리는 쏘쏘 한 기분을 안고 걷다가 AB투어라는 곳에서 50링깃에 맹그로브 투어를 한단 이야기를 듣고 다음날 맹그로브 투어를 예약했다. 맹그로브 투어는 탄중루 항구에서 10시경 단체로 하는 투어였기에 우리의 다음날 리조트인 탄중루 리조트 동선과도 부합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다 맹그로브 투어 예약에 성공한 우리는 동선을 고려해서 팻 프로그 카페로 향했다. 옷을 갈아입을 곳이 없어서 래시가드를 입은 채 팻 프로그 카페에 가서 블루베리 스무디 한 잔을 하고는 Bellis 스파로 향했다. 언젠가는 마사지를 해야지 생각만 안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마사지를 받을 줄은 몰랐다. 인당 109링깃에 1시간 30분 정도 마사지를 받았고 마사지샵에서 준 차가 너무 맛있어서 뭐냐고 물어봤더니 red dates n longan을 넣어서 끓였다고 말해주었다. 대추와 용안을 섞어 만든 차였는데 난생처음 맛보는 달콤 씁쓸한 맛이어서 좋았다. 힐링을 하고서는 웨스틴 호텔에서 3시 무렵 체크인을 했다. 저녁으로 가고자 했던 식당은 '원더랜드 푸드 스토어'였다. 이곳에서는 생선을 구이 반, 찜 반으로 시켜먹었고 오징어튀김과 볶음밥을 시켜먹었다. 구글 평이 많은 집답게 맛있었다. 배를 채운 후에는 랑카위의 상징, 독수리 동상을 보고서는 그다음 날 맹그로브 투어로 향했다. 쿠아 타운에서 탄중루 항구까지는 대략 30분이 걸렸고 맹그로브 투어는 독수리 보기, 원숭이 보기, 박쥐 동굴 보기, 물고기 양식장 구경(레스토랑 음식 먹기 포함)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수많은 후기들을 미리 보고 갔던 터라 박쥐 동굴이 제일 무서울 것만 같았으나 막상 동굴에 들어갔을 때 박쥐들은 잠을 자고 있는지 조용히 동굴에 붙어 있어서 무섭다는 생각이 덜 들었다. 제일 신기했던 것은 바나나를 던지면 물에 뛰어들어서 받아먹는 원숭이들을 본 것이었다. 자유로운 원숭이들을 가까이서 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원숭이가 바나나 잎을 와그작 씹어먹는 영상을 비롯해서 원숭이 영상을 많이 찍어두었다. 물고기 양식장 경험을 하면서 1시간을 보냈다는 점이 이 투어의 맹점이긴 했으나 50링깃인 것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투어였다. 단독 투어의 경우 몇백 링깃이나 하는데 이 투어는 단독으로 움직여서 시간 절약은 가능하겠으나 맹그로브 투어에 그리 많은 돈을 쓰는 것보다는 1시간 정도 쉬어간다고 생각하고 쉬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분명히 아침에는 쨍쨍했는데 갑자기 1시간 사이에 스콜성 강우가 내리기도 했다. 맹그로브 투어는 강으로 들어가서 바다로 나오는 식이었는데 바다를 쏜살같이 달리는 경험을 하면서 제트스키투어보다 더 신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시간이 많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제트스키보다는 맹그로브 투어를 더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