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

2026년 3월 22일

by 철이

아들 친구네 가족이 집에 왔다.


아이들은 웃고 떠들었고

우리는 잔을 비웠다.


밤이 늦도록

함께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돌아가고

떠난 자리에는

맥주 캔만 남았다.


배는 부른데

자꾸 뭔가를 더 집어넣었다.


배가 고픈 건지

마음이 비어서인지

잘 모르겠다.


한 번 내려간 마음이

올라올 줄을 모른다.


돌이켜 보면

내 삼십 대는 꽤 근사했다.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아이들을 낳았고


서울에 아파트도 가져봤고

지금은 이 집에서 살고 있다.


남들이 부러워할 직업을 가졌고

해외를 오갔다.


스스로도

괜찮은 인생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십 년이었다.


지금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달라질 것 없는 내일을 산다.


마흔의 나에게도

한 번 더 올 줄 알았다.


오지 않았다.


오지 않는 봄을

기다리다

여기까지 왔다.


일장춘몽.


꿈에라도 봄일까.

깨어야 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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