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
우리 집은 아이가 둘이라
일 년에 네 번 학교 앞에서 신호 봉사를 해야 한다.
그동안은 아내가 맡아했는데
올해는 내 담당이 되었다.
처음엔 솔직히
꼭 가야 하나 싶었다.
당근 알바를 보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한 번 다녀온 뒤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고
이상하게도 다음을 기다리게 되었다.
하는 일은 단순하다.
학교 앞 신호등에 서서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게
길을 건너게 도와주는 일.
잠이 덜 깬 얼굴로 무심하게
인사하며 지나가는 아이도 만나고
또랑또랑한 눈 빛으로
있는 힘껏 인사를 건네는 아이도 만난다.
그 작은 인사 하나에
괜히 내 마음도 맑아진다.
오늘 구역은
학교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신호등.
아이들이 많지 않아
한 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대신 지나가는 차들을 유심히 보았다.
깜빡이도 켜지 않고 밀고 들어오는 차.
속도를 줄이는 않는 오토바이.
빨간 불에도 멈추지 않는 차.
보고 있으니
열이 뻗치는 순간이 많았다.
아마 이런 것들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라고
서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출생 인구는 줄고
노인 인구는 늘어
나라가 병들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 역시도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맞나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미
9살 10살의 아버지로서는
늦은 고민이다.
그래서 더 바란다.
아이들의 등굣길만큼은
안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