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8일
예전부터 아내는 모던한 화이트 가구를 좋아했고
나는 우드와 포인트 컬러가 있는 가구에 더 마음이 갔다.
결혼 초반에는
내 취향이 더 많았다.
시간이 지나며
집은 점점 화이트로 채워졌다.
하지만 지금은
TV장은 삐걱거리고
소파는 강아지의 차지가 되어 버린
우리 집이다.
마침 아트 형이
소품을 정리한다기에
창고를 찾았다.
TV장 하나쯤 바꿔볼까 싶었다.
나는 이미 몇 번 와보며
마음에 둔 것들이 있었지만
아내 취향이 아니라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의 눈이
어느 가구 앞에서 멈췄다.
형과 눈이 마주쳤다.
됐다 싶었다.
결국 TV장 하나 보러 갔던 우리는
형의 승합차를 가득 채워 돌아왔다.
가구를 빼내고
소파를 밀어 넣고
러그를 펼쳤다.
하얗던 거실에
우드와 그린 벨벳 소파가 놓였다.
단번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알록달록한 러그 위로
음악이 내려앉았다.
한동안 거실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1960년대의 가구가
이토록 멋있을까.
유행은 지났는데
멋은 그대로였다.
취기가 오를 즈음
형은 전화를 꺼내 들었다.
엄마, 동생 고디탕 맛 좀 뵈주게 끓여주소.
그 말투가 괜히 좋았다.
투박한데 정이 묻어 있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말이 많고
동시에 가장 섬세한 사람이다.
오늘은 음악을 틀어 놓고
가구에 왁스칠을 했다.
어제의 술기운은 조금 남아 있었지만
형의 따뜻한 마음이 오래 남았다.
요즘 뭔가 자꾸 막힌 기분이었다.
안경이라도 하나 바꿔볼까 했는데
가구가 먼저 바뀌었다.
가구 몇 개 바뀌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달라졌다.
나도
뭐 하나쯤
바꿔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