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_ 영혼의 온도 _ 12

by 성요셉



아내가 말소하면 끝인 거잖아


김관장의 말대로 유건은 다미를 먼저 배웅했다. 다미가 차에 올라타고 유건이 차문을 닫았다. 다미가 차 유리창을 내렸다.


“아까 김관장이랑 무슨 얘기했어?”

“사업 얘기지 뭐.”

“아주 맘에 안 들어. 사람이 천박해.”

“안목 있는 사람이야. 돈도 많고. 비즈니스 파트너로는 최고지.”

“그래서 더 재수 없어. 가까이하지 마. 어쩔 수 없는 비즈니스만 해.”

“자기가 맘에 안 들면 다음 전시는 다른 갤러리랑 할게.”

“됐어. 안목 있고 돈 많다며.”

“난 끝나려면 한참 걸릴 거야. 먼저 자.”

“알았어.”


다미의 차가 서서히 출발하자 저 멀리 지켜보던 김관장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김관장은 행사를 마치자마자 유건을 집으로 불러들였다. 그녀의 집은 크고 넓은 갤러리 같았다. 많은 미술품이 수장고 대신 이곳에 걸려 있었다. 유건이 소파에 앉아 집안을 둘러보았다. 거실 한가운데를 자신의 그림이 장식하고 있었다. 흡족했다.

가슴이 깊게 파인 검은 드레스로 갈아입은 김관장이 와인과 잔을 들고 유건 옆에 바짝 앉았다.


“마시면 안 되는 거 아니죠?”

“마셔도 취하지 않는 거죠.”

“아쉽네.”


김관장이 와인을 채운 잔을 건넸다.


“그럼 한잔? 분위기 맞춰야 내 쪽도 맘이 열리지.”


유건이 와인을 기꺼이 받아 마셨다. 김관장이 갑자기 유건의 볼에 키스를 했다. 유건이 멈칫하고 마시던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뭐죠?”

“왜? 싫어?”


김관장이 유건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내 뜻 받아 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일이 생길 텐데?”

“지금도 충분합니다.”


유건이 김관장의 손을 밀어냈다. 김관장은 콧방귀를 뀌며 잔을 들어 한 모금 입술을 축였다.


“그래서 거절이다? 왜?”

“관장님께 원하는 게 없으니까요.”


김관장이 유건을 빤히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훗. 진짜 갖고 싶다.”

“비즈니스 아니면 일어나겠습니다.”


유건이 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곧 얼굴 바뀌죠?”


김관장이 느긋하게 소파에 등을 기대며 유건을 올려봤다. 유건의 표정이 굳어있었다.


“얼굴 바뀌면 많이 이상할 텐데. 아내 마음은 안 바뀔까 궁금하네요.”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신경 쓰이지, 비즈니스 파트넌데.”


김관장이 와인잔을 빙글빙글 돌렸다.


“트랜스휴먼 운명이 관리자에게 있다니, 너무 하지 않아? 이제까지 노작가가 이뤄놓은 거, 아내가 말소하면 끝인 거잖아.”


유건은 김관장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고, 늘 신경 쓰였던 부분이었다.


“아내를 믿어요?”

“그때도 이렇게 유혹하셨나요?”


김관장은 비슷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넘어가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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