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건은 미루고 미루던 머리 교체 수술을 받았다. 고통은 없었고 위험하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모습에 충격받을 다미가 염려되었다. 거울만 보지 않는다면 자신의 모습은 어떻게든 적응하겠지만 다미는 달랐다. 평생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마주해야 했다. 마치 작은 헬멧 안에 얼굴을 가둔 듯 보였다.
두상 교체를 마친 유건을 처음 마주한 다미는 입술 안쪽을 지그시 깨물었다. 유건이 머쓱한지 머리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머리카락을 쓸어내릴 때의 느낌을 다시는 가질 수 없어 아쉬웠다. 생각을 할 때나 곤란할 때 쓸어내리고 만졌는데 이젠 다른 습관이 필요했다.
“어때? 이상해?”
“이 나쁜 자식들이 잘생긴 내 남편 머리를.”
다미가 유건의 얼굴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불편한 건 없고?”
“응. 난 뭐. 자기가 볼 얼굴이니까 자기 맘에 들어야 하는데, 영 이상하지?”
“헬멧 썼다고 생각하지 뭐. 자기 표정 하나하나 볼 수 있으니까. 괜찮아.”
유건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다미의 표정에 안도했다. 두 사람은 한시라도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아 서둘러 나갔다.
차에 오르고 건물 밖으로 나올 때까지 다미는 내내 유건의 얼굴에 시선을 두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괜찮다고 곧 익숙해질 거라며 애써 유건의 마음을 토닥였다. 위로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그 무언가가 있었다. 어쩌면 위로는 유건이 아니라 다미에게 필요했다. 다미는 마음속으로 곧 적응할 거라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주차장을 나와 건물 앞 도로에 차가 올라서자 피켓을 든 시위대가 아이씨뱅크 앞을 점령하고 있었다. 몇몇 3D 얼굴인 트랜스휴먼과 그래픽 얼굴의 로봇도 시위대에 섞여 있었다. ‘트랜스휴먼에게 인권을 허락하라. 레고 머리가 웬 말이냐.’,‘트랜스휴먼을 로봇 취급하지 마라.’,‘로봇 얼굴 교체법 반대!’ 피켓의 문구 하나하나가 다미의 마음을 대신했다.
“나도 시위할까 봐. 잘생긴 내 남편 얼굴을 왜 국가가 관리하냐고.”
유건은 내내 괜찮다고 말했던 다미가 불안했다. 그녀의 기분을 전환시키고 싶었다.
“맛있는 거 먹고 갈까?”
다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건의 차가 일전의 고급 레스토랑 앞에 주차를 했다.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직원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저희 레스토랑은 인간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인간만’이라는 단어에 다미가 발끈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럼 우리가 인간이 아니라는 건가요?”
두 사람을 알아본 터라 직원의 허리는 더욱 굽어 쩔쩔맸다.
“죄송합니다. 다른 분들 배려 차원으로 내려진 결정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알았어요. 다른 데 가자.”
유건은 담담하게 다미의 어깨를 잡고 돌아서려 했다. 그러자 유건의 태도에 다미가 어이없어했다.
“뭐? 사람 취급을 못 받았는데 그냥 가자고?”
“방침이라는데 싸울 일이 아니잖아.”
다미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다미가 유건의 팔을 뿌리치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차에 올라탔다. 유건이 빠르게 운전석에 올랐다. 불쾌해진 다미의 눈치를 보던 유건이 집에서 맛있는 요리를 해주겠다며 타일렀다. 하지만 다미는 대답 없이 입을 꽉 다물고만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차 안에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집 앞에 도착하자 유건의 눈빛이 푸르게 바뀌고 집안의 조명이 하나씩 켜지고 차고 문이 열렸다.
다미가 신경질을 부리며 대시보드를 눌렀다. 그러자 집안의 조명이 꺼지고 차고 문이 닫혔다.
“그냥 터치해.”
다미의 목소리가 앙칼졌다.
“내가 하면 간단한데 뭘.”
다미가 다시 대시보드 화면을 누르자 집안 조명이 켜지고 차고 문이 열렸다.
“그냥 터치하라고. 이게 그렇게 귀찮니?”
유건이 차를 차고에 밀어 넣자 다미가 언성을 높이고 차에서 내렸다. 유건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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