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_ 영혼의 온도 _ 15

by 성요셉



나도 사람이라고!


씩씩거리며 들어가는 다미를 따라 유건이 거실로 들어왔다. 다미가 핸드백을 아일랜드 테이블에 툭 올려놓고 감정을 삭이듯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뭐? 나 뭐 잘못했어?”


다미는 기가 막혀 유건을 몰아세웠다.


“몰라? 어떻게 몰라? 사람 취급을 못 받았는데?”

“그거야…….”

“진짜 노유건은 화냈을 거란 말이야! 우리 추억이 꽉 찬 곳인데, 다신 못 가게 됐는데, 화를 냈어야지! 나도 사람이라고!”


다미가 주먹으로 아일랜드 테이블을 쿵 내리쳤다. 그 반동으로 테이블에 있던 글라스 액자가 툭 떨어져 유건의 발등을 찍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졌다.


“미안해. 다쳤어?”


다미는 순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데 유건은 아무렇지 않게 유리 조각을 피부에서 집어냈다. 그러고는 깨진 유리조각을 한 곳으로 몰았다. 다미는 찢어진 유건의 발등으로 드러난 기계 조직이 징그럽게 느껴졌다. 다행히 유건은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괜찮아. 안 아파. 피부만 찢어졌어.”


유건의 말에 다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짜…….”


다미는 모기만 물려도 엄살을 떨던 유건이 새삼 그리웠다. 머리에 폭풍이 몰아쳤고 모든 게 뒤죽박죽이었다. 다미가 핸드백을 낚아채듯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유건은 다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는 부분이 뭐였을까. 계속 생각하며 유리 조각들을 휴지통에 넣었다.


저녁도 굶은 채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은 다미가 걱정된 유건은 애무를 시도했다.


“다음에. 오늘은 기분 아냐.”


다미가 유건의 팔을 뿌리치며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알았어. 잘 자.”

“자기도 잘 자.”


유건은 등 돌려 누운 다미가 신경 쓰였다. 유건과 다미는 서로 다른 복잡한 마음으로 밤을 지새웠다.



요양병원의 정원 벤치에 앉아 있는 다미를 본 제휘가 그녀 옆에 앉았다. 다미의 표정이 심란해 보였다. 제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들 뇌스캔 하기로 했어요. 조금 더 크면 할까 싶었는데 애한테 아팠던 기억 남는 게 싫어요.”

“얼굴이 바뀌는데 괜찮겠어요?”

“자식이잖아요. 구겨진 종이 모양으로 있어도 상관없어요.”

“아. 그런가.”


다미는 순간 이 사람과 자신의 감정 차이가 선명하게 느껴져 씁쓸했다.


“무슨 일 있어요?”

“남편 얼굴 바꿨어요.”


제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괜찮아요?”

“아뇨. 정작 본인은 괜찮은 거 같아서 다행인데, 저는 이상해요. 머리만 바뀐 건데, 많이 달라 보여요.”

“어떤 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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