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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카도 Jan 23. 2019

친절한 남미씨. 여자들과 함께 한 이슬라 무헤레스

환상적인 스노클링, 환상적인 그날 밤


우리나라에는 여자도가 있다. 섬 이름이 '여자도'로 위치는 전남 여수시 화정면 여자리. 우리나라에 여자도가 있다면 멕시코에는 이슬라 무헤레스가 있다. 말 그대로 여자들의 섬이란 말이다. 캄페체에서 칸쿤으로 넘어간 나는 칸쿤의 미국스러움에 의아해하다가 바로 이슬라 무헤레스로 넘어갔다. 칸쿤은 실제로 한국인들이 신혼 여행지로 많이 가는 곳이기도 하고, 미국스러운 느낌도 난다. 남미 여행을 모두 마치고 멕시코 시티에서 뉴욕으로 넘어갔을 때, '아 문명의 냄새!' 했던 것처럼 멕시코 남부의 히피스러움과는 정 반대로 럭셔리함의 향연인 칸쿤에서도 '아 이 자본주의 냄새!' 라며 잠시나마 경탄을 금치 못했다. 


나는 숙소도 예약을 안 해뒀던 터라, 이슬라 무헤레스의 한적한 거리를 무작정 걸었는데 하필 지나가던 사람이 호텔에서 일하는 푸드 매니저였다. 이달고 스트릿이 유명하다는 추천을 받아서 그가 추천한 식당에 들어가서 서 넷북을 켜고 호스텔을 서치 했다. 이때, 내 기분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스노클링 비롯 어떤 활동을 하기 직전이었는데도 아침 공기를 혼자 마시니 상쾌한 기분에 혼자 들떴던 것 같다. 나는 저렴한 호스텔에 가서 짐을 풀고 루스터에서 오트밀과 빵 조각으로 아침을 때우고 스노클링을 하러 갔다.


나는 스노클링을 하러 갔다가 내 또래 한국인 여자 애들 두 명을 만나서 같이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서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중 한 명은 칸쿤의 한 호텔에서 돈을 진탕 쓸 작정을 하고 온 아이였고 한 명은 정치적인 성향이 나와 정반대인 친구였다.(여행지에서 2대 1로 나눠 대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이야, 2012년 대선 참... 말잇못) 두 친구 역시 툴룸에서 만나서 같이 동행을 하게 된 사이였다. 그녀들을 본 순간, 너무 반가워서 "한국인이세요?" 했는데 그녀들도 나만큼이나 반가웠다고 했다. 애국심이라고는 한 톨도 없는 나지만 외국에서는 같은 핏줄이 너무나도 그리웠던 터였다. 한 명은 공대생, 한 명은 문과 대생이었는데 저마다 남미 여행을 결심한 이유가 달랐다. 두 친구 다 남미 여행을 위해, 세계 일주를 위해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았다고 했다. 한국에 들어온 후, 두 친구를 만났을 때 공대생 친구는 대학원 과정을 밟으면서 조금 더 공부를 하게 되었고 문과대 친구와 나는 카페에 앉아 '문송합니다' 하며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물속에 들어가면 아무 생각이 안 들어서 물을 정말 좋아하는데, 스노클링을 하면서 예쁜 물고기들을 보면서 감탄했다. 고프로가 있는 사람들은 물에서 사진을 찍으며 예쁜 물고기들을 사진에 한가득 담아가는 듯했다. 스노클링을 하면서 더 깊이 들어가면 어떤 물고기들이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내 인생 버킷리스트 스킨스쿠버는 언젠가 꼭 하리라.


우리는 같이 스노클링도 하고, 같이 저녁도 먹으면서, 셋이서 같이 또 한 번 더 히치하이킹을 하기도 했다. 이번 히치하이킹은 골프 카트였다. 저녁을 함께 먹고 이슬라 무헤레스의 끝으로 걸어갔는데 돌아갈 때가 문제였다. 갑자기 어둑해져 버리는 바람에 우리는 택시를 잡아야 했지만 택시 하나 지나가지 않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또 걸었다. 그런데 노부부가 골프 카트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고 우리는 여느 여행자가 그러하듯 올라! 하고 서로 인사를 나눴다. 나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외국인 할머니의 주름진 미소를 참 좋아라 하는데 그 할머니가 그렇게 푸근한 미소를 짓길래 택시 어떻게 어디서 타야 되냐고 먼저 내가 말문을 떼며 물었다. 그랬더니 할머니는 목적지가 어디냐고 우리 가는 길에 같이 가자고 해서 얼떨결에 카트를 타게 되었다. 어쩜 사람들이 이렇게 마음씨가 고울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여행 중에 여러 번 했는데 유독 노부부 혹은 할머니들이 친구처럼 다정하게 대해 주셔서 좋았다. 외국은 남녀노소 불문 다 Amigo! Amiga! 니까.


이슬라 무헤레스에서 한국 여자 두 명과 함께 한 밤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여정에 따라 작별인사를 나눴다. 알딸딸한 기분이 들 정도로 맥주를 같이 마시고 우리는 각자 호스텔로 향했다. 나는 이슬라 무헤레스에서 툴룸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했다. 아침에 도착했던 칸쿤을 아침에 떠나니 기분 좋은 상쾌함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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