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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카도 Nov 10. 2022

예술영화 모음집, 성적표의 김민영 외 다수

취향 호불호 타는 영화들을 보았다.



성적표의 김민영 (3.5점/5점)

볼까 말까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화. 마지막 10분이 관건인 영화. 이 영화는 소원해지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돌이켜보면 20대 초반에 매일 연락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 모두와 이전처럼 연락하지는 않는다. 20대 초반에는 하루키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스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으며 왜 굳이 스크루가 옛 친구들을 만나기 위한 여행을 떠날까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30대 초반인 지금은 옛 친구들을 찾아 떠나는 스크루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성적표의 김민영을 보고 나서 문득 스쳐간 그녀들이 잘 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거리가 멀어져서 멀어지고 사소한 오해로 멀어졌던 숱한 관계들을 지금 마주하면 다시 복원할 수 있을까. 영화의 주인공 김민영의 직설적인 언행과 조용조용한 유정희가 중간에 터트리는 모습을 보면서 관계 내의 잡음과 인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오지랖이다 싶어 말을 아끼게 되는 경향이 생긴 나는 혹여나 상대에게 상처가 될까 싶어 제대로 된 내 생각들을 밝히지 못할 때가 있다. 이는 상대와 나 모두를 위한 행동인데 어린 시절의 나는 지금보다는 관계에 있어 솔직했던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그녀들을 스크루처럼 찾아 떠나야 할까. 스크루처럼 찾아 떠날 자신이 없다. <성적표의 김민영>은 초반부의 지루함만 참아 견딘다면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허와 실, 의외성, 배신감 등등 다양한 이면을 맛볼 수 있다. 타인이 매기는 나의 성적표는 몇 점쯤 될지 궁금해졌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3점/5점)

제목이 내 스타일이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이란 제목 이후로 로맨스 영화 제목치곤 길다고 생각했다. 사랑할 땐 누구나 자신의 바닥을 보게 된다는 말이 있지 아니한가. 그래서 자신의 밑바닥을 볼 정도로 치열한 사랑을 하는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몇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굳이 챕터를 나눌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사람과 바람나서 동거를 정리하게 되는데 이전의 동거남이 암에 걸려있는데 찾아가서 푸념을 하는가 하면 바람난 관계에서도 싫증을 내며 또 다른 새로움을 갈구하는 여자의 이야기였다.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 (3.5점/5점)

다중우주를 참신하게 풀어낸 영화. 멀티버스는 주로 마블에서 많이 소모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다중우주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도구로 탁월하게 쓰고 있다. 세대갈등, 남녀 갈등 곳곳에 갈등과 혐오가 판치는 요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정신없는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처음에는 너무 정신없어서 이게 뭐지? 하면서 보다가 아 따뜻하다로 끝날 수 있는 영화였다.



풀타임 (3점/5점)

전국적인 교통 파업으로 지각 위기에 놓인 싱글맘의 절박함이 느껴지는 영화. 체험형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처절함과 다급함을 영화에 잘 담아냈으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영화. 특히, 마지막의 합격 통보 부분은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별점 0.5점 마이너스. 조금 더 싱글맘의 현실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면 좋았을 영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핍진성 하면 프랑스 영화 중에는 단연 다르덴 영화(자전거 탄 소년)를 꼽을 수 있는데 다르덴 영화는 늘 마지막에 먹먹함 한 방이 있는 반면, 이 영화는 마지막에 먹먹하다기보다 읭 해서 아쉬웠다.



베르히만 아일랜드(3점/5점)

<팬텀 스레드>에서 인상적이었던 빅키 크리엡스가 출연한다고 해서 기대하면서 봤으나 너무 지루했던 영화. 스웨덴의 거장 감독 베리만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듯했으나 영알 못이 이해하기엔 너무 난해한 영화여서 시간이 아까웠던 영화.



로스트 도터 (3점/5점)

메기 질렌할이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잃어버린 사랑> 판권을 구입해서 영화화했다고 해서 어떤 그림일지 너무 궁금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건 맞으나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 '엄마'란 무엇인가와 '엄마'의 자아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와닿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원작에 대한 호기심이 크게 일었던 것은 좋은 신호겠지? '모성애'는 자비에 돌란,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 많은 감독들이 이야기해왔던 주제인지라 메기 질렌할식 모성애의 모양이 궁금했는데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포커싱을 맞춘 듯한 느낌을 받았다. 조금 더 과감 없이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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