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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카도 Jan 19. 2019

친절한 남미씨, 미로 같은 정글 '보남파크'

아마존 정글도 이럴까? 거대한 대자연에 압도 당하다.

아마존 때문에 브라질이 가고 싶었고,  남미에서 작심하면 충분히 브라질 정글로 바로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 모든 여행의 추동력이 되었던 아마존에는 가지 않았다. 나는 내 인생에서 앞으로 다시 여행할 일이 거의 없는 남미 대륙에서 한정된 시간 안에 현명하고 알찬 여행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아마존이라는 선택지를 버렸다. 대신, 아마존과 유사한 정글은 꼭 경험해 보고 싶어서 멕시코의 정글, 보남파크로 향했다. 실제로, 아마존에서 투어를 했던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2-3주 간 아마존에서 모기만 엄청 물렸다고 가지 않길 잘했다고들 했다. 모기의 밥이 되었던 경험은 이미 거북 구호봉사활동하면서 보카 델 씨엘로에서 엄청 했기 때문에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을 경험이었다.


정글투어는 나와 캐나다인. 이렇게 두 명만 마야인과 함께 했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캐나다인은 자신을 예술가라고 소개했다. 여행 중 만난 남자 친구와 4주째 사귀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예술가인 이유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용해서 자신만의 예술품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묘하게 설득당하고 말았다. 페루 이카에서 비기 투어 할 때도 여행 중에 만나서 사귀고 있는 독일인, 콜롬비아인 커플을 보았는데 종종 여행지에서 만나 사랑하나 보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를 정말 좋아하는 나도 한때는 여행지에서의 '폴 인 러브'를 기대했지만 그런 영화 같은, 운명적인 사랑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보남파크에 오기 전, 이스라엘인들과 함께 히피들의 집합소, 팔렌케에서 즐거운 나날들을 보냈던 터였다. 정글은 직접 찾아갈 수는 없고 팔렌케에 여행사들이 호객행위를 하면서 추천하는 정글투어 비롯 여러 투어들이 있으니 정글을 경험해 보고 싶으면 거기서 보남파크를 택하면 된다. 하룻밤에 250페소인 통나무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서 나는 800페소 정도를 내고 마야인과 함께 하는 정글투어에 나섰다.


수많은 여행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했지만 그중 캐나다인이 손꼽을 정도로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다. 비록 나는 여행지에서 만나 스쳐 지나갈 사람이었지만 꼰대스럽지 않게 인생선배로서 사람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웠다. 물론 나보다 스페인어를 훨씬 잘해서 마야인과 스페인어로 둘이서 내가 알아듣기 어려운 역사 이야기도 많이 하는 듯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어서 '엄청 좋았다'라고는 말 못 하겠지만 평소에 마야인에 대해 관심이 많고 마야 문화, 마야 벽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정글 투어는 잊지 못할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정글 안에 마야인들도 몇 명 있었고 제사를 지내는 마야인들과 이를 촬영하는 일본의 방송국 사람들도 있었다.


덧붙여서 말하자면, 내가 여행하던 2012년에는 마야문명에 의한 멸망설이 떠돌던 시기였다. 나는 멸망예정일이었던 12월 21일, 친구 사촌의 결혼식에 참여했는데 바람이 유독 세게 불었지만,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고 나는 그 날 전통 혼례에서 유일한 외국인으로 마치 내가 결혼한 것처럼 주목을 받으면서 전통 혼례의 문화 중 하나인 항아리 깨기를 열심히 했다. 신은 믿지 않지만 외계인은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마야문명에 의거한 멸망설을 검색해 보다가 잠깐이나마 그런 생각은 했다.


'만약 지구가 멸망한다면 마야인을 볼 수 있나?'


채색된 벽이라는 뜻의 '보남파크'는 몬테레이에서 교환학생 중에 봤던 멕시코와, 수도 멕시코 시티에서 봤던 멕시코와  또 달랐다. 실제로 보남파크 역시 미국인에 의해 정글 안의 마야인 유적지가 발견되었는데 정글이 하도 커서(거의 걸리버 여행기 안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나는 작았고 숲은 울창했다.) 고고학자라면 마야문명을 심도 있게 연구해 보고 더 발굴해 보고 싶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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