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삼키려던 말을 마지못해 뱉었다.
“로봇 같아요.”
제휘는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몰라 침묵했다.
“물론 몸은 로봇이지만, 얼굴 바뀌기 전에는 크게 의식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 사람이 살았을 때와 다른 점만 눈에 보여요.”
“…….”
“이 사랑이 영원할 수 있을까요?”
제휘는 다미의 복잡한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떤 조언도 위로가 되지 못할 것도 알았기에 그저 침묵으로 위로해 줬다.
유건과 다미는 한가로운 휴일을 보내고 있었다. 은은한 거실 조명 아래서 영화 러브레터를 다시 보았다. 여주인공 히로코가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는 장면에서 다미는 이전과 다르게 눈물을 흘렸다. 반대로 유건의 눈은 건조했다.
“안 우네? 볼 때마다 울어놓곤.”
“눈물이 없잖아. 자기 울어? 여러 번 봐서 안 슬프다며?”
“난 그만 봐야겠다.”
다미가 눈물을 숨기듯 닦으며 일어났다. 유건은 영상 속 설산을 보며 다미와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설산을 꼭 올라가자고 했으면서 그 약속을 지킨 적이 없었다. 유건은 이번에는 그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다미가 욕조에 물을 틀어놓고 태블릿을 꺼내 들었다. 벽에 기대앉아 무릎을 껴안은 채 유건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았다. 유건의 장난기 있는 모습과 다정한 사진들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거지?”
태블릿에서 다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유건과 그 모습을 촬영하는 다미의 모습이었다. 다미가 핸드폰으로 주방 곳곳을 촬영했다. 주방은 음식물이 여기저기 튀고 도구들이 널브러져 난장판이었다. 유건이 팬에서 지글거리는 스파게티를 접시에 담아냈다. 이마저도 제대로 못 담고 옆으로 흘린 것을 쓸어 넣었다. 유건이 접시를 다미 앞에 밀어놓았다.
“먹어 봐. 비주얼은 저세상이지만, 레시피 대로 했으니까. 진짜 맛있을 거야.”
“그래?”
다미가 포크로 면을 말아 입속으로 가져갔다.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흔들던 다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다미는 힘들게 삼켜보려 했지만 결국 쓰레기통에 뱉어냈다. 유건이 못마땅한 듯 입을 쭉 내밀었다.
“뭐야.”
“미안 미안. 참고 먹을라고 했는데.”
“그렇게 이상해? 넣으라는 거 다 넣었는데.”
“대체 무슨 레시피를 본 거야? 먹어 봐. 진짜 지옥 맛이야.”
유건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포크로 면을 말아 입에 넣었다. 그러더니 얼마 못 씹고 그대로 다미에게 뿜어냈다.
“야!”
다미는 가슴에 붙은 스파게티 면을 뜯어내어 유건에게 던졌다. 유건은 웃으며 도망을 쳤다.
“미안 미안. 어떻게 내가 하면 죄다 음식물 쓰레기 같냐.”
다미가 접시에 든 스파게티를 손으로 집어 유건에게 던졌다. 그러나 유건은 날렵하게 피했다.
“어 피해?”
다미와 유건이 웃으며 쫓고 쫓기더니 유건이 다미를 와락 껴안고 키스를 했다.
다미의 기억 속에 유건의 키스는 달콤했다. 투덕거리는 두 사람의 영상을 보며 다미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잠시 잠깐 꼬깃꼬깃 구겨졌던 마음이 펴졌다.
샤워를 마친 다미가 침실로 들어섰다. 유건은 침대 위에서 푸른 눈으로 인터넷을 보고 있었다. 다미가 협탁의 전등을 끄고 이불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유건이 푸른 눈을 멈추고 다미에게 다가가 어깨에 키스를 했다. 유건은 그녀에게 최선을 다하려 했다. 하지만 다미에게 닿는 것은 유건의 혀가 아니라 그저 매끈한 두상이었다.
“이런, 키스를 어떻게 하지? 그냥 로봇 두상으로 바꿀 걸 그랬나? 얼굴은 달라도 키스는 할 수 있잖아.”
마네킹 같은 로봇 얼굴과 키스를 상상하다니, 다미는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유건이 원망스러웠다.
트랜스휴먼의 얼굴은 다른 방식도 선택할 수 있었다. 마네킹 같은 인위적인 얼굴은 가능했다. 하지만 그 얼굴을 한다면 유건의 정체성을 갖기 곤란했다. 유건은 키스는 안 되겠다 싶어 다미의 가슴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하지만 다미가 유건의 손길을 거부했다.
“그냥 자자.”
“자기 안 한 지 오래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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