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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카도 Oct 13. 2022

랑카위 렌터카 사건, 페낭으로 떠나요

페낭의 청팟치 맨션으로 오세요.

랑카위에서의 3박이 끝난 후, 페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가야 했다. 1시 40분 비행기였던 터라 12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만 했다. 랑카위에서 페낭으로 가는 방법은 페리와 비행기 두 가지가 있는데 페리는 3시간이 걸린다고 하여 1시간이 채 안 걸리는 비행기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비행기는 한국에서 예매를 해 두고 갔으며 2인 41400원에 끊을 수 있었다. 열두 시가 채 되지 않아 공항에 도착해서 렌터카를 반납하려는데 렌트한 차에 흠집이 가 있는 게 아닌가! 딱히 흠집이 날 만한 일은 없었지만 찝찝한 일이 하나 있었다. 렌트한 차량에 후방 카메라가 없었던 터라 오리엔탈 빌리지 주차장에서 후진을 하다가 기둥에 부딪히고 말았던 일이었다. 그러고 직후에 확인을 했을 때는 흠집이 나지 않아 있어서 걱정을 하지 않았던 우리는 예상치 못한 복병에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업체에서는 보상을 요구했다. 나는 처음에 '노노 노노노'를 외치다가 결국 50링깃 디포짓 포함 250링깃을 내주고 말았다.



 남자 친구는 누군가가 긁고 튀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했다. 나는 전날 저녁에 갔던 로컬 식당인 Jin's restaurant 가는 길이 어둡고 다소 험했던 터라 그때 나뭇가지나 어디에 긁힌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흠집 대참사로 인해 싸게 렌트한 것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원래 그 전날, 탄중루 리조트 안에 있던 chef's table에 가서 비싼 음식을 먹으려고 했던 우리는 그 집이 문을 닫는 바람에 차를 끌고 로컬 레스토랑에 갔던 터였다. 물론 로컬 식당에서는 6링깃짜리 나시 르막, 6링깃짜리 나시고랭을 먹었다.(말레이시아 현지 물가는 진짜 싸다. 엄청나게 양이 많은 삼각김밥 하나와 나시고랭 가격이 각기 1800원밖에 안 하니 말이다.) 만약 chef's table을 갔더라면 250링깃 정도를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렌터카 사건을 잊기 위해 노력했다.



40분 남짓의 비행 끝에 우리나라로 따지만 부산이라는 페낭에 도착했다. 첫째 날 숙소는 바투 페링기 근처의 파크로열, 둘째 날 숙소는 조지타운의 청 팟치 맨션으로 잡았다. 바투 페링기에서도 바다가 보여서 제트스키 등의 수상스포츠를 할 수 있다고 들었다. 숙소로 가기 전에, 백종원의 스트릿트 푸드파이터에 나왔다는 카야 토스트 집인 Ah wang cafe에 들렀다. 계란 반숙에 카야토스트를 찍어먹고 떼 따릭과 아메리카노를 시켜먹었다. 카야토스트는 만들기 쉬워서 회전율이 빠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30분 남짓 기다린 끝에 카야토스트가 나왔다. 물론, 주문을 할 때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던 터라 기다리는 데에 문제는 없었다. 허기를 달랜 후, 그랩을 불러서 숙소로 향했다. 그랩 기사는 반일 투어, 전일 투어를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다며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랩 운전기사와 함께 신나게 쏼라쏼라 떠들다가 파크로열 리조트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그랩 운전기사는 whatsapp으로 연락처를 줄까? 하고 물었고 우리는 단칼에 거절했다.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자유여행다운 자유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굳이 반일투어, 전일 투어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바투 페링기에서는 롱비치 호커에 가려고 했으나 하필 그날이 문을 닫는 날이어서 가지 못하고 근처 중식당에 들어가서 차퀘이터우와 새우탕면, 꼬치 등을 먹었다. 바투 페링기 야시장이 숙소 근처에 있다길래 부푼 꿈을 안고 야시장을 둘러보려고 했으나 야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시끌벅적한 분위기의 야시장이 아니었다. 만약 시간이 없는 여행자라면 바투 페링기는 건너뛰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바투 페링기에는 별다른 큰 무언가가 없었다.



그다음 날, 바투 페링기를 뒤로 하고 페낭의 중심이라 불리는 조지타운의 숙소로 그랩을 타고 갔다. 우리의 숙소는 청 팟치 맨션이었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촬영지이기도 한 그곳에 짐을 맡기고 청 팟치 맨션 투어를 공짜로 들었다. 원래 인당 7-8000원을 내야 하지만 우리는 특별히 숙소에 묵는 고객이었기에 무료로 가이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동남아 최대 부호의 저택인 블루 맨션은 중국어로 청 팟치 맨션이라 불린다. 청 팟치 가문은 미국의 록펠러에 준하는 부동산 재벌로 블루 맨션은 청 팟치가 각별히 아끼던 부인이 살고 있었던 저택이었다. 손님방과 방의 일부를 개조하여 부티크 호텔로 쓰이고 있는 청 팟치 맨션에서 투숙하면서 외국인이 한옥에 머물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룸넘버 대신 맨션의 에피소드가 담긴 이름을 방에 붙여놓았다. 우리가 머문 방 이름은 shantung이었다. 샨퉁은 청 팟치 가문이 와인 사업을 벌인 곳이었다. 청 팟치 맨션의 웰컴 다과와 특별한 조식은 여타 다른 호텔, 리조트와 차별화되는 요소기도 했다. 뷔페식의 조식이 아니라 메인 메뉴를 시키고 사이드 뷔페를 즐기는 식의 조식은 적당히 배부르게 해서 좋았다.



청 팟치 맨션 못지않게 유명한 곳이 페라나칸 맨션이다. 페라나칸은 이민 온 중국인 남성과 말레이시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을 의미하는데 중국과 말레이의 혼합 문화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페라나칸 맨션의 경우, 다소 투박하고 정제된 느낌이 드는 청 팟치 맨션과 달리 요란하고 화려했다. 두 맨션 후기를 비교해놓는 블로그 글도 읽어봤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청 팟치 맨션에 한 표를 주고 싶다. 말레이시아 여행 통틀어 제일 만족스러웠던 숙소도 청 팟치 맨션이었기에 숙소를 물색 중인 사람이라면 꼭 청 팟치 맨션에 하루 투숙해보길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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