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_ 영혼의 온도 _ 17

by 성요셉



버릴 거면 김관장한테 양도해 줘.


다미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번에는 ‘우리’가 아니라 ‘자기’라는 말이 몹시 거슬렸다.


“나한테 섹스 봉사하니?”

“그건 아니지만.”

“나 피곤해.”


다미가 유건에게 등을 보이며 돌아 누웠다. 유건은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매일 혼자 상상하고 스토리를 만들다 보면 생각은 아주 멀리 가 있었다.


“내 얼굴이 로봇 같아서 그래?”


다미는 자신의 너울대는 마음으로 그를 상처 주고 싶지 않아 둘러대며 상황을 넘기고 싶었다.


“피곤해서 그래.”

“계속 나한테 화내잖아. 눈도 안 마주치고.”


다미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감정을 피해 도망가고 싶었으나 유건이 계속 파고들어 숨을 곳이 없었다.


“그래. 맞아. 다 맞아. 얼굴 하나 바뀐 건데, 다른 것들도 다 이상하고, 낯설어. 섹스도 자기 보는 앞에서 다른 무언가와 하는 기분이야. 자기 같지가 않아. 내가. 이런 내가 너무 싫어. 미안해.”


다미가 무릎을 세워 껴안고 고개를 파묻었다. 다미는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유건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물었다. 그의 생각은 다미의 예상과 한참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럼. 나 버릴 거야?”


다미가 고개를 바로 들어 유건을 노려보았다.


“뭐라고?”

“내가 필요 없어지면 말소시킬 거냐고.”


다미가 한숨을 푹 쉬고 힘없이 말했다. 점점 둘 사이에 생각의 골이 깊어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다미는 간격을 메울 기력이 없었다.


“아. 힘들다.”


다미는 유건이 자신의 눈치를 계속 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울렁거렸다. 자기의 감정을 추스르기에 바빠 유건을 걱정하게 해서 미안했다. 그러면서도 원망스러웠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속이 상했다. 한꺼번에 몰아치는 감정을 주체 못 한 다미가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소리쳤다.


“그냥. 좀 시간이 지나면 괜찮다. 그렇게 말해주는 거 까먹었니? 자기 심장은 생명유지 기능밖에 못 하냐고!”

“…….”

“…….”


다미의 억눌린 감정이 폭발하고 침묵이 검은 연기가 되어 내려앉았다. 다미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고 이내 후회했다. 이기적이었단 생각이 들었고 저 사람 가슴에 못질을 한 자신의 입을 도려내고 싶었다. 두 사람은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었고, 방 안의 공기는 숨이 막혔다. 그 침묵을 유건이 깼다.


“나, 버릴 거면 김관장한테 양도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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