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멈춘 버스, 동공 지진의 나, OMG
보통 여행자들은 여행을 시작할 때, 검색을 해 보거나 여행책을 읽어보며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생각한다. 나 역시도 주로 인터넷 검색에 의존했는데 '남미 여행' 이렇게 딱 치면 대부분의 여행자가 밟는 코스가 정해져 있었다. 내가 시작했던 페루 리마를 시작으로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순이었는데 나는 볼리비아에서 우유니를 보고 나서 고민했다. 칠레 아타카마가 사막이 유명하다던데 갈까 하다가 이미 페루 이카에서 비기 투어를 해 봤던 터라 그리 끌리진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타카마로 가는 버스가 일주일에 하루인가 이틀 있었는데 그 머나먼 시간을 볼리비아에서 보내기가 아까웠다. 그래서 나는 조금 색다르게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는 방법을 택했다.
우유니 - 투피자 - 바야손 - 라끼아까 아르헨티나 국경마을
이렇게까진 순조로운 듯했으나 또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 아르헨티나로 넘어가는 국경
나는 멕시코 버스보다 더 허름한, 덜덜거리는 볼리비아 버스를 탔는데 바람이 자꾸 앞문을 통해 들어왔다. 한 마디로 승하차하는 곳 앞문이 버스 이동 중에 열렸다 닫혔다 했다. 새벽에 국경을 넘은 나는 와인으로 유명한 멘도사로 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버스가 중간에 가다가 멈췄다. 기름이 없어서 멈춘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운전사 개인 사정이었는데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한 대로 맞은 듯한 띵한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한 건, 다른 승객들은 나처럼 왜 그런지 의문을 가지기보다는 태평했다는 것이다. 내 옆에 앉았던 할머니는 '원래 이런 일 빈번해~' 이런 태도를 보였다. 나보고 캄 다운하라면서 먹을 걸 줬지만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내 신발은 우유니 소금으로 인해 물들어 있었는데 나는 그 찝찝한 기분을 멘도사에 가서 와인에 흠뻑 취하는 상상으로 지워가고 있던 터였다.
다행히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오스트레일리아 가족이 있었다. 이들도 나처럼 시간이 소중한 여행자였다. 볼리비아에서 어영부영 시간 보내기 싫어서 덜덜거리는 버스를 타면서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었는데 이렇게 도로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버스 안에 갇혀야 한다니 오 마이 갓. 남미에서 사기도 당할 뻔하고 택시에서 사기도 당해 봤지만 이런 배 째라 식은 또 처음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아저씨랑 나는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우리의 권리를 주장했으나 말이 통하질 않았다. 나는 시간이 많은 여행자가 아니었기에 입이 바싹바싹 타 들어갔다. 운전사 아저씨도 귀찮았는지 내게 일정 금액을 환불해 주며 버스 정류장을 알려줬다. 페루 와라스에서 한 번 사기를 호되게 당할 뻔했던 나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저씨와 딜을 해서 성공했다. 그다지 기쁜 성공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예정에도 없는 루트를 밟아 멘도사엔 가지 않게 되었다. 나는 새벽에 나 홀로 어둠을 뚫고 제일 가까운 정류장으로 가서 salta 행을 탔고 나는 예정에도 없던 salta에 도착했다. 살타의 어느 한 레스토랑 겸 카페에 들어간 나는 살 테냐를 까르네와 뽀요 두 개로 시키고 비행기 티켓 구매를 위해 넷북을 켰다. 내가 티켓팅을 과연 성공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