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건은 입꼬리를 내릴 줄 몰랐다.
“그게, 말로 설명드리기 어려운데, 머릿속에서 자꾸 영감이 떠오릅니다. 과거에는 뮤즈가 와야만 그릴 수 있었다면, 지금은 뮤즈가 늘 머릿속에 있는 느낌이랄까요?”
“오호, 정말 대단하네요.”
멀리서 유건을 바라보는 다미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 찼다. 그때 핸드폰 문자 알림이 떴다.
‘트랜스휴먼 노유건 님의 머리 교체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기간 내에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미는 이 순간의 붕 뜬 기분을 와장창 깨는 문자가 못내 원망스러웠다.
“온전한 이 모습도 이제 마지막이네.”
다미의 아쉬움이 얼굴 가득 묻어났다.
김관장이 다미 곁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축하해요. 성공적인 노작가의 재기.”
“감사합니다. 관장님 도움이 컸죠.”
“내가 뭘요. 사람 모으고 입 좀 구슬린 것뿐이지.”
다미가 어색하게 분위기에 맞춰 미소를 지었다.
“집에선 어때요? 화끈한가?”
“네?”
다의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하지만 김관장은 개의치 않고 뻔뻔하게 굴었다.
“아, 내가 너무 사적인 걸 물었나? 미안해요. 트랜스휴먼 되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아서. 그냥 궁금하지 뭐. 트랜스휴먼의 그건 어떤가 하고,”
다미가 픽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에 기분이 나빠진 것은 김관장이었다.
“매일 천국이죠. 아주 짜릿하게. 그럼.”
다미가 가볍게 묵례하고 자리를 피하듯 옮겼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다미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김관장은 다미의 뒷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저것 봐라…….”
강큐레이터가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김관장 옆으로 다가왔다. 강큐레이터의 시선은 인터뷰하는 유건을 향해 있었다.
“다행이죠? 그때 일, 전화위복이 돼서.”
강큐레이터가 무심코 한 말에 김관장이 턱을 들어 쏘아봤다. 강큐레이터는 김관장의 표정을 읽지 못하고 눈치 없이 말을 계속 뱉었다.
“저는 그때 노작가님 은퇴하시는 줄 알았어요. 난간에서 떨어지신 것도 내심 걸렸고.”
김관장이 발끈했다.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이야?”
강큐레이터가 화들짝 놀라 말했다.
“네?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강큐레이터가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김관장은 그녀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쏘아보았다.
인터뷰를 마친 유건이 갤러리들과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유건은 아까부터 보이지 않았던 다미를 그제야 찾기 시작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유건이 걸어오자 김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가 은밀히 말을 건넸다.
“노작가님 나한테 눈길도 안 주시더라. 내가 예전에 그림 혹평했다고 아직 삐친 건 아니죠?”
“그럴 리가요. 그랬으면 이 갤러리에서 전시를 안 했겠죠. 아마 제 눈길 원하는 곳이 많다 보니 관장님께 머문 시간이 짧았나 보죠.”
“아!”
김관장은 유건이 이래서 좋았다. 항상 상냥하고 달콤한 말을 내뱉는 남자였다. 예술은 통한다더니 시를 써도 성공했을 남자였다. 유건이 눈인사를 하고 지나치려는데 김관장이 불러 세웠다.
“노작가님. 그런데 왜 답을 안 주세요?”
유건이 무슨 말이냐는 듯 돌아보았다. 김관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저 언제까지 기다려요?”
“제가 약속한 게 있나요?”
“삼 주 전에, 아! 기억에 없으시겠구나.”
“뭐죠?”
“듣고 싶으면 사모님 먼저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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