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쇼는 유건의 오랜 습관이었다. 마당에 민들레가 피거나 새로운 물건을 보여줄 때도 늘 소년처럼 굴었다. 다미는 이번엔 뭘까 궁금해져 벌써부터 설렜다. 유건이 조심스레 다미를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유건이 화실 문을 열고 다미의 눈을 풀어줬다. 눈앞에는 그리다가 만 다미의 초상화가 완성되어 있었다. 다미는 놀란 듯 양손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유건의 이전 작품과 달랐다. 그림이 세밀하면서 활기가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그림 같았다. 극사실화와 초현실주의 풍이 압권이었다. 다미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 어떻게……당장 강큐레이터한테 연락해야겠다. 자기 전시회 갑자기 취소돼서 울상이었는데, 다시 해야지.”
“벌써 연락했지. 내가 원했던 건 이런 능력이었어. 인간인 채로 천재여 봤자지. 나는 이제 초인간이 된 거야. 인간이 볼 수 없는 영역까지 볼 수 있다고.”
다미는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렇게 괴로워하더니.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다미가 유건을 껴안고 등을 토닥거렸다. 그의 그림이 완성되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유건이 붓을 들어 올린 지 반년이 지났다. 무슨 이유인지 언제부터인가 그림을 그리지 못했고, 애써 그림 앞에 앉으면 붓 대신 술병을 들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괴로워했고, 포악해져 갔었다.
“축하해. 다시 그릴 수 있게 돼서. 그것도 이렇게 멋진 작품을.”
유건의 흡족한 표정을 보니 다미는 안심이 되었다. 그를 다시는 잃지 않을 것만 같았다.
유건은 몇 작품을 순식간에 완성하고 난 후 김관장과 강큐레이터를 불렀다. 유건의 새 그림을 본 김관장과 강큐레이터의 반응도 다미와 같았다. 김관장은 박수를 치며 찬사를 늘어놓았다.
“이게 정말. 노작가 작품이라고? 어메이징. 그림이 살아있어. 말로 형언이 안 돼. 이 디테일이란. 강큐레이터 어때? 그림에서 입김 나올 것 같지 않아?”
“대단하네요. 정말 천재를 천상계로 올려놓은 듯한 작품이에요.”
강큐레이터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노작가, 예정대로 전시회 진행하자. 나머지 작품 가능하겠어?”
“가능해요. 머릿속에 이미 그림이 완성됐거든요.”
“좋았어. 강큐레이터는 전시 플랜 다시 짜고, 서두르자.”
유건에게 독소를 쏟아냈던 김관장이 처음 그를 만났던 그때처럼 그림에 푹 빠져있었다. 유건은 김관장의 찬사를 듣고서야 웃을 수 있었다.
그날부터 유건은 화실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다미가 아침에 눈을 뜨면 옆자리에 유건은 없었다. 유건은 잠을 자지도 쉬지도 않고 그림을 그렸다. 몰입해 있는 유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다미는 처음 그를 만나 반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데이트 시간도 잊은 채 화실에 틀어박혀 있던 그였다. 그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문 앞에 앉아 책을 보던 날들이 숱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늘 행복했다.
유건 또한 뒤늦게 다미와의 약속 시간을 깨닫고 서둘러 나가다가 문 앞에서 책을 보며 앉아있는 다미를 여러 번 마주쳤다. 때로는 졸고 있는 다미를 깨우기도 했다. 미안하고 고마웠고 사랑스러웠다. 온전히 자신을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미가 퇴근하고 들어와도 유건은 알아채지 못했다. 어둠에 갇힌 집안에서 오직 화실만 빛이 있었다. 유건의 작품은 점점 늘어났다. 엄청난 작업 속도였다. 다미는 그런 유건이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 성과가 분명 좋아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기대가 큰 만큼 또다시 무너질 것이 뻔했다. 다시는 그런 절망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김관장이 서두른 덕에 전시회는 빠르게 열렸다. 트랜스휴먼으로 돌아온 유건이었기에 더욱 이슈였다. 전시회 건물 벽은 유건의 얼굴과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기자들과 갤러리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몰려들었다.
다미의 초상이 가장 핫한 그림이었다. 그 그림 앞에 선 유건에게 기자들이 몰려 질문을 이어갔다.
“트랜스휴먼 화가로는 최초죠?”
“트랜스휴먼이 되고 나서 이전 작업과 달라진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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